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로스토프(러시아)] 정지훈 기자= 변칙과 트릭도 준비 됐을 때만 통하는 것이다. 급조된 변칙 전술은 완성도가 떨어졌고, 결국 완성도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24일 오전 0시(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2연패와 함께 조 최하위를 유지했고, 사실상 16강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그래도 기적의 불씨는 남아 있었다. 이후 열린 경기에서 독일이 스웨덴을 극적으로 제압하면서 멕시코가 승점 6점, 독일과 스웨덴이 승점 3점이 됐다. 만약 한국이 최종전에서 독일을 2-0 이상으로 잡고, 멕시코가 스웨덴에 승리한다면 한국이 기적적인 16강 티켓을 따낼 수 있다.

# 다시 한 번 사용한 ‘트릭’, 신태용의 선택은 변칙 4-4-2

한국 대표팀의 이번 월드컵 키워드는 ‘트릭’이다. 지난 스웨덴전을 앞두고 ‘트릭’이라는 단어를 쓰며 전술을 꽁꽁 감췄던 신태용호가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변칙을 가져갔지만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는 신태용 감독이 가장 자신이 있는 ‘플랜A' 4-4-2 포메이션으로 멕시코를 상대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트릭‘은 또 있었다. 4-4-2 포메이션은 맞았지만 선수 구성에서는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동안 줄곧 손흥민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졌던 황희찬이 이번에는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됐고, 주로 2선에서 활약하던 이재성이 최전방으로 올라갔다. 여기에 문선민이 깜짝 선발 투입됐고,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연계와 패스 플레이가 좋은 이재성을 손흥민의 짝으로 낙점했고, 좌우 측면에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장점인 황희찬과 문선민을 배치해 끊임없이 멕시코를 흔들었다. 중원 조합도 변화가 있었다. 기성용의 짝으로 왕성한 활동량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장점은 주세종을 투입해 멕시코와 중원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전체적인 그림은 포메이션이 4-4-2와 4-1-4-1을 혼용하는 것을 3일 동안 준비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 멕시코 선수들이 2대1 패스와 함께 뒤 공간을 잘 침투하기 때문에 기성용을 꼭짓점에서 내려서게 하는 동시에 주세종을 올리고 이재성을 내려 4-1-4-1 포메이션을 하려 했다. 우리가 센터서클 이상 올라가면 4-4-2 형태를 만들고 우리 진영으로 내려오면 4-1-4-1을 하라고 주문했다”며 전술적인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 스웨덴전과 비슷한 양상, 수비 실수에서 내준 ‘선제골’

전체적으로 스웨덴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변칙 작전을 가져간 신태용호가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 날카로운 역습으로 멕시코를 공략했고,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 손흥민, 문선민, 황희찬이 전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위협적인 공격을 펼쳤고, 전반 22분에는 손흥민이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고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벽에 막혔다.

그러나 멕시코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특히 전술의 귀재라 불리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신태용호의 전술 변화에 빠르게 대처했다. 초반에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지만 한국의 변칙 작전에 약간의 포지션 이동을 시도했다. 중앙 미드필더 라윤이 측면으로 빠졌고, 벨라가 처진 공격수 자리로 옮기며 한국을 공략했다.

결국 한국이 선제 실점을 내줬다. 스웨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수비 실수로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전반 24분 장현수가 상대의 크로스를 막는 과정에서 핸드볼 반칙을 범했고, 결국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후 키커로 나선 벨라가 가볍게 마무리하며 아쉬운 선제 실점을 했다. 이때부터 한국의 수비가 무너졌다. 페널티킥을 헌납한 장현수는 멘탈이 무너지며 잦은 실수를 범했고, 이후에도 김민우, 주세종 등이 여러 차례 패스 미스를 범하며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 신태용 감독과 그란데 코치의 작전 회의, 그러나 역습에 당했다

아쉬운 전반전이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전반전이 끝난 후 신태용 감독과 토니 그란데 수석 코치가 작전 회의를 했다. 보통 전반전이 끝나면 라커룸으로 향하기 마련이지만 두 사람은 진지한 얼굴로 꽤 오랜 시간 벤치 부근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전열을 정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한국은 선제골을 내준 후 황희찬이 전방으로 올라가고, 이재성이 다시 측면으로 빠지는 등 준비한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신태용 감독과 그란데 코치는 후반에 다시 이재성을 올리며 전열을 정비했고, 준비한 것을 하자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수비가 흔들리는 부분을 어떻게 잡아가야 하나 그란데 코치와 이야기를 나눴었다. 김민우를 홍철로 바꾸고 좀 더 과감하게 가자고 했는데, 그란데 코치는 좀 더 기다리자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눴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한국은 후반 11분 기성용이 슈팅을 시도하며 찬스를 잡았지만 골키퍼에게 막혔고, 이후 후반 19분에는 이승우까지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그러나 실수가 이어지며 멕시코에 추가골까지 내줬다. 후반 21분 기성용이 공을 뺏기면서 멕시코의 역습이 시작됐고, 이후 로사노의 패스를 받은 치차리토가 장현수의 태클을 가볍게 벗겨내 정교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 준비 부족한 ‘트릭’, 완성도 차이가 승부 갈랐다

분명 신태용 감독이 들고 나온 변칙 전술은 신선했다. 스웨덴, 멕시코전 둘 다 예측할 수 없었고, 그래서 상대도 초반 15분은 당황해했다. 스웨덴전에서는 김신욱의 높이가 15분 정도 통했고, 멕시코전에서도 좌우 측면 황희찬, 문선민의 스피드가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완성도는 확실하게 떨어졌다. 오소리오 감독은 변칙에 빠르게 대응했고, 한국의 전술 변화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이에 멕시코는 초반 잠깐 흔들린 것을 제외하고는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쳤고, 전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이에 대해 오소리오 감독은 “내 생각에 한국은 훌륭한 팀이다. 우리가 받은 여러 보고서, 정보를 많이 취합했다. 한국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4-1-4-1 스웨덴전, 오늘 4-4-2 등이 있었다. 손흥민의 위치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봤다. 거기에 적응을 하려 했다”며 한국의 전술 변화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오랜 기간 멕시코 팀을 맡으면서 다양한 작전을 준비했고, 확실히 완성도에 차이가 있었다. 핵심은 선수들에 대한 파악 그리고 전술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오소리오 감독은 “나는 이 팀을 3년이나 맡았고,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 또 언제 어떻게 교체해야 하는지, 포메이션이 따라 어떤 선수가 필요한지, 측면 자원이 필요한지, 미드필더를 강화해야 하는지, 빠른 선수가 필요한지, 그런 상황에 따라 교체한다. 그리고 선수들 간의 경쟁을 유도한다. 주전이 보장된 선수가 있으면 안 된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려고 한다”며 멕시코가 강한 팀이 된 이유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신태용 감독의 ‘트릭’은 실패로 돌아갔다. 멕시코의 오소리오 감독은 신태용호의 변칙 작전을 너무 쉽게 간파했고, 이후 빠른 변화를 통해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결과적으로 급조된 변칙 전술은 완성도가 너무나도 떨어졌고, 트릭은 준비가 됐을 때만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진=게티 이미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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