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성남FC 김학범 감독은 “99%의 사람들이 FC서울의 우승할 것”이라며 전력적 열세를 인정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최근 흐름도 서울이 괜찮았다. 현재 성남은 힘겨운 강등 플레이오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맞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김학범 감독은 “과거 성남을 이끌 때 서울에 패한 기억이 없다. 또, 우리 가슴에는 7개의 별이 있다”는 자부심을 나타냈다. 성남이 과연 1%의 가능성으로 어떻게 우승 타이틀에 다가설지 관심이 모아졌다.

막상 뚜껑을 열자 역시 학범슨의 팀이었다. 끈질긴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은 120분 동안 투혼을 불살랐다. 물론 위기도 있었고, 원했던 교체도 못했다. 승부차기를 대비, 연장 후반 1분을 남기고 김학범 감독은 박준혁 대신 준비했던 전상욱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볼이 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서울이 수비진이 볼을 후방으로 돌리며 성남의 교체를 막았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 성남은 천금 같은 1분을 놓쳤고, 승부차기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때 김학범 감독은 박준혁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고, 전상욱은 박준혁에게 ‘황금 레시피’를 전수했다. 이는 신의 한수였다. 박준혁은 오스마르, 몰리나의 킥을 막아냈고, 성남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선 김동섭이 침착히 골망을 흔들며 4-2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1분을 놓친 성남은 1%의 가능성을 잡았다. 지난 1999년(천안 일화), 2011년(성남 일화), 이번 2014년까지 통산 세 번째 FA컵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서울-성남, 숨막혔던 120분

성남 FC가 2014 FA컵의 주인공이 됐다. 성남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전후반 연장 포함 120분을 0-0 무승부로 끝낸 후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이로써 성남은 지난 2011년 이후 3년 만에 이 대회에서 우승했고,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출전 티켓도 얻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성남은 수비 라인을 위로 올렸고, 빠른 공격 전개로 서울을 압박했다. 반면 서울은 점유율을 높이고 주도권을 잡았다. 서울은 전반 12분 에스쿠데로의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성남은 1분 뒤 제파로프의 크로스에 이은 김동희의 터닝 슈팅으로 맞섰다.

전반 22분, 서울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서울이 시도한 롱 패스를 잡다 놓쳤고, 이때 문전 쇄도하던 서울 에스쿠데로가 이 공을 가로챘다. 에스쿠데로는 빈 골대를 향해 달려가 슈팅했으나 박준혁이 뒤늦게 태클을 걸어 공의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성남 수비수 곽해성이 이를 머리로 걷어내 위기를 넘겼다.

서울은 후반에도 공세를 폈지만 네트를 흔들지는 못했다. 10분 이상협의 중거리 슈팅은 빗나갔고, 25분 오스마르의 중거리 슈팅은 성남 골키퍼 박준혁 품에 안겼다.

그리고 35분. 우중간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 때 이상협의 킥이 골문을 향해 휘어져 들어갔고, 김진규가 이 공을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우측 골포스트를 맞고 튀었다.

결국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두 팀은 연장전에 들어갔지만 역시 골이 나지 않았다. 서울은 연장 전반 13분 이상협이 문전 우측에서 제파로프로부터 볼을 빼앗아 바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빗나갔다.

결국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서울은 오스마르, 몰리나가 실축했고, 김진규만 성공시켰다. 반면 성남은 정선호, 제파로프, 임채민, 김동섭이 모두 성공시키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 주요장면

서울 왼쪽 측면 수비수 고광민이 왼 측면을 돌파하며 전방에 있던 에스쿠데로를 향해 패스 했다. 에스쿠데로가 잡기 직전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먼저 잡았다 놓쳤다. 에스쿠데로는 볼을 다시 잡아 골문 향해 드리블 했고, 슈팅하려는 순간 박준혁이 다시 달려들어 태클로 방해했다. 에스쿠데로가 위력이 약해진 슈팅을 다시 이어가려는 순간 성남 수비수 곽해성이 골문 앞에서 헤딩으로 저지했고, 흘러나온 볼을 박준혁이 다시 잡으면서 성남은 위기를 넘겼다.

성남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하던 서울은 세트피스를 통해 활로를 찾으려 했다.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얻은 서울은 키커 이상협의 크로스가 빠르게 포물선을 그리며 문전으로 향했다. 재빨리 쇄도한 서울 수비수 김진규가 노마크 상태에서 헤딩슛 했으나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다행히 성남 임채민이 옆으로 보냈고, 이어 박진포가 멀리 차 냈다.

▲ 양 팀 감독 및 수훈선수 멘트
서울 최용수 감독, “힘들게 이 자리까지 왔으나 내가 부족해 우승을 놓쳤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팬들께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 마지막 순간에 내 판단 미스가 있었다. 오늘의 실패가 향후 우리 팀이 더 성장하는 데 밑바탕이 됐으면 한다. 우리나 상대나 모두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러다보니 교체 타이밍이 좀 늦었다. 경기 전부터 성남이 잠글 것을 알았다. 이런 상황에 우리 공격을 풀어줄 고명진 선수가 훈련 중 부상으로 빠진 게 아쉽다. 우리는 두 번이나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오늘 침체된 분위기는 빨리 잊고 수요일 포항전에 대비할 것이다. 포항은 우리와 K리그 3위를 놓고 다투는 팀이기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

성남 김학범 감독, “우리 팀에 이번 우승은 정말 중요했다. 시민 구단으로 첫 출발하는 시점에 FA컵 우승을 차지했기에 큰 의미로 다가온다. 선수들에게 가장 감사를 전하고 싶고, 팬들, 이재명 시장, 신문선 대표에게도 기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오늘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렸다. 뒤로 물러서지 말자고 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앞 선에서부터 압박을 했다. 그리고 라인을 잘 컨트롤 했다. 4강전에서 전북이 골대를 2번 맞히고 졌다. 오늘 경기 중 서울이 골대를 1번 맞히길래 이겼구나 생각했다. 연장전이 끝나갈 무렵 골키퍼를 전상욱으로 교체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안됐다. 하지만 박준혁의 몸이 더 빠르기에 그를 믿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이제 K리그는 2경기만 남았다. 우리의 목표는 클래식 잔류이고, 선수들을 믿기에 반드시 이뤄낼 것이다. ACL을 어떻게 준비하는 지 보여주겠다. 시민구단이 ACL에서 망신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이번 우승은 과거 화려했던 기업 구단 성남 감독으로 정상에 올랐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 다른 의미로 다가선다.”

MVP 박준혁, “경기 전 감독님과 동료들을 믿었다. 또한 구단 프런트들과도 한마음으로 뭉쳤다.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연장전이 다 끝나갈 무렵 상욱이형이 몸을 푸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 바뀌는구나’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끝까지 갔다. 승부차기 들어가기 직전 감독님이 파카를 입으시는 걸 보고 ‘아 나를 믿으시는구나. 내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늘 PK를 막은 것 외에는 경기를 잘 하지 못했다. 실수도 많았고. 승부차기 들어가기 직전 상욱이형이 서울 선수들의 PK 습관을 자세히 알려줬다. 예를 들면 오스마르는 공에서 가까이 서 있으면 오른쪽으로, 멀리 서 있으면 왼쪽으로 찬다고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랬다. 상욱이형이 비디오를 보면서 자세히 연구했던 내용이 큰 도움이 됐다. 나나 선수들은 이제 K리그 남은 2경기에 모든 걸 쏟아 부을 참이다. 2경기를 잘 치러 무조건 클래식에 살아남을 것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래픽=여정임

[인터풋볼=서울월드컵경기장]
한재현 기자 orangelland@interfootball.co.kr
이현민 기자 first10@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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