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뚜렷해지는가 싶던 경계선이 오히려 더 흐릿해졌다. 이제는 우승 경쟁부터 상, 하위 스플릿 합류 경쟁, 강등권 탈출 경쟁까지 모두 안개 속에 빠진 상황이다.

강원 FC를 꺾고 부활에 성공한 포항 스틸러스는 상위 스플릿 합류를 목표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 맞대결 상대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FC 서울이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승리가 그만큼 절실하다.

ACL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서울과 2년 연속 하위 스플릿행은 없다고 외치고 있는 포항, 지난 라운드에서 나란히 반등에 성공한 두 팀의 표정이 어떻게 갈릴 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라운드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전북 현대의 독주 체제로 굳어지는 듯 했던 우승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전북과의 격차를 승점 3점으로 좁힌 것이다. 공교롭게도 제주는 지난 라운드에서 전북을 꺾고 밥상을 차려준 상주 상무와 맞대결을 펼친다.

이밖에도 나란히 승점 31점을 기록 중인 대구 FC와 상주 상무, 인천 유나이티드는 치열한 11위 탈출 경쟁을 펼친다. 세 팀 모두 쉽지 않은 상대를 마주한다. 상주는 10경기 무패행진을 이어온 제주와 맞붙으며, 대구는 전북과, 그리고 인천은 그동안 만나기만 하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수원 삼성과 맞대결을 펼친다.

[주간 K리그 30R 리뷰] ‘6경기서 25골’ 최다골 경신...진기록도 탄생

화끈한 골 잔치가 펼쳐졌다. 6경기에서 총 25골이 터지면서 올 시즌 하루 최다골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한 경기당 4골 이상의 득점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팀은 바로 포항이다. 궁지에 몰렸던 포항은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무려 5골을 터뜨리며 5-2 승리를 챙겼다. 6경기 만에 울린 값진 승전보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상위 스플릿 합류를 위한 희망의 불씨를 켰고, 그동안 미뤄오던 K리그 통산 500승이란 대기록도 함께 세웠다.

서울도 광주 원정길에 올라 오랜만에 화력을 뿜어냈다. 윤승원과 황현수, 오스마르가 나란히 골을 터뜨렸고, 상대의 자책골까지 더해져 4-1로 승리한 것이다. 인천 원정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했던 서울은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펠레 스코어도 두 경기에서 나왔다. 제주는 수원과의 맞대결에서 3-2로 승리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오랜만에 수원을 상대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울산도 대구와의 홈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외국인 공격수 3명(리차드와 수보티치, 타쿠마)이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했고, 대구도 주니오가 멀티골을 터뜨리며 추격에 앞장섰다.

제주의 알렉스는 K리그 역대 장거리 골 2위를 기록하며 재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알렉스는 수원전에서 전반 9분경 문전으로 롱패스를 연결했고, 신화용 골키퍼가 앞으로 나와 헤딩한다는 것이 바운드되면서 그대로 수원의 골문으로 향했다. 알렉스의 골은 82m로, 지난 2013년 인천 골키퍼 권정혁이 제주전에서 기록한 85m 골에 이어 장거리 골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북의 충격패도 이슈였다. 전북은 주중 상주를 홈으로 불러들여 최강희 감독의 200승 달성을 노렸다. 그러나 김민재의 퇴장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김호남에게 극적인 골까지 허용하면서 1-2로 쓰라린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종료 후 최강희 감독이 올 시즌 거취에 대해 언급하면서 전북 팬들에겐 여러모로 힘든 시간이 됐다. 

[주간 K리그 빅매치] 우승부터 스플릿, 강등권까지 모두 '안개 속'

# 전북 잡은 상주, ‘2위’ 제주의 아성까지 넘본다

상주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광주를 꺾더니 지난 라운드에서는 ‘대어’ 전북까지 잡는 데 성공했다. 전역자들이 대거 팀을 떠난 뒤 일궈낸 2연승이라 더 반갑다. 그동안 상주는 9월 위기설이 어김없이 불거졌었다. 전역자들이 대거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위기를 맞는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상주는 지난 13일 총 18명의 선수가 전역했다. 그러나 전력 누수에도 불구하고 막바지 힘을 쥐어짜고 있는 상주다. 위기의식이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것도 크지만, 주민규의 득점행진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주민규는 지난달 인천전을 시작으로 5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극장골의 달인’ 김호남까지 가세하면서 무서운 팀으로 변했다.

그러나 아직 방심할 수 없다. 10위로 올라서며 한 시름을 덜었지만, 여전히 진흙탕 싸움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주는 현재 승점 31점으로 대구(9위), 인천(11위)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 제주와의 2연전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주는 최근 10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K리그 최소 실점(27실점)과 함께 최다 득점(53득점) 2위를 기록하며 공수에 걸쳐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고 있고, ‘선두’ 전북과의 격차도 어느새 승점 3점으로 좁혔다. 우승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주중에는 그동안 만나기만 하면 고전했던 수원을 상대로 승리하며 자신감까지 충전했다. 지난 라운드에서 골맛을 본 진성욱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지만, 총알은 여전히 두둑하다. 알렉스와 윤빛가람, 조용형도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조성환 감독은 “현 순위에 개의치 않고 상주전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평정심을 유지했고, 김태완 감독은 “불사조 투혼을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10경기 무패행진의 제주와 2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상주, 이번 라운드에서 어느 팀의 상승세가 꺾일지 주목된다.

# 서울vs포항, 목표는 다르지만 승리는 절실

목표는 다르지만 승리가 절실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라운드에서 나란히 대승을 거둔 서울과 포항이 31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목표는 다르다. 서울은 리그 3위까지 주어지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위해 승리를 노리고 있고, 포항은 상위 스플릿 진출을 위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양 팀 모두 분위기를 반전했다. 먼저 홈팀 서울은 경인더비에서 패배한 것을 지난 광주전 4-1 대승으로 만회했다. 특히 그동안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윤승원, 박주영, 주세종이 모처럼 선발 출전해 모두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여기에 후방을 책임지는 양한빈, 황현수 등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어 고무적이다.

포항도 대승을 거뒀다. 강원과의 경기를 앞두고 5경기 무승(2무 3패)이라는 부진에 빠졌던 포항이 안방에서 강원을 5-2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자칫 하위 스플릿 행을 확정할 수도 있었던 경기였지만 포항은 저력이 있었고, 결국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래서 이번 경기가 더 중요하다. 핵심은 중원 싸움이다. 일단 서울은 하대성, 이명주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주세종, 오스마르, 이상호, 고요한, 이석현 등과 황금중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의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중원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의 중원도 단단하다. 손준호, 룰리냐, 무랄랴, 황지수 등이 버티고 있는 포항도 충분히 서울의 중원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핵심 선수는 역시 손준호다. 과거 포항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명주와 중원 싸움에서 손준호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포항의 승리도 예상할 수 있다.

해결사들의 맞대결도 관심사다. 서울에는 데얀, 포항에는 양동현이 있다. 나란히 16골로 리그 득점 2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두 골잡이가 이번 맞대결에서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선수 모두 최근 득점포가 잠잠한 편이어서 이번 경기를 통해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 

[주간 K리그 아더매치] 예측 불가 순위 경쟁, ‘진흙탕’ 싸움 펼쳐진다 

순위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이번 라운드에서는 진흙탕 싸움이 펼쳐진다. 강등권 탈출을 위한 경쟁도 흥미롭다. ‘최하위’에 놓인 광주는 강원을 안방으로 초대해 승점 사냥에 나선다. ‘11위’와 격차가 승점 11점으로 벌어졌지만,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단 각오다. 강원도 6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져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6위를 지키려는 강원과 12위 탈출을 노리는 광주 모두 양보할 수 없는 경기다.

강등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1위를 피하기 위한 몸부림도 치열하다. 대구와 상주, 인천이 모두 승점 31점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갈 길 급한 상황에서 인천은 그동안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수원을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최근 10경기에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인천은 복수를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대구는 주중 경기에서 상주에 역전패를 당한 전북을 마주한다. 울산에 패하며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린 대구는 또다시 높은 산을 마주하게 됐다. 전북은 대구전 승리로 지난 라운드의 충격패 만회와 최강희 감독의 200승 달성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단 각오다.

전남도 안심할 수 없다. 6경기 째 승리가 없는 전남은 대구를 꺾고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울산의 안방을 찾는다. 전남은 현재 승점 33점으로 8위에 랭크돼있지만, 대구, 상주, 인천이 맹추격하고 있다.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는 상황이다. 순간의 방심이 독이 될 수 있다.

[주간 K리그 승부예측] 분위기 반전 성공한 서울과 포항, 승자는?

서울 승 3명, 포항 승 2명, 무승부 1명
두 팀 모두 지난 라운드에서 상승세를 탄 만큼 예측도 팽팽했다. 홈 이점과, 친정팀 상대하는 황선홍 감독, 탄탄해진 중원이 서울이 포항을 꺾을 것이란 의견이 좀 더 많았지만, 간절함으로 똘똘 뭉친 포항이 승리를 이어갈 것이란 의견도 적잖았다.

# 주간 K리그 31R 일정

글=인터풋볼 취재팀
그래픽=유지선, 박주성 기자
사진=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 상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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