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한국과 쿠웨이트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 8차전이 몰수 경기로 결정됐다. 이는 한국이 국제 대회에 몰수승을 거둔 최초의 사례로 기록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7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달 29일 치러져야 했던 한국과 쿠웨이트의 월드컵 2차 예선 8차전을 한국의 3-0 몰수승으로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쿠웨이트의 징계로 인한 조치였다. FIFA는 지난해 10월 쿠웨이트 정부가 체육단체에 행정 개입이 가능토록 법안을 개정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지난 1월 쿠웨이트와 미얀마의 경기에 이어 한국과의 경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그러나 쿠웨이트는 FIFA의 징계에도 법안을 개정하지 않았고, 결국 몰수패란 결과를 받아들여야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축구의 역사가 새롭게 바뀌었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몰수승이 가져온 결과를 나열했다.

#1. 몰수승은 사상 최초

한국이 몰수승을 거둔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1948년 축구대표팀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몰수승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 추가된 무실점 기록

쿠웨이트전 몰수승에 따라 한국 대표팀의 역대 최다 무실점 기록도 자동으로 1경기를 더하게 됐다.

즉 지난 3월 29일 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1 : 0으로 승리하면서 작성했던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은 9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로 바뀐다. 또 역시 최다였던 9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 숫자도 10경기로 늘어나게 된다.

경기를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추가되는 기록이라 의미는 약하지만, 어찌됐든 공식적으로는 최다 기록을 경신하는 셈이다. 물론 출전 선수도, 득점 선수도 기록에는 없는 3 : 0 무실점 승리다.

#3. 더블 헤더(?)는 피했다

한국과 태국의 친선경기는 월드컵 예선 쿠웨이트전의 대체경기였기 때문에 당초 날짜대로 3월 29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태국축구협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이틀 앞당긴 3월 27일로 날짜를 옮겼다. 만약 예정대로 3월 29일 열렸다면 한국 대표팀은 공식 기록상으로는 하루에 두경기(태국전, 쿠웨이트전)을 치르는 희한한 사례를 남길 뻔했다.

#4. 몰수패는 있었다

몰수승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몰수패는 한번 있었다. 1960년 4월 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로마 올림픽 아시아 예선 대만과의 경기 중에 심판의 계속되는 편파 판정에 흥분하던 한국 선수들은 0 : 1로 뒤지고 있는 페널티킥까지 선언 당하자 급기야 심판을 폭행하고 말았다. 경기는 중단됐고 FIFA는 며칠뒤 한국의 몰수패를 선언했다.

#5. 몰수무도 있었다

1987년 6월 10일 경남 마산의 공설운동장에서는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한국과 이집트의 경기가 열렸다. 0 : 0으로 진행되던 전반 29분쯤 ‘6월 항쟁’에 나선 학생, 시민들이 경기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경찰도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최루탄 연기가 축구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양 팀 선수들은 물론 심판, 관중들까지 눈과 코를 막은 채 피신했다. 결국 대회본부는 경기 중단과 함께 몰수 경기를 선언하고 0 : 0 무승부로 처리했다.

경기장내 관중의 난동이 아닌 경기장 바깥 인파의 시위와 최루탄 발사로 몰수경기가 선언된 것은 세계 축구사에도 유일무이한 사례로 전해진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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