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민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중동의 떠오르는 강호 아랍에미리트(UAE)와 만났다.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을 앞두고 가진 최종 모의고사였다.

경기 전부터 부상으로 제외된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빈자리를 누가 메울지 관심이 쏠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정우영(빗셀 고베)과 한국영(카타르SC)을 내세웠다. 정우영이 기성용의 임무, 즉 공격적으로 한국영은 수비적인 임무를 맡았다.

우선, 결과부터 정리하면 염기훈, 이용재, 이정협의 연속골에 힘입어 한국이 UAE에 3-0으로 완승했다. 1년 5개월 만에 왼발로 대표팀 복귀전 축포를 쏜 염기훈(수원 삼성), A매치 데뷔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 역시나 슈틸리케 황태자 이정협(상주 상무)까지 골 맛을 봤다.

이런 대승을 뒷받침했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정우영이다. 한국은 경기 내내 중원을 지배, 나아가 경기 전체를 압도했다. 정우영은 기성용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발군의 기량을 펼쳤다. 그것도 A매치 데뷔전에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이기도 한 정우영은 지난해 12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가진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에 포함됐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그동안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한 덕에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이번에 데뷔전까지 치렀다.

단숨에 중원의 지배자로 떠오른 그가 UAE전에서 어떤 플레이로 장점을 발휘했는지 분석했다.

① 앞서 언급했듯 정우영은 4-2-3-1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워낙 유기적이다 보니 4-3-3, 4-1-4-1의 중앙 미드필더로 봐도 무방했다. 최전방에 이용재를 두고, 2선에 염기훈-이재성-손흥민이 배치됐다. 2선 공격수와 수비형 미드필더인 한국영 사이에 0.5씩 걸쳐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이때 공격에서 명확한 임무가 있었다. 상대 수비가 걸어 잠그고 안 나올 때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것. 세컨드 볼이 흘렀을 때도 마찬가지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문전으로 쇄도해 186cm의 큰 키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정우영은 전반 초중반 경기가 풀리지 않자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밀집된 수비를 분산시켰다. 그렇게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갔다.

② 이날 슈틸리케호의 포인트 중 하나는 ‘전방 압박’이었다. 공격수 4명과 함께 정우영도 분주히 움직이며 상대 실수를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는 효과적이었다. 특히 상대 미드필드 부근에서 터치 미스나 패스가 부정확할 경우 곧바로 달려 들어 볼을 낚아챘다. 대표적으로 전반 30분 볼을 가로채 전방에 있는 이용재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아주 간결하게 드리블 후 전방으로 패스를 찔렀다. 더 치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사람이 볼보다 빠를 수 없다. 이용재에게는 수비수 한 명 외에 공간이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전방의 상황이 낫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1선과 2선의 결정적 차이다. 1선은 아크 반경 내에서 과감하게 때리고 돌파해 ‘해결’까지 가능하다면, 2선은 동료에게 ‘공급’해줘야 한다. 정우영이 무리한 드리블이나 불필요한 플레이가 안 나왔던 것도 바로 공급자로서 충실히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③ 중원 다툼에서 압승은 대승으로 이어졌다. 한국과 UAE가 같은 4-2-3-1을 가동했다. 결과 내용 모두 극과 극을 달렸다. 지능적 미드필더의 존재 여부에서 차이가 났다. 정우영의 축구 센스, 경기를 읽는 흐름이 돋보였다. 폭넓게 움직임을 가져가며 후방에서 볼을 잡아 차분히 빌드업을 해나갔다.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는 수비 뒷공간, 동료 발 앞 떨어졌다. 강약 조절이 좋았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밀고 나오려 하면 ②에서 얘기했던 전방 압박으로 볼 배급로를 차단했다. 이렇다 보니 상대는 중앙을 거쳐 가기보다 측면 돌파나 긴 볼 위주로 경기를 풀어갔다. 만약, 수세에 몰리더라도 템포 조절을 통해 분위기가 넘어가지 않게 조율했다. 한쪽 측면이 막힐 경우 다른 한쪽으로, 때로는 중앙으로 패스를 공급했다. 여기에 한국영의 헌신이 있어 정우영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빛날 수 있었다.

#. 정우영은 UAE전에서 A매치 ‘0’을 ‘1’로 바꿨다. 분명 본인도 특별했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찬사를 보내기 충분했다. 과연, A매치 데뷔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렇다고 잠시 집을 비운 기성용을 넘어섰다고 할 수 없다. 이제 시작이고 아직 갈 길이 멀다. 분명한 건 기성용의 자리를 의식한 게 아닌 그저 자신이 가진 기량으로 그에 맞는 임무를 잘 수행했을 뿐이다. 더불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우리와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치를 높인 것도 틀림없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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