[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1992-93시즌 EPL이 개막한 이후 지난 시즌까지 총 22번의 승격과 강등이 진행됐다. 이 중 승격한 팀이 해당시즌에 모두 잔류한 경우는 단 두 시즌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승격한 AFC본머스, 왓포드FC, 노리치 시티가 모두 잔류를 하는 세 번째 역사를 만들 수 있을까?

2015-16시즌 EPL 일정이 어느새 절반을 지났고, 본격적인 순위싸움에 들어갔다. 이번 시즌 EPL 우승팀이 누가될지도 초미의 관심사이긴 하지만, 강등권 탈출 경쟁도 EPL을 시청하는 입장에서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아직 15경기가 남았기에 강등 팀을 예측하긴 힘들지만,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볼 부분은 이번 시즌 승격한 본머스, 왓포드, 노리치의 동반 생존 여부다.

현재까지 세 팀의 동반 잔류 가능성은 충분하다. 23라운드까지 진행된 EPL에서 이번 시즌 승격한 세 팀은 모두 강등권을 벗어나 있다. 물론 10위에 랭크되어 있는 왓포드(승점 32점)를 제외하고, 본머스, 노리치는 각각 16위와 17위에 머물러 있어 언제든지 강등권에 포함될 확률이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승격한 팀들이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기도 하다.

# 승격 팀이 EPL에 살아남을 확률은 55%

한 시즌을 예측할 때, 강등 1순위로 그해 승격한 팀들이 지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동안의 역사와 기록이 그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EPL이 정식 출범되고 올해로 24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 시즌까지 65개 팀이 승격됐고, 67개 팀이 강등 됐다(96-97시즌엔 EPL이 22개 팀에서 20개 팀으로 축소되면서, 전 시즌 4팀이 강등되고, 2팀이 승격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승격 팀들은 항상 해당 시즌에 강등을 경험했거나, 강등 위기에 놓였었다.

통계로 봤을 때, 승격한 팀들이 곧바로 강등될 확률은 상당히 높았다. EPL이 출범한 이래로 지난 시즌까지 총 65개 팀이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승격을 경험했지만, 이 중 29개 팀이 첫 시즌 만에 강등됐다. 즉 약 45%가 1년만 만에 강등을 당할 확률에 놓여있다는 뜻이고, 잔류할 확률은 55%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EPL 첫 번째 강등 때도 마찬가지였다. EPL이 출범한 이후 최초로 승격한 팀은 뉴캐슬 유나이티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스윈던 타운 등이었다. 그러나 이중 스윈던은 EPL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고, 최하위(22위)로 시즌을 마치며 한 시즌 만에 강등됐다. 스윈던의 강등은 승격 후 재강등이라는 역사의 시발점이 됐다.

# 승격한 3팀이 모두 잔류할 확률은?

EPL 승격 팀이 해당시즌에 살아남을 확률도 힘들지만, 승격한 3팀이 모두 잔류할 수 있는 확률은 더더욱 힘들다.

앞서 말했듯이, 해당 시즌에 승격한 팀들이 모두 강등을 피한 시즌은 단 두 번밖에 되지 않는다. 2001-02시즌과 2011-12시즌뿐이다. 나머지 20시즌 동안은 승격한 팀들 중 1팀 이상은 모두 재강등을 경험했다. 수치로 계산했을 때, 승격 팀이 모두 잔류할 확률은 9%밖에 되지 않는다.

2001-02시즌, 승격한 풀럼FC, 블랙번 로버스, 볼턴 원더러스 등이 EPL에 모두 잔류하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블랙번은 승격 팀임에도 불구하고 10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풀럼과 볼턴은 각각 13위, 16위로 시즌을 마쳤다. 오히려 해당 시즌에 강등된 팀은 입스위치 타운, 더비 카운티, 레스터 시티 등이었다. 이후 2011-12시즌 QPR, 노리치, 스완지가 모두 잔류에 성공하면서 두 번째 역사를 만들었다.

# ‘본머스-왓포드-노리치’는 동반 잔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시즌 본머스-왓포드-노리치 등 승격 3형제의 동반 잔류 확률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세 팀은 과거의 승격 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왓포드의 잔류 확률은 상당히 높다. 아직 15경기가 남았지만 거의 잔류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5년 동안 EPL 평균 잔류 커트라인은 승점 38점으로 형성됐다. 현재 왓포드의 승점은 32점으로, 남은 15경기 중 승점 6점만 획득해도 안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각각 승점 25점과 23점을 기록 중인 본머스와 노리치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이 두 팀의 최근 경기력을 봤을 때, 호락호락하게 무너질 것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던 본머스는 최근 리그 11경기에서 단 2패(4승 5무)밖에 기록하지 않았고, 노리치 역시 최근 3연패에 빠지긴 했지만, 승률과 경기력 면에서 강등권에 있는 뉴캐슬, 선덜랜드, 빌라보다 더 좋은 편이다.

흐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그에 따라 결과는 15경기 이후에 또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본머스-왓포드-노리치 등 승격 3형제가 동반 잔류할 가능성은 열려있고, 이들이 함께 살아남아 EPL에 또 다른 기록을 세우는 것도 주의 깊게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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