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목요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유럽 전역이 테러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 주 예정되었던 A매치 두 경기도 이 위협으로 인해 연이어 취소됐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전에서 두 차례에 걸친 폭파음이 들렸다. 이 경기가 열리는 시간 프랑스 파리 일대에 연쇄적인 폭탄 테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무려 130여명이 사망하고 약 35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테러에 대한 위협은 경기장도 피해가지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 경기가 열린 스타드 드 프랑스에 자폭 테러범이 출입을 시도했다고 알려졌다. 경기장 출입 보안 검색 과정에서 폭발물이 발견되면서 테러범은 도피를 시도했고, 도피 도중 폭탄이 터졌다. 자칫 하단 더 큰 참사를 불러올 수 있었다.

축구장이 테러의 주된 목표물로 지목되면서 유럽에서 예정된 A매치가 연이어 취소되기도 했다. 18일 예정됐던 벨기에와 스페인의 친선경기는 경기 하루 전 취소를 알렸다.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브뤼셀이 테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양국 축구협회의 협의 하에 취소가 결정됐다.

이어 독일 하노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독일과 네덜란드의 친선친경기도 경기 시작 불과 2시간을 남기고 취소됐다. 테러에 직접적인 피해를 봤던 독일은 이 경기를 강행함으로써 테러에 대항하려는 의지를 보이려 했지만, 경기장 주변에서 테러위험이 발견되면서 긴급히 취소를 결정했다. 독일 경찰 당국에 따르면 “경기장에 폭발물을 설치하려는 명백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 10년 전에도 같은 아픔을 겪었던 영국

그러나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경기는 우려 속에서도 정상 진행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와 프랑스축구협회(FFF)는 테러 발생 직후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경기의 정상 진행을 결정했다.

경기의 정상 진행을 결정한 양국 축구협회는 이번 경기를 통해 강한 연대를 보여줬다. 경기 전 양국의 선수들은 경기장 중앙에서 팔짱과 어깨동무를 한 채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제창했다. 경기장을 채운 약 8만 여명의 관중들도 영국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라 마르세예즈’ 제창에 함께 했다.

결국 이 경기는 스포츠를 넘어 테러에 정면 대응하는 양 국가의 의지와 화합을 보여줬다. 사실 영국이 프랑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에 같은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불과 10년 전, 영국의 심장이라 불릴 수 있는 런던에서 똑같은 경험을 했다.

정확히 10년 전의 일이다. 2005년 7월 7일 오전, 영국의 수도 런던의 중심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리버풀 스트리트역과 알드게이트 역 사이에서 첫 폭발이 발생했고, 러셀 스퀘어역과 킹스크로스역, 에지웨어 로드역, 테비스톡 스퀘어 등에서 다발적인 테러가 이어졌다. 이 사건으로 52명이 사망했고, 약 700여명의 시민이 부상을 당했다. 이는 서유럽에서 최초로 일어난 자살 폭탄테러로 기록됐다.

#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EPL

10년 전 같은 아픔을 겪은 영국, 그렇기에 EPL도 안전을 100% 확신할 순 없다. EPL과 같이 한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스포츠 이벤트는 그동안 테러의 주요 타깃이 돼왔다.

그러나 그만큼 EPL은 평상시에도 위험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기자가 EPL 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감명을 받은 부분도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뿐 아니라, 경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었다.

EPL이 얼마나 안전을 최우선을 생각하는지는 경기장 입구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EPL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선 꽤 까다로운 수고를 겪어야 하는데, 가방을 소지했다면 경기장 출입구에서 가방 안에 든 모든 물건을 일일이 확인을 받아야 한다. 보통 현지 팬들은 가방을 들고 가는 일이 없기 때문에 가방을 든 관람객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미디어 출입구도 예외가 없었으며, 기자도 매주 가던 경기장에서도 항상 노트북 가방을 검사 맡아야 했다. 기자는 과거 우산과 더불어 가방 속에 있던 볼펜까지 제재를 받기도 했다.

특히 매 경기 관할 지역의 경찰들이 경기장 주변의 안전을 통제한다. EPL을 한 번쯤 직관해본 축구팬이라면 경기장 주변에서 말을 탄 경찰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경기 전후로 경기장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기장 주변의 안전을 경찰들이 통제한다면 내부의 안전은 스튜어드(stewards, 안전요원)들이 책임진다. 중계를 통해서도 볼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스튜어드들이 경기장에 배치된다. FA의 ‘스타디움 세이프티 매니지먼트’ 규정집에 따르면 “대형 경기장의 경우 약 1,000여명, 중형 경기장과 소형 경기장은 각각 약 500여명과 100여명이 배치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업무를 우리나라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자원봉사자, 아르바이트 등의 역할과 비교하면 큰 오산이다. 스튜어드들은 경기장 출입통제, 경기 전 경기장 위험성 확인, 경기 중 관중 통제, 긴급 상황 시 응급처치 등의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스튜어드들은 경기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대비한 철저한 사전 교육과 훈련 과정을 거친다.

파리테러로 인해 EPL의 보안은 이번 주말 경기부터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 ‘미러’에 따르면 “EPL의 구단주들은 지난 17일 파리 테러로 인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조만간 경기장 안전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위험 가능성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대비하는 이들이 있기에 안전 속에서 EPL은 계속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익스프레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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