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민 기자= 꽁꽁 얼어붙을 것 같았던 K리그 이적 시장. 강원FC의 파격 영입 덕에 다행히 한파는 면했다. 대어는 아니지만 과거 명성을 떨쳤던 이름값 있는, 터질락 말락 미래가 보이는 자원들을 줄줄이 쓸어 담았다. 아직 진행형이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도민구단의 행보라 더 눈이 간다.

모든 구단이 강원, 매년 활발했던 전북 현대처럼 움직일 수 없다. 현재 각 구단은 주축 붙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신 필요 없는 자원은 정리대상이다. 영입이 있으면 출혈도 있는 게 이적 시장의 순리다. 트레이드의 목적은 ‘윈-윈’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특정 구단이 손해 본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물론 손해를 보려 장사하지 않는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부합하고 동시에 그 선수가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 후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최근 이적 시장 행보를 보면 구단이 그동안 추구해왔던 철학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존중이 추락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울산은 지난 14일 수비수 이용과 이재성을 전북에 내주고, 이종호-김창수-최규백을 데려왔다. 선수의 기량, 전술적 활용에 대한 판단은 구단과 감독의 몫이다. 문제는 이용, 이재성이 그간 울산에 몸담고 있었던 시간이다. 두 선수 모두 2010년부터 상주 상무 시절을 제외하고 2016시즌까지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주역이었고,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본인의 가치를 끌어 올렸다. 이용의 경우 불안한 슈틸리케호 우측 풀백 우선순위로 꼽힌다.

울산은 2016시즌을 앞두고 얼굴인 김신욱과 김승규를 이적시켰다. 시즌 중 임창우도 팀을 떠났다. 세 선수 모두 상대측에서 센 이적료를 불렀고, 본인들을 만족시킬 만한 연봉을 제시해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다. 김승규, 임창우는 유스인 현대고등학교 출신이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어린 선수를 키워 프로까지 활용하는 팀은 아니다. 최근에는 달라졌지만. 대신 굵직한 선수들이 나오면서 구단과 울산 지역의 자랑으로 꼽혔다. 그런 만큼 팬들 역시 아쉬움이 컸다.

2015년을 거울삼아 2016년 윤정환 감독 체제에서 나름 성공적 시즌을 보낸 울산이다. 윤정환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김도훈 감독이 앉았다. 리빌딩 중이다.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포항은 울산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경우다. 포항은 과거부터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왔다. 포철고등학교(현재 포철고)에서 정말 뛰어난 선수는 프로에 곧바로 올려 활용했다. 신광훈, 황진성이 그 경우다. 황진성은 2013년을 끝으로 작별했다. 신광훈은 아직 포항 소속이지만, 이적이 유력하다.

포항의 리틀 강철전사들은 신광훈, 황진성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신진호, 고무열,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 문창진, 이광혁이 대표적이다. 2012년 이명주를 시작으로, 2013년 고무열, 2014년 김승대가 3연속 영플레이어를 거머쥐었다.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포항은 2012년 FA컵 정상, 2013년 더블(FA컵, K리그)을 달성했다. 믿고 쓰는 포항산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였다.

황금기는 얼마 못 갔다. 2015년 황선홍 감독이 포항을 떠난 후 최진철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모기업의 긴축 재정 속에 없는 살림을 알뜰히 꾸렸다. 이때 포항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유스 철학은 유지했다. 그래서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실패였다. 막판까지 강등 위협이 노출됐고, 긴급 투입된 최순호 감독이 급한 불을 껐다. 매년 승승장구하던 유스도 흉작으로 비포장도로를 걸었다.

포항은 15일 과거 전남 드래곤즈에서 활약한 베테랑 이승희를 수혈했다. 그러나 16일 문창진이 강원 유니폼을 입게 됐다. 문창진은 장차 포항을 이끌어갈 기대주였다. 프로에서 꽃을 못 피웠으나 연령별 엘리트 코스를 거쳤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궁합이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축구인, 관계자들의 이야기였다.

이제 유스 중 간판이라 꼽힐만한 선수는 손준호, 이광혁뿐이다. 손준호의 경우 2016시즌을 앞두고 이적설이 돌았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이미 이적했을 수 있다.

이런 ‘딜’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결국, 돈에 따라 움직이는 게 프로지만, 서로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면 함께 할 수 없다. 구단과 구단, 구단과 선수, 이 사이 연결고리인 에이전트까지. 더 들어가면 연봉과 옵션 등 복잡하다. 이런 걸 파헤치자는 게 아니다. 그건 당사자들의 몫이고 존중받아야 한다.

울산과 포항 모두 K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가다. 전통에 얽매이거나 타성에 젖자는 게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 변화의 시작점이라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다시 한번 구단의 확실한 목표를 찾아야 한다. 두 팀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특히 K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이라면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매 시즌 슬로건으로 내걸지 않나.

‘우리 지역의 축구팀’이라고. ‘지역민들이 우리 지역 출신 누구 있어요?’ 물었을 때 뭐라고 답할 텐가. 지역 출신이 아니라도 좋다. ‘이 선수는 확실히 이곳에서 오래 뛰었네’라고 이야기할 만큼의 간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이라면 ‘나는 커서 저 형처럼 될 거야’라는 우리 미래들의 외침과 바람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진=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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