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그 누구에게나 시련은 찾아온다. 지난 시즌 기성용(27, 스완지 시티)도 그랬다. 여러모로 뒤숭숭했던 소속팀 상황 속에서 기성용의 입지엔 이상기류가 흘렀고, 새 시즌을 앞둔 지금도 그의 입지가 불안정한 건 사실이다. 올 여름, 그에게 전환점이 필요해 보인다.

오랜 만에 영국 현지에서 기성용과 관련된 소식이 전해졌다. 이적설이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1일 “스토크 시티가 지난 달 700만 파운드(약 105억 원)의 이적료로 기성용의 이적을 스완지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스완지가 기성용의 가치액을 올리며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기성용의 스토크행이 불발됐다는 이야기다. 스토크는 기성용의 영입에 실패하자, 리버풀의 조 앨런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이 협상은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어 “리버풀이 스토크의 조 앨런 영입 제안을 수락했다. 이적료는 1,300만 파운드(약 195억 원)다”고 전했다.

이적은 불발됐지만, 여러모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시즌 여러 가지 이유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그이지만, 이 이적설 하나로, 여전히 그가 EPL 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더불어 스완지의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도 다음 시즌 구상에 그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반대로는 아쉬운 소식이기도 하다. 스완지가 기성용을 놓아줬다면, 그에겐 축구 인생에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 EPL 진출 후 화려했던 3년

4년 전, 기성용의 EPL 입성은 성공적이었다. 2012년 8월 24일, 스완지는 당시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인 600만 파운드(당시 약 108억 원)로 기성용과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등번호는 앨런이 사용했던 24번을 달았다.

이미 두 시즌 반 동안 셀틱에서 영국식 축구를 경험한 그이기에 특별한 적응은 필요 없었다. 이적 후 4일 만에 리그컵 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또 다시 4일 후인 9월 1일 선덜랜드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EPL 데뷔전을 치렀다. 기성용은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첫 시즌 만에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고, 스완지가 리그컵 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스완지는 존조 셸비 등 경쟁자들을 영입했고, 감독과의 불화가 겹친 기성용은 선덜랜드로의 임대를 결정했다. 선덜랜드 임대 후 시련도 있었지만, 빠른 시일 내 자리를 잡았다. 특히 파올로 디 카니오 감독이 경질되고, 거스 포옛 감독이 부임한 후 기성용은 주전으로 올라섰다.

선덜랜드 임대는 확실히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첼시와의 리그컵 8강전에서 연장전 극적인 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이름을 EPL 내에 확실히 각인시켰고, 일주일 뒤 에버턴과의 리그 경기에선 EPL 진출 후 리그 첫 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당시 기성용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 엄청났다. 선덜랜드가 리그컵 결승전에 올랐을 때, 기성용은 공식 매치데이매거진이 선정한 선덜랜드의 ‘키플레이어’로 선정될 만큼 이목을 끌었다. 결승전이 치러질 당시 웸블리 스타디움 주변에 새겨진 기성용의 얼굴은 필자에게도 큰 자부심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선덜랜드에서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마친 기성용은 스완지로 당당히 복귀했고, 2014-15 시즌 리그 개막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침몰시키는 리그 개막 첫 번째 골을 터트렸다. 시작부터 시원했던 기성용은 리그 33경기 8골, 컵대회 포함 10골을 터트리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시즌을 마쳤고, 그 해 팬들이 선정한 스완지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 화려했던 3년 뒤, 시련의 1년

2014-15 시즌, 기성용의 화려했던 시즌이 끝난 후, 기성용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선 아스널이 기성용을 원한다는 이적설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기성용은 “팀과 재계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의 팀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이적에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빅클럽 이적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적에 필요성을 못 느낀 기성용의 선택은 잘못된 생각이었을까. 스완지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던 그는 한 시즌 만에 EPL 진출 후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개리 몽크 감독이 경질되고,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이 부임한 후 급격히 흔들렸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지난 2월 뇌진탕 증세와 발목 부상이 겹친 뒤 계속해서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에 영국 웨일스의 현지 언론들은 기성용에게 연이어 혹평했고, 팀을 떠나야할 선수로 분류하기도 했다.

다가올 새 시즌도 밝다고 볼 수 없다. 귀돌린 감독이 스완지와 재계약을 체결했고, 스완지는 기성용의 경쟁자인 르로이 페르를 완전 영입했다. 지난 시즌 귀돌린 감독이 구사한 전술만 봤을 땐, 확실한 그의 자리는 현재로선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 EPL에서의 4년, 전환점이 필요한 때

기성용의 나이는 27세, 한국 나이로는 28세다. 축구 선수로선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만약 기성용이 다음 시즌에도 중용을 받지 못한다면, 그 스스로와 우리에게도 크나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만약, 입지에 이상기류가 있고, 다음 시즌의 전망도 밝지 않다면, 전환점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그가 EPL 두 번째 시즌 만에 선덜랜드로의 임대를 택했던 것처럼 말이다. 당시에도 실력의 문제가 아닌, 감독, 전술상의 부조화 등의 이유로 임대를 결정했고, 새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물론, 이적이 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귀돌린 감독의 축구에 적응하고, 당당한 주전 경쟁을 통해 자신을 입증하는 길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기성용도 지난 5월 파주 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축구는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계약 기간이 남아 아직 (이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니다”고 이적이 1순위가 아니라 주장했다. 

그렇다면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웨일스의 ‘사우스 웨일스 이브닝 포스트’는 지난 5월 “기성용은 최고의 몸 상태일 때는 우아하고, 창조적이며, 효율적인 축구를 한다. 그는 다음 시즌엔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EPL 진출 5년 차를 맞이하는 기성용. 입지가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전환점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건, 스토크에서 영입 제안을 할 만큼, 그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그가 이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또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웨일스온라인 캡쳐, 서재원 기자,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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