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방콕(태국)] 이현호 기자=김학범호 23명 엔트리 중 20명이 K리그 소속이다. 이들이 K리그에서 차근차근 프로 경험을 쌓은 덕에 한국은 아시아 정상에 등극할 수 있었다.

김학범 감독이 지휘한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월 초부터 말까지 태국에서 진행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대회 네 번째 출전 만에 거둔 첫 우승이다.

‘죽음의 조’로 불리던 C조에 편성된 한국은 중국(1-0), 이란(2-1), 우즈베키스탄(2-1)에 3연승을 거두더니 토너먼트에서 요르단(2-1), 호주(2-0), 사우디아라비아(1-0)를 꺾고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동시에 2020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까지 얻었다. 챙길 수 있는 모든 걸 다 챙긴 것이다.

6전 전승의 배경에는 ‘무한 로테이션’이 있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 차가 크지 않고 전술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을 믿는다. 경기에 누구를 내보내도 제 역할을 해준다”는 말과 함께 더블 스쿼드를 적극 활용했다. 또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에 실력으로 보답했다.

U-23 챔피언십에서 2골을 넣은 오세훈(21, 상주상무).

국제대회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 베스트 라인업을 플랜A로 꺼내들고, 때에 따라 2~3명만 변화를 주는 플랜B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 안에는 K리그의 힘이 있었다. 이번 대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23명 중 20명은 K리그1과 K리그2에 소속되어 있다. 대회 직전에 일본 J2리그에서 울산현대로 이적한 원두재를 제외해도 19명이다. 축구인들은 이들이 어린 나이에 K리그 무대를 밟았기 때문에 U-23 대표팀의 로테이션이 수월했다고 분석한다.

K리그에는 ‘22세 이하(U-22) 의무 출전 규정‘이 있다. 경기 출전 엔트리에 22세 이하 선수가 2명 이상 포함되어야 하고, 그중 1명은 반드시 선발로 나서야 한다. 당초 상주상무와 같은 군팀은 이 규정에서 배제됐으나 이번 2020시즌부터 해당 규정을 따라야 한다. 때문에 오세훈이 만 20세(입대 당시)라는 어린 나이에 상주상무 입단을 택했다.

U-23 챔피언십에서 2골을 넣은 조규성(22, FC안양).

도입 초기에는 반대의 목소리도 일부 있었지만 이 규정이 정착되자 다양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어린 선수들의 팀 내 중요도가 높아졌다. 따라서 K리그 22개 구단 모두 유스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됐다. 마땅한 U-22 선수가 없을 땐 다른 팀의 어린 선수를 임대로 영입하기도 했다.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 이적시장의 활력까지 얻었다. 더불어 새로운 신성을 찾는 팬들의 재미도 생겼다.

외신에서도 이 같은 K리그의 규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는 김학범호의 U-23 챔피언십 우승을 두고 "K리그 규정에 따르면 22세 이하 선수 2명이 경기 엔트리에 들어야 하고, 1명은 의무적으로 출전해야 한다. 꾸준하게 프로 경험을 쌓은 어린 선수들 덕에 한국은 6전 전승 우승과 올림픽 티켓을 동시에 거머쥐었다"고 표현했다.

K리그 U-22 출전 규정 효과는 이제 시작이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 파리 올림픽 등 수많은 연령별 국제대회가 한국축구를 기다린다. 어린 선수들이 K리그 프로 무대에서 무럭무럭 성장할수록 U-23 대표팀은 물론 성인 국가대표팀 운영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금왼발'로 2골 1도움을 올린 이동경(22, 울산현대).
2019 K리그2 MVP이자 김학범호 특급 조커로 활약한 이동준(22, 부산아이파크).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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