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바르셀로나(스페인, 이하 바르샤)에 이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이하 레알)가 독일 분데스리가 앞에서 한 없이 작아졌다. 돌풍이라고 보기엔 너무 무기력 했기에 충격은 배다.

2012/2013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또 바르샤와 레알의 엘클라시코가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1차전에서 골 폭격을 퍼부으며 대승을 거뒀다.

24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이 바르샤에 4-0으로 이기더니 25일 도르트문트가 레알을 4-1로 제압했다. 두 경기 점수의 합은 8-1. 양국 리그를 대표하는 팀들간 대결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점수차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었지만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전까지 바르셀로나는 점유율을 통한 패스축구에 창의적인 기술까지 접목시켜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레알도 탄탄한 조직력과 간결한 역습을 주무기로 바르샤 못잖은 전력을 구가했다. 끝이 없을 줄 알았던 양팀의 행보에 분데스리가가 찬물을 끼얹었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왕성한 활동량에 이은 타이트한 압박으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기술과 패스, 빠른 역습까지 가미해 세련된 축구를 선보였다. 여기에 피지컬과 안정된 경기 운영까지 상대 약점을 파고들어 자신의 장점을 최대로 발휘했다.

1차전에서 두 팀의 승리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에서 비롯됐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는 유럽 최다관중 기록을 세우며 옛 명성을 서서히 찾고 있다. 또한 자국의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양성한 것도 탄탄한 전력에 한 몫하고 있다. 외국 자본에 의존한 프리미어리그(영국)와 경제 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프리메라리가(스페인)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간 분데스리가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2000/2001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우승한 뒤 10년 넘게 독일 팀은 단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게 전부다. 최근 5년 동안 스페인(2회), 잉글랜드(2회), 이탈리아(1회)가 나눠 가졌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분데스리가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엘클라시코를 바라던 팬들은 섭섭할지 모르겠으나 신흥 강호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결승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2차전이 남아 속단할 수 없지만 1차전에 보여준 경기력이 너무 강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세계 축구 판도가 스페인에서 독일로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다.

이현민 기자

사진=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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