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목요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토트넘 홋스퍼가 제 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지난 13라운드의 주인공은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은 지난 23일 오전 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팀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토트넘은 개막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패한 이후 12경기 연속(6승 6무)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웨스트햄전에서 토트넘은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고 현지 언론의 연이은 극찬이 이어졌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스스로도 “토트넘 부임 이후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자랑스럽다”며 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토트넘의 현재 순위는 5위(승점 24점).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레스터 시티(승점 28점)와의 승점 차는 4점밖에 나지 않고, 4위 아스널과는 2점 차다. 아직 13라운드가 진행된 상황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논하기엔 이른 감은 있지만 지금 분위기 상으론 가능성은 충분하다.

# 제 2의 전성기? 그 기준은 어디로 잡아야하나?

돌풍을 통해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는 토트넘. 하지만 토트넘이 우승 후보가 아닌 점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전문가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서 패널로 활동 중인 제이미 레드냅은 지난 23일 ‘수퍼선데이’ 코너에 출연해 “토트넘이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환상적이지만, 아직 리그 우승엔 준비가 되지 않았다. 분명 4위권엔 들어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레드냅의 말처럼 토트넘의 실질적인 목표는 4위권이다. 지금까지 토트넘에 대한 평가는 우승을 다투는 팀이라기 보단 빅4의 체제를 위협하는 팀으로 불려왔다. EPL 출범 이후 토트넘의 현실적인 목표는 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이었고, 아직까지 토트넘 역사에서 UCL 경험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그러나 평가는 확실히 달라졌다. 토트넘이 우승권 또는 4위권이라고 평가받고, 이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토트넘이 낳은 최고의 스타 가레스 베일이 두각을 나타낸 2009-10시즌과 UCL에 최초로 도전했던 2010-11시즌 때가 가장 최근이라 할 수 있다.

# 북런던 2인자 토트넘?

사실상 토트넘의 목표는 TOP4 진입이다. 더불어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라이벌 아스널을 넘는 것이다.

토트넘의 목표가 아스널인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두 팀의 탄생과 100년 넘게 이어온 라이벌 관계에 있다. 지난 1882년 홋스퍼FC라는 이름으로 창단된 후 토트넘은 항상 지역 라이벌 아스널에 밀려 힘을 못써왔다.

사실 북런던의 원래 주인은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은 지난 1882년 홋스퍼FC라는 이름으로 현재와 비슷한 위치에 창단됐다. 반면 아스널은 런던 남부에 울위치 아스널이란 이름으로 존재했고, 아스널을 인수한 헨리 노리스가 지난 1910년 연고지를 하이버리로 이전하면서 북런던에 자리를 잡게 됐다. 토트넘에 입장에선 아스널은 불청객과 같았다.

더욱이 1919-20시즌 1차 세계대전 이후 리그가 5년 만에 재개될 때, 토트넘이 아스널의 부정에 의해 2부로 밀려나면서 양 팀의 관계는 악화됐다. 아스널의 비정상적인 로비에 2부로 밀려난 토트넘은 1940년대까지 암흑기를 맞게 된다.

토트넘에게도 전성기는 있었다. 1949-50시즌에 아더 로위 감독의 지휘아래 1부로 승격한 토트넘은 이듬해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1960년대는 빌 니콜슨 감독 체제하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된다. 1960-61시즌 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우승하며 잉글랜드 최초의 더블을 달성했고, 니콜슨 감독의 16년 장기 집권 아래 8개의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후 1980년대 잠깐의 전성기를 다시 맞기는 했지만, 아스널을 압도하는 결과를 낳진 못했다. 특히 EPL 출범 이후 아스널보다 리그 순위가 앞섰던 적은 1992-93시즌(토트넘 8위, 아스널10위)과 1994-95시즌(토트넘 7위, 아스널 12위)가 유일했다. 이후 20년 동안 토트넘은 항상 아스널 밑에 있었다.

# 심상치 않은 토트넘의 행보, 이번엔 아스널을 넘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번 시즌만큼은 토트넘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제 2의 전성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1라운드 아스널전 이후라 할 수 있다. 토트넘은 원정에서 치러진 북런던더비에서 아스널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쳤고, 경기를 아쉬운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경기 후 양 팀에 대한 평가는 확실히 대비됐다. 경기 후 티에리 앙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축구전문가들이 토트넘의 우위를 인정했고, 이때부터 토트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반면 아스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12경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토트넘. 이들의 순위 상승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연말까지 남아있는 일정 때문이다. 토트넘은 이번 주말 첼시와의 런던더비를 끝으로 강팀과의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연말까지 남은일정은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WBA), 뉴캐슬 유나이티드, 사우샘프턴, 노리치 시티, 왓포드FC 등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를 만나게 된다.

손흥민도 부상에서 복귀했다. 토트넘의 리그 초반 돌풍에 불을 붙였던 손흥민은 약 6주 만에 부상에서 복귀해 지난 웨스트햄전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도움을 기록했다. 힘든 일정을 지속해온 토트넘엔 천군만마임은 분명하다.

토트넘이 이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가 20년 만에 아스널을 앞지를 수 있을지, 제 2의 전성기는 아스널을 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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