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셰필드 웬즈데이가 브라이튼 앤 호브 앨비언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고, EPL 승격까지 단 한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어쩌면 다음 시즌 EPL에서 볼 수 있는 셰필드, 그들은 대체 어떤 팀일까?

셰필드가 기적을 일으켰다. 셰필드는 지난 17일(한국시간) 영국 브라이튼에 위치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이튼과의 2015-16 잉글리시 챔피언십 PO 2차전에서 1-1로 무승부를 거뒀다. 홈에서 치러진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던 셰필드는 합계 3-1 승을 기록했고, 결승에 진출해 헐시티와 EPL 승격을 두고 다투게 됐다.

사실 셰필드의 결승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표면상 드러난 브라이튼과의 격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브라이튼은 승점 89점, 3위로 PO행 자격을 얻은 반면, 셰필드는 승점 74점, 6위로 PO행 막차를 탔다. 더욱이 브라이튼(골득실 +30)은 2위 미들즈브러(승점 89, +32)과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차로 3위로 밀려 자동 승격의 기회를 놓친 팀이었다.

그러나 6위 셰필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3위 브라이튼을 꺾었고, EPL로의 승격 확률을 상당히 높였다. 이제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4위로 PO에 진출했던 헐시티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양 팀은 이번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1-1,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현재 셰필드와 헐시티 모두에 각각 50%의 승격 확률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 '셰필드 연고' 셰필드시, 영국 축구의 '역사적 도시'

셰필드가 연고로 하고 있는 셰필드시는 영국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다. 영국 최초의 축구 클럽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팀은 지금 설명하고 있는 셰필드(웬즈데이)는 아니다.

그 주인공은 셰필드FC다. 셰필드FC는 현재 노던 프리미어리그(Nortern Premier League, 7-8부 리그 격) 소속이지만, 1857년에 창단된 세계 최고령 클럽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지난 2004년 셰필드FC를 세계 최초의 축구 클럽으로 인정했고, 2007년 창단 150주년 기념식에 제프 블래터 전 회장은 “셰필드FC는 전세계 축구클럽의 아버지와 같다. 셰필드FC를 통해 오늘날 매 주말 30만 클럽이 경기를 하게 됐다”고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셰필드(웬즈데이)도 분명 셰필드FC의 영향을 받았다. 셰필드FC의 탄생은 영국 셰필드 지방에 축구 열기를 높였고, 이에 힘입어 10년 뒤인 1867년 셰필드가 창단됐다. 셰필드 역시 잉글랜드 축구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가장 오래된 클럽 중 하나고, 아마추어를 제외한 프로팀 중에선 노츠 카운티(1864), 노팅엄 포레스트(1865)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클럽이다.

# 셰필드의 탄생...웬즈데이(수요일)의 의미는?

셰필드의 기원은 크리켓 클럽에 있었다. 영국 셰필드 지역지 ‘셰필드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1820년에 창단됐던 웬즈데이 크리켓 클럽(The Wednesday Cricket Club)이 1867년 9월 4일 셰필드에 위치한 알델피 호텔에서 축구 클럽의 창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셰필드의 이름도 크리켓 클럽에서 가져왔다. 웬즈데이 크리켓 클럽의 명칭에 따라 웬즈데이 풋볼 클럽(The Wednesday Football Club)이란 이름으로 창단됐고, 1929년 셰필드 웬즈데이 풋볼 클럽(Sheffield Wednesday Football Club)로 개명됐다.

그렇다면 셰필드의 구단 명칭에는 왜 ‘웬즈데이(수요일)’가 들어갈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셰필드의 모태가된 웬즈데이 크리켓 클럽은 주로 매주 수요일 오후에 경기를 치렀고, 자연스럽게 웬즈데이가 붙여지게 됐다. 셰필드는 단순히 그들의 모태가 된 크리켓 클럽의 명칭을 따랐고,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게 됐다. 현재, 셰필드는 잉글랜드 클럽 중 유일하게 구단 명칭에 요일이 들어가는 클럽이기도 하다.

# 셰필드와 힐스보로 참사

오랜 역사를 지닌 셰필드지만, 현재는 2부 리그 소속이다. EPL 출범(1992-93) 초창기 멤버였던 셰필드는 1999-2000 시즌 19위르 차지하며 2부로 강등됐고, 이후 2부와 3부(리그1)을 오가며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혔다.

그러나 셰필드의 경기장만큼은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셰필드의 홈 경기장인 힐스보로 스타디움은 ‘힐스보로 참사’가 발생했던 그 장소이기 때문이다. 힐스보로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힐스보로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4강전에서 리버풀 팬 96명이 압사한 사건을 말한다.

최근 셰필드의 힐스보로 스타디움이 다시 재조명을 받는, 의미 있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단순 사고사로 기록됐던 힐스보로 참사에 대한 판결이 21년 만에 번복됐고, 경찰의 태만에 의한 과실치사라는 판결이 났다. 이 판결로 인해 사고 후 27년 만에 유족들은, 그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셰필드FC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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