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명수 기자= 최근 독일 무대를 두드리는 한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하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많다. 대부분 독일에서 재기를 꿈꾸는 이들이다. 고생 끝에 독일 무대에 입성해 누구보다 이들의 심정을 잘 아는 박이영은 하나라도 더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름 휴식기를 맞아 한국을 찾은 박이영을 만나 독일 축구에 대해 물었다. 박이영은 독일에서의 다섯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 적극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독일에서 뛴다는 것은 큰 도전이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실력으로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훈련 중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일부러 패스를 안주고 몸을 세게 들이받는 것은 부지기수. 박이영은 ‘적극성’을 강조했다.

박이영은 “함부르크만 해도 내가 아는 한국 선수만 8명 정도 있다. 서로 알고 지낸다. 그런 선수들을 보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 나도 그런 입장이 있었고, 밑에서부터 왔기 때문에 마음을 잘 안다.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좋은 말 해주고 싶고, 당연히 쓴 소리도 해준다. 그런 선수들보면 밑에서 열심히 해서 올라오려는 선수들 보면 기특하다. 그 선수들도 나에게 궁금한 것들 많이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어 박이영은 “물론 어렵겠지만 적극적이어야 한다. 독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산다면 자기 할 말은 해야 한다. 외국은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는다. 한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나도 성격이 바뀌었다. 소심하고 수동적이었는데 외국에서 살면서 바뀌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

 독일에는 전세계에서 온 실력 있는 선수들이 모여 있다. 5,6부리그와 같은 하부리그에도 분데스리가 데뷔를 꿈꾸며 많은 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이영은 필리핀 리그를 거치면서 영어에 익숙해졌고, 독일에서 4년 째 뛰며 독일어도 능통하다. 독일에서 재기를 꿈꾸며 독일 행을 택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언어의 중요성을 말했다.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면 언어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도전자의 입장에서 언어는 독일 구단에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기 가장 좋은 도구이다.

“독일에 오려면 독일어를 할 줄 알면 가장 좋다. 독일어가 아니라면 영어라도 할 줄 알면 좋다.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운을 뗀 박이영은 “한국 선수들은 기술이 좋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선수도 많고, 축구 능력은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훈련 때 전술 지시를 듣고 주말 경기에 수행해야 하는데 언어가 안 되면 전술을 이해할 수 없다. 혼자 입단 테스트를 보러 다닐 때도 언어가 통해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언어는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이영은 “SNS로 연락이 많이 온다. 지금 독일 어떤 팀에서 뛰고 있는 누구이고, 어떤 상황인데 도와줄 수 있는지. 한국에 있는데 어떻게 독일에 갈 수 있는지. 그런 연락 답장 일일이 다 한다. 물론 쌓이다보니 답장을 늦게 하고,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 보면 절대 못 지나치겠더라. 그런 시절이 나도 있었으니까”면서 “어떻게 해결해줄 수 없지만 내가 경험했던 것들은 이야기해줄 수 있다. 몸으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해준다. 나는 그런 것들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아직 나도 부족하지만 그런 사람들 보면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독일은 축구가 전부는 아니더라

박이영은 4시즌 동안 독일 무대를 누볐다. 독일에서 생활하며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공부하는 축구선수이다.

박이영은 “우리 팀에도 보면 사이버대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는 축구선수가 있다. 물론 많지 않지만 이런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나도 언제든지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 있다. 또한 축구 전술을 많이 배웠다. 상파울리에서 뛰는 동안 1군 감독이 세 번 바뀌었는데 모두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 또한 상대 팀 전술들도 비디오 분석을 통해 보다보니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며 독일 생활을 되돌아봤다.

“축구가 모든 것이지만 그런데 모든 삶이 축구는 아니었다. 팀 동료들을 보면 주전 경쟁에서 밀려 힘들어 하는 시간을 두고 이것 또한 축구 안에 한 부분일 뿐이라고 평범하게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더라. 그 마인드가 맞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살다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 박이영은 “새로 오신 감독님(요스 루후카이)이 1부 승격에 특화되신 분이다. 오자마자 ‘2년 안에 무조건 승격한다. 승격이 목표가 아니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 승격하고 싶은 사람은 나에게 모든 것을 보여줘라’라는 말을 남기셨다. 그래서 나도 죽어라 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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