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축구’는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복잡한 규정과 규칙, 용어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도 축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임은 확실하나, 때로는 그것들에 대한 정의 또는 설명이 부족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인터풋볼은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갖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스페인 축구협회(RFEF)는 레알 마드리드의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 탈락을 결정했다. 그러나 레알은 스페인 축구협회 규정 제41조를 들어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했고, 또 다시 항소할 예정이다.

레알은 지난 2일(현지시간) 카디스와의 국왕컵 32강 1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그러나 데니스 체리셰프가 지난 시즌 비야레알 임대시절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는 부정선수의 입장이었고, 이후 카디스는 RFEF에 이 문제를 제소했다.

결국 레알은 국왕컵에서 탈락했다. RFEF는 지난 4일 공식 성명을 통해 “카디스의 소장을 받아들여 레알의 2015-16 국왕컵 탈락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레알은 대회 탈락뿐 아니라 벌금 6,001유로(약 758만 원)까지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레알의 탈락이 완벽히 확정됐다고는 볼 수 없다. 레알이 10일 이내에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RFEF의 경기위원회에 제출해 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결과는 뒤바뀔 수 있다. 레알은 여기서도 패소한다면 스포츠행정재판소까지 이 문제를 끌고갈 거라 예상되는 바이다.

# 사건 발생 직후 레알의 주장한 ‘41조 조항’

레알은 카디스와의 1차전 이후 자신들의 의견을 RFEF에 전달했다. 이는 레알의 탈락이 확정되기 전의 일이다. 레알의 에밀리오 부트라게뇨 홍보단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구단은 제재에 대해 통보받은 적이 없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의 통보를 협회나 비야레알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부트라게뇨 단장은 스페인 축구협회의 규정을 통해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41조 조항에는 해당 집단(구단)이나 선수 개인에게 직접적인 통보가 가지 않으면 징계에 대한 효력을 잃는다고 나와 있다. 그것이 체리셰프가 뛴 이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41조 조항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을까. 2015-16시즌 스페인 축구협회 규정집 18페이지에는 이 41조 조항에 대해 나와 있다.

- 41조. 공공 커뮤니케이션(Comunicacin pblica)
1. 개인에 대한 통보에 관계없이, 협회 기구의 제재 결의안들은 RFEF의 웹 사이트에 발행된다.

2. 그렇지만, 개인 통보가 되기 전까지 그 제재 결의안들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3. 선수, 코치, 기술진, 대표자, 심판 등을 위한 통보는 본인들이 속한 집단(구단)이나 SAD에서 항시 확인 할 수 있다. 통보는 어떤 목적에서든 유효하다.

참 애매한 조항이다. 우리나라의 규정집처럼 스페인의 규정집도 짧은 문장이지만 어렵게 표현돼 있다. 정확한 해석을 위해 자문을 구한 스페인어 원어민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할 정도다. 그리고 레알은 그 부분을 이용했다.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레알은 체리셰프의 징계에 대한 통보가 확실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체리셰프 본인도 “비야레알로부터 출전 정지에 대한 어떠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개인적 통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레알의 항소의지와 RFEF의 쐐기

RFEF는 레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레알의 몰수패, 대회 탈락을 발표했다. 그러나 레알은 RFEF에 책임을 전가하는 등 언론 플레이와 함께 항소의 뜻을 밝혔고, RFEF도 결국 폭발했다. RFEF는 10개의 항목을 들며 레알을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이 중 레알의 주장을 묵살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비야레알은 해당 공문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같은 날 공문은 RFEF 웹 사이트에 올려 모두에 공개된 상태고, 아직까지 남아있다.

2. 공문은 비야레알에 발송됐고, 해당 클럽이 자신들의 선수였던 체리셰프에 징계에 대해 알려줬다는 것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있다. 레알에서 주장하는 개인 통보 규정은 협회가 선수 개인에게 찾아가서 징계를 통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협회 차원의 공문은 소속된 클럽의 주소가 곧 선수의 주소다.

4. 규정 제 41조를 편파적으로 해석한 레알의 얄팍하고 억지스러운 반박은 효력이 없다.

특히 RFEF는 마지막 10번 째 항목에서 “이상 레알측에 의해 제시된 꾸며낸 논의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말하며 레알측의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RFEF의 이 비판 이후 레알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레알의 가장 큰 희망이었던 41조 조항에 대한 열린 해석이 RFEF에 의해 완벽히 차단됐고, 이에 따라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레알이 여기에 굴복할지, 아니면 또 다른 빈틈을 공략해 결백을 주장할지, 이제 레알이 선택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글= 서재원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페인축구협회 규정집, 홈페이지
규정 번역 도움= 임승희(한국외대), 김이예솔(이화여대), 루비 페냐(Rubby Pea, 베네수엘라)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