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아산] 이명수 기자= 오세훈(20, 아산무궁화)은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중고등학생 팬들의 사인, 사진 요청이 쏟아진다. MBC 라디오스타를 비롯해 다수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예정되어 있다.

지난 25일, 아산의 홈구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오세훈을 만났다. 폴란드에서 금의환향한지 어느덧 1주일, 오세훈은 소속팀 아산의 승리를 위해 다시 땀흘리고 있었다.

# 사인 요청이 기본 100장, 이제는 능숙해졌다

오세훈은 지난 22일, 대전과의 16라운드 홈경기에 후반 10분, 김민석 대신 교체투입 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오세훈이 등장하자 시즌 최다 유료관중이었던 5,016명의 팬들은 환호했다. 오세훈은 35분 남짓 한 시간 동안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쳤고, 팀의 1-0 승리에 기여했다.

시즌 최다관중이 입장한 홈구장을 바라보며 오세훈은 달라진 현실을 실감했다. 오세훈은 “홈 복귀전에서 생각보다 관중이 많았다. 깜짝 놀랐다. 몸 풀러 나갈 때 마지막 즈음에 나갔다. 나가는 순간부터 웅성웅성 거리면서 주위에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한국이 월드컵으로 뜨거웠다는 사실이 이제야 실감이 났다. 이제는 길가다가 알아보는 사람도 많다”

“사인 부탁이 정말 많이 들어온다. 부모님 통해서도 들어오고, 사촌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기본 100장이다. 하지만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는 사인에 능숙해졌다. 원래는 유니폼이나 축구공에 사인하는 것이 서툴렀는데 이제는 잘한다”

오세훈의 원소속팀은 울산 현대이다. 올 시즌 아산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한 시즌 간 아산으로 임대됐기 때문이다. 많은 출전 기회를 갈망한 오세훈과 선수가 필요한 아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이적이다.

아산의 박동혁 감독이 오세훈의 영입을 원했다. 그리고 출전 기회를 꾸준히 부여하며 출전 감각을 살렸고,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일본과의 16강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뒤 오세훈은 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으로 박동혁 감독을 꼽았다.

이유에 대해 오세훈은 “처음으로 경기 끝나고 방송 인터뷰를 했다. 갑자기 누가 생각나는지 물어보셨다. 머릿속에 정말 많은 분들이 생각났는데 우선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박동혁 감독님이 생각났다. 감독님이 ‘인터뷰 보다 소름 돋았다’고 말씀하셨다. 항상 감독님이 경기 전 연락을 해주신다.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셨다.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던 청와대, 그런데 메달이 없네?

U-20 월드컵에서 사상 첫 준우승이란 쾌거를 달성한 U-20 대표팀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만찬을 가졌다.

오세훈은 “엄청 긴장 됐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이다. 자리도 VIP석에 앉았다. 대통령님을 비롯해 영부인님, 정몽규 회장님, 문체부 장관님, 정정용 감독님, 차범근 감독님, (황)태현이형, 이렇게 기억난다. 정말 밥이 안 넘어갔다. 스테이크가 정말 맛있게 생겼는데 맛을 못 느낄 정도였다. 다 못 먹고 남겼다.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것도 지금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며 떨렸던 순간을 회상했다.

“청와대 간다는 것은 대회가 다 끝나고 폴란드에서 알았다. 선수들도 모두 들떴다. 버스는 협회에서 모여서 출발했는데 출발하기 전에 경호원들이 신분증 확인을 철저히 했다. 그때부터 긴장됐다”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오세훈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바로 메달을 깜빡하고 청와대에 들어온 것이다. 오세훈은 “메달을 챙겨갔다. 버스까지 챙겨갔는데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버스 앞주머니에 넣어놨는데 그것을 까먹은 것이다. 지금 메달은 집에 잘 있다”고 말했다.

# 오렌테-오루-오신욱...헤더는 있는 힘껏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오세훈의 플레이를 두고 축구팬들은 페르난도 요렌테, 올리비에 지루, 김신욱 등에 빗대어 오렌테, 오루, 오신욱 등의 별명을 붙여줬다.

오세훈은 “저도 모르게 요렌테나 지루 영상을 많이 보게 된다. 기분 좋다. 그런 별명들이 영광이다. 다 좋은 것 같다. 하나 꼽기가 힘들다”면서 “연계플레이, 볼 소유를 집중 있게 봤다. 감독님도 최대한 쉽게 하라고 하셨다. 수비를 제치려고 하지 말고 동료와 함께 나아가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U-20 월드컵을 앞두고 오세훈은 롤모델로 김신욱을 꼽았다. 김신욱의 득점 장면을 자주 보며 김신욱의 플레이를 따라하려 노력했고, 결실을 맺었다. 바로 아르헨티나전이었다.

“김신욱형을 굉장히 존경하고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헤더를 영상을 자주 보면서 배웠다. 연계플레이나 크로스 상황 시 움직임도 그렇다. 많이 보고 참고했다”

“아르헨티나전 골이 비슷했다. 다른 선수들은 헤더하면 갖다 대기만 하지 완전히 (고개를)숙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신욱이형처럼 있는 힘껏 머리를 숙이며 헤더를 했다. 신욱이형이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제 이름을 많이 언급하셨다. 신욱이형이 저에게 ‘고맙다고,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고 하셨을 때 정말 감사했다”

# 거수경례-호랑이 세리머니 준비했는데...

오세훈은 중요한 순간 마다 득점포를 가동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3차전, 일본과의 16강전이다. 오세훈은 아르헨티나전 뒤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오세훈은 “아르헨티나는 강팀이고, 우승후보인데 이겼다. 결승, 우승까지 갈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항상 ‘우승하는 팀은 고비를 잘 넘겨서 우승한다’고 말씀 하셨는데 세네갈전을 이기고, 고비를 넘기고 난 뒤 ‘정말 우승할 수 있겠다, 자신감 있게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헨티나전 득점 상황에 대해 오세훈은 ”사실 거기서 강인이의 크로스가 올지 몰랐다. 하지만 준비하고 있었다. 저는 고개만 숙였다. 저희가 훈련할 때마다 강인이가 사이드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강인이의 크로스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훈련을 반복하지 않아도 잘 맞았던 것 같다“면서 일본전에 대해 ”일본전 때는 골이 들어가서야 알았다. 준이가 오른발로 올렸던 크로스는 머리에 스쳐도 되고, 안 맞아도 골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골이 들어가서야 알았다. 솔직히 공이 바깥으로 나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절묘하게 골대와 골키퍼 사이로 들어갔다“고 떠올렸다.

득점 후 오세훈은 환호하며 동료 선수들을 향해 질주했다. 사실 오세훈은 미리 세리머니를 준비한 것이 있었다. 거수경례 세리머니와 호랑이 세리머니였다. ”세리머니는 거수경례랑 호랑이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해군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지 않았나. 아산 형들도 군인 신분이다보니 그런 의미에서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호랑이는 또 대표팀 엠블럼이 호랑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 넣고 아무것도 생각 안 나고 빛만 보였다. 환호성도 안 들리고 그냥 무작정 달려갔다. 세리머니를 못했던 것이 아쉽다“면서 ”세네갈전 추가시간에 나왔던 골이 가장 극적이었던 것 같다. 골 넣고 다 같이 달려가고 좋아하기 바빠서 세리머니 연구를 해도 막상 나오지 않았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사진 =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임성우 PD

영상 = 임성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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