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이가 비슷한 선배 감독들에게 꼭 승리하고 싶다.”

윤정환 울산 현대 신임 감독이 강력한 출사표를 던졌다. 윤 감독은 3일 신문로 축구협회회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과거 올림픽 대표 및 국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황선홍 포항, 서정원 수원, 최용수 서울 감독을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40대의 젊은 감독들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본인이 지휘할 울산 현대의 축구에 대해 “힘, 스피드, 조직력이 접목된 축구, 영리한 플레이를 강조 하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요즘 K리그에는 닥공 축구, 무공해 축구 등 각 팀을 상징하는 축구 스타일이 있다. 윤 감독의 울산 현대는 어떤 축구를 할 것인가.

▲내가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보다는 내년에 우리 축구를 보고 언론이나 팬들이 명칭을 붙여주면 고맙겠다.

-울산은 철퇴축구로 유명했다. 윤 감독은 일본 사간도스에서 어떤 축구를 구사했나. 또 울산에서는 어떤 축구를 할 것인가.

▲조직적인 축구다. 수비에서 볼을 뺏고 공격으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축구에서 수비만 한다고 실점을 안 하는 건 결코 아니다. 또한 공격만 한다고 골을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이 항상 프로 정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많은 팬들을 즐겁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본에서 선수들 강하게 조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울산에서 동계 훈련 때도 그렇게 할 것인가.

▲그런 소문이 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혹독했다는 표현보다는 어려운 시기에 힘들게 훈련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에 많이 시킨 건 사실이었다. 동계훈련은 1년을 보낼 수 있는 밑바탕이다. 그 시기에 몸을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죽을만큼 시키지는 않는다(웃음).

-울산은 지난 30년 넘는 기간 대부분 고려대와 축구협회 라인들이 감독을 역임했다. 하지만 윤 감독은 라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본인은 어떤 것으로 울산 구단에 어필했나. 그리고 역대 감독들을 보면 항상 전임 감독들의 업적을 부정하고 선수단에 대폭적인 변화를 주면서 시즌 초반에 고전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라인 축협 출신 윤 감독은 그것과는 상관이없다. 무엇이 울산에게 어필 했나 역대 감독들은 늘 선수 구성에 변화 첫 시즌 어려움 어떤 선택할 것인가.

▲역대 울산 현대 감독들의 자료를 찾아봤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었다. 내가 맨처음 울산 구단으로부터 감독 제안을 받고 ‘내가 과연 이 팀에 맞을까’ 생각했다. 중요한 건 고대 연대 등 출신학교가 아니라 열정이다. 나도 울산 현대에 거부감이 약간 있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팀이 예전부터 거칠고 힘이 있는 축구를 했다. 나는 현역 시절 기술 축구를 했지만 사간도스에서는 스피드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현대 축구에 맞는 모습이다.

-우승을 원한다고 했다. 울산에서는 몇 년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보나.

▲모든 지도자들은 목표를 말한다. 그러나 목표가 다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일단 큰 목표를 설정하고, 선수 프런트 코칭스태프 ‘3위 일체’가 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팬들의 성원도 무척 중요하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겠다.

-지난 시즌 울산 축구를 평가한다면.

▲전반기에는 경기를 보지 못했고, 후반기에 몇 경기를 봤다. 선수들이 예전부터 해오던 특유의 스타일이 남아 있었다. 전임 조민국 감독이 울산의 조직력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나도 팀을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부분을 빨리 완성한다면 내년에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

-일본에서 지도자로 성공을 거뒀다. 지도철학이 무엇인가. 그리고 J리그와 K리그의 차이점을 설명해달라.

▲감독으로서 아직 어리기에 철학을 논하기는 좀 그렇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K리그는 J리그에 비해 스피드가 더 빠르다. 경기 템포, 선수 개개인의 스피드 모두 다 그렇다. J리그는 기술, 조직적인 측면에서 K리그보다 조금 앞선다. 그러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항상 한국 클럽들이 일본 클럽들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K리그에는 황선홍, 서정원, 최용수 감독 등 젊은 지도자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젊은 감독들의 장점이 뭐라 생각하나.

▲선배들의 활약을 나도 알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 어느 분야에서든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팬들도 원하는 부분이다. 젊은 감독은 미래가 많이 남아있기에 강하게 부딪힐 수 있다. 내가 K리그에 들어온 이상 그 선배들을 꼭 이기고 싶다. 그들은 나를 무서워할 것이다.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원래 울산 현대는 무서운 축구를 해왔다. 그 강점을 더 잘 살리겠다.
-사간도스는 인구 7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평균관중은 1만4000명이나 됐다. 울산은 올 시즌 K리그에서 관중 동원력이 중하위권이었다. 인기를 높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언론의 역할이 매우 크다. 나는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게 만들고, 지역 팬들과 스킨십을 더 강하게 하도록 이끌겠다. 선수들은 팬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나는 구단에 그부분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다. 지금 경기가 안 좋아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 보인다. 이 어려운 상황을 축구를 통해 풀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그런 것들이 해결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사간도스 시절 1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중도 경질됐다. 그 상황을 설명해달라.

▲회사의 입장이라는 게 있지 않겠나. 물론 나도 1위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매우 당황했다. 하지만 회사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들도 회사 잘 다니다 갑자기 잘릴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이해해달라. 혹시 정 굼금한 분이 있다면 사간도스 강화 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보셔도 되고(웃음).

-무서운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내년에 꼭 이기고 싶은 팀 또는 감독이 있다면.
▲감독을 말 하면 팀을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울산은 우승이 목표인 팀이다. 나도 우승하러 왔다. 어느 팀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모든 팀을 다 이기고 싶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연배의 선배 감독들은 꼭 이기고 싶다.

윤정환 울산 신임 감독이 김광국 단장(오른쪽), 선수 대표 김치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정환 울산 신임 감독이 김광국 단장(오른쪽), 선수 대표 김치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풋볼] 장혁 기자 reporter_1@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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