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호 기자=“전북이라는 좋은 팀과 경기하길 꿈꿔왔다.”

광주FC 박진섭 감독은 전북현대 원정 경기를 마치고 ‘꿈’을 언급했다. 박 감독의 상기된 표정은 마스크로도 다 가릴 수 없었다. 또한 목소리에는 떨림이 있었다. 그만큼 박진섭 감독과 광주FC는 이번 전북 원정 경기를 오래 기다려왔다.

광주는 3년 만에 K리그1으로 올라온 승격팀이다. 2017년 최종 성적에 따라 K리그1에서 K리그2로 강등된 광주는 곧바로 박진섭 감독을 선임했다. 박 감독의 지휘 아래서 2018시즌을 5위로 마감한 광주는 지난 2019시즌 K리그2 우승을 차지해 다이렉트 승격을 이뤘다.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이기도 했다.

3년 만에 ‘윗공기’를 마셔본 광주. 첫 스타트는 냉혹했다. 1라운드 성남전(0-2)부터 서울전(0-1), 상주전(0-1)에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울산전(1-1)에서 첫 승점을 따더니 수원전(1-0), 부산전(3-1), 인천전(2-1)에서 3연승을 질주했다.

그 다음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었다. 무려 1038일(2년 10개월 2일) 만에 펼쳐지는 두 팀의 대결. 광주와 전북의 가장 마지막 경기는 2017년 8월 19일에 전주에서 열렸다. 당시 전북은 김민재(베이징 궈안), 이승기(전북), 김신욱(상하이 상강)이 골을 넣었고, 광주는 나상호(성남FC)가 골을 넣어 3-1로 끝났다. 득점자 명단과 경기 사진만 봐도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2017년 여름에 열린 전북과 광주의 경기. 이후 2년 10개월 만에 두 팀이 만났다.

승격팀 광주와 전년도 우승팀 전북의 경기는 한 쪽으로 치우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광주는 만만하지 않았다. 후반 초반 펠리페가 송범근 골키퍼를 제치고 시도한 슛은 선제골이 될 뻔 했다. 또한 수비진은 후반 막판까지 전북 공격진을 틀어막았다. 비록 종료 5분을 남기고 한교원에게 실점해 0-1로 패했으나 이날 광주의 경기 내용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1위팀 전북에 1점 차로 진 광주의 박진섭 감독은 “올해로 3년째 광주 감독을 맡고 있다. 전북이라는 좋은 팀과 이런 자리(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하길 꿈꿔왔다. 오늘 경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많이 배웠길 바란다”고 가슴 벅찬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전북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맞서려고 했다. 그는 “3년 동안 우리 선수들과 함께 이런 자리를 꿈꿨다"고 다시 말하면서 "무승부보다는 승리를 원했다. 선수들에게 마음껏 하고픈 걸 하라고 주문했다. 후반에는 공격적인 교체를 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선수들 스스로 강한 상대와의 차이를 느꼈길 바란다”고 돌아봤다.

전주성 원정에서 결과 외에 경험을 얻어간 광주. 어느덧 순위표에서도 중간 위치인 7위에 안착했다. 강등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광주의 박진섭 감독은 "앞으로 오늘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면서 K리그1 생존법을 찾아 떠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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