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Bratain+exit)’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발표에 EPL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가 23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현지시간)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서 진행됐고, 현재 한창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최종 개표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24일 오후 3시 쯤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가 이 결과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는 영국과 유럽을 넘어 세계 경제와 정치 판도까지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의 결과는 축구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EPL과 그 선수들이다. 

# 브렉시트와 EPL의 관계

필자가 영국에서 거주하면서, 유럽 친구들에게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EU라는 연결고리였다. 그들은 EU라는 공동체란 이유로 아무런 제약 없이 영국에서 살 수 있었고,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도 큰 걸림돌이 없었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힘겹게 워킹비자를 받았고, 한정된 기간 동안만 영국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이 차이는 축구와도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현재 영국이 EU 회원국이기 때문에, EU 소속의 유럽 선수들은 특별한 비자(워크퍼밋) 없이도 EPL 무대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경우 복잡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비자를 받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EPL 진출에 제약이 많이 따른다. 실제로, 지난해 김보경(現 전북 현대)은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해 블랙번 입단이 무산됐고, 영국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게 된다면, 유럽 선수들 모두가 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기존에 자국선수와 동등한 취급을 받던 유럽 선수들이 한 순간에 외국인 선수로 분류되고, 이들 역시 한국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워크퍼밋이 필요하게 된다.

# 워크퍼밋의 기준과 그 영향은?

영국 ‘BBC’는 지난 3월 “브렉시트의 결과에 따라 EPL에 엄청난 영향이 끼칠 것이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015-16 시즌 기준, 잉글랜드와 스코트랜드에서 뛰는 332명의 선수가 현재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시 말해, 만약 브렉시트가 결정된다면, 약 3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워크퍼밋 발급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워크퍼밋 발급 기준은 FIFA랭킹과 최근 2년간 A매치 출전율을 기준으로 두고 있는데, FIFA랭킹 10위권 내 국가의 선수들은 A매치 30%, 11~20위 국가의 선수들은 45%, 21~30위는 60%, 31~50위는 75% 등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워크퍼밋이 발급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빅클럽들은 당장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다. 빅클럽에서 뛰는 대부분의 유럽 선수들은 워크퍼밋을 위한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EPL 중하위권 팀들이다. 팀을 구성하고 있는 유럽 선수들 중 대다수가 국가대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BBC’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애스턴 빌라, 왓포드와 같은 팀들은 베스트11을 꾸리기도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EPL 측은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EPL의 리차드 스쿠다모어 회장은 지난 20일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은, 그동안 ‘개방’을 목표로 했던 EPL의 노력에 반대되는 일이다. 우리가 EU와 대립하는 것은 모순이다”고 주장했다. 

축구계도 주목하고 있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 영국인들의 손에 의해 결정될 이 결과에 따라, EPL과 EPL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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