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골키퍼는 이제 더 이상 기피 포지션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축구에 있어서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우리는 골키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터풋볼'이 준비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초의 무실점 경기 골키퍼이자, 골키퍼의 스타플레이어 시대를 열었던 '레전드' 최인영이 차원이 다른 축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주]

오랜만에 프로축구 2부 리그 경기를 직접 관람하게 됐다. 사는 지역이 고양이다 보니 고양 자이크로FC 경기를 보는 것은 당연한 일. 한 2년 전만 해도 가끔 경기를 보곤 했지만 용인축구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차에 영국, 독일에서 온 친구들과 주위사람들을 대동해서 축구 본고장에서 온 친구들과 한국프로축구를 만끽하려고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상대는 대전 시티즌, 고양경기장을 찾아가는 길은 너무나 조용했다. 어떤 홍보물도 없는 주위를 보면서 ‘오늘 경기를 하는 가?’ 할 정도로 조용했다. 안내데스크에 물어 볼 정도로 경기기장 분위기는 경기를 하는 것 같지 않았다. 1인당 1만원의 티켓. 5만원을 투자해서 축구장을 찾은 축구장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날 본 경기를 대상으로 소감을 쓰려고 한다.

운동장에 들어서서 처음 대면한 의자는 먼지가 쌓여 있어 휴지로도 닦을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간신히 의자를 닦고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관중 수를 세워봤다. 관중을 손으로 세워볼 정도로 관중이 없었다. 얼추 200여명. 공식발표도 271명이었으니 어느 정도 정확도가 있었다.

친구들과 독일 분데스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그 나라 축구 문화와 관련 된 대화를 나누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슛다운 슛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건 돈을 지불하고 들어온 관중을 위한 경기가 아니었다. 아니 경기장을 찾은 관중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과연 선수들이 경기를 위한 몸 관리나 전술, 전략이나 짜고 나왔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또 하나의 충격, 휴식시간에 구매한 음료수 가격이었다. 편의점 보다 2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계속된 실망에 지켜본 후반전, 대전이 전반 39분경 선취골을 터트려 앞으로 뭔가 변화가 있지 않겠나하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결국은 기대감을 무너트렸다. 고양은 실점 후에도 공격을 강화하지도 않고 부딪쳐 넘어지면 일어나지도 않고 넘어져 있어 닥터가 들어가면 일어나 나왔다가 바로 들어가 뛰는 모습. 지고 있으면 빨리 일어나 재차 공격을 해야 하거늘 도대체 어떤 의지도 보지 못했다.

이런 경기를 90분 내내 지켜본 소감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단이나 지도자나 선수들이나 어떤 생각으로 경기를 임했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필자 자신이 축구인 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어떤 축구팬이 이런 경기를 보고 다음에 시간 내서 축구장을 다시 찾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관중 숫자가 적더라도 들어온 관중을 위한 최소한의 경기력을 보여 관중이 만족을 느낄만한 경기를 선 보여야 한다.

또 최소한 관중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라도 해야 한다. 어떤 선전물도 없는 경기장 밖 분위기, 운동장 내 의자 청결 문제도 노력해야한다. 구단과 지도자 선수들이 힘을 합쳐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지역민과의 소통을 통해 연고팀 팬들을 끌어 모으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한국 프로축구가 살아야 현재 학원 축구를 통해 성장하는 선수들에게 미래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본 오늘의 경기가 한국프로축구를 다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팬들에 사랑받는 프로축구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팀들이 프로축구다운 경기를 보이지 못하여 팬을 끌지 못하고 있고 이것을 현실로 목격했다는 점이다.

우리 축구인들이 축구를 발전시키지 못하면 누가 발전시킬 것이지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글=최인영(용인축구센터 골키퍼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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