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고, 이제 각 팀들의 운명이 결정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승 경쟁도 치열하지만, 강등을 면하려는 하위권 팀들의 경쟁 또한 그에 못지않고, 강등이 확정되는 팀과 잔류에 성공하는 팀이 가려지게 된다.

EPL 32라운드 일정이 모두 종료됐고, 이번 주말 33라운드가 진행된다. 레스터 시티가 지난 3일(한국시간) 치러진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웨스 모건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기록하며, 리버풀과 비긴 토트넘 홋스퍼(승점 62점)와의 격차를 7점으로 벌렸고, 우승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치열한 선두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강등권 경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3라운드를 기점으로 공식적으로 남은 일정은 팀별 6경기씩(혹은 7~8경기). 이 경기 결과에 따라 EPL과 안녕을 고하는 팀이 결정된다.

# 강등과 잔류, 한 끗 차이로 바뀌는 클럽의 운명

잔류와 강등. 이는 분명 한 끗 차이다. 한 경기의 결과에 따라 잔류와 강등이 결정되곤 한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17위로 강등을 겨우 면한 애스턴 빌라의 승점 38점, 반면 18위로 아쉽게 강등된 헐시티의 승점은 35점이었다. 헐시티의 골득실차(-18)가 빌라(-26)보다 높았기 때문에, 만약 헐시티가 시즌 중 1승만 더했으면 두 팀의 운명이 바뀔 수 있었다.

이는 지난 시즌의 일만은 아니었다. 최근 5년간의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17위와 18위의 차이는 모두 승점 3점 이내에서 결정됐다. 특히 2010-11 시즌 17위 울버햄튼 원더러스(승점 40점)와 18위 버밍엄 시티(승점 39점)의 격차는 단 1점밖에 나지 않았고, 2011-12 시즌에도 17위 퀸즈파크 레인저스(승점 37점)와 18위 볼턴 원더러스(승점 36점)의 차이 역시 1점이었다.

이번 시즌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강등권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왔지만, 이 경쟁은 시즌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강등권인 18위(선덜랜드, 승점 27점)와 마지노선인 17위(노리치, 승점 31점)의 격차는 4점. 그러나 선덜랜드가 노리치보다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이기에 실질적인 승점차는 1점이 될 수 있다.

# 그 한 끗 차이가 불러올 수 있는 파장

이처럼 강등과 잔류는 한 끗 차이지만, 이 차이로 클럽의 운명이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다.

강등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돈이다. 챔피언십(2부 리그)로 강등되는 순간, 구단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계권료 수익을 벌어들일 수 없다. 중계권료를 포함해 스폰서, 마케팅, 티켓 수입 등의 차이만 따져도 약 1,000억 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실제로 2011-12 시즌을 끝으로 EPL을 떠난 볼턴은 최근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며, 파산의 위기까지 직면한 바 있다.

강등의 문제는 관심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기자가 EPL 통신원으로 활동했던 2013-14 시즌, 한 시즌 전 강등됐던 QPR 구단을 1년 만에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QPR의 분위기는 EPL에 있던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항상 기자들로 가득했던 QPR의 미디어룸은 한산했고, 매 경기 가득 찼던 관중석도 곳곳에 빈자리가 상당했다.

이처럼 강등되는 순간 그 팀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기 마련이고, 과거 리즈 유나이티드, 포츠머스 등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 남은 6경기...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클럽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잔류와 강등. 앞서 말했듯이 강등권의 윤곽은 어느 정도 나왔다. 승점 16점으로 최하위를 기록 중인 빌라의 강등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남은 두 자리를 두고 뉴캐슬(승점 25점), 선덜랜드(승점 27점), 노리치(승점 31점), 등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이 소속된 크리스탈 팰리스(승점 34점, 16위)도 안심할 수 없다. 비록 18위 선덜랜드와 7점, 즉 세 경기 이상의 차이가 나지만 남은 경기에서 기적인 힘을 발휘해 치고 올라오는 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기적의 잔류는 지난 시즌 레스터가 보여줬다. 올 시즌 레스터의 우승 가능성도 EPL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지만, 지난 시즌 레스터의 시즌 막바지 행보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확히 1년 전이었다. 지난 시즌 32라운드까지 최하위에 놓여있던 레스터는 가장 유력한 강등 후보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엄청난 괴력을 보이며 최종 순위를 14위로 마무리했다.

레스터가 마지막 8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6승 1무 1패. 승점으로 따지면 마지막 8경기에서 무려 19점을 획득했고, 이는 디펜딩 챔피언 첼시가 마지막 8경기에서 얻은 16점,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7점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기적의 잔류는 지난 시즌 레스터뿐이 아니었다. 2년 전, 선덜랜드의 잔류도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2013-14 시즌 33라운드까지 최하위(승점 25점)에 있던 선덜랜드는 3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 무승부를 시작으로, 첼시, 카디프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등을 상대로 4연승을 기록했고, 역시 1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때문에 이번 시즌의 그 어느 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레스터와 선덜랜드가 지난 2년 사이 보여줬던 기적이 또 다시 재현될 수 있고, 그 기적에 따라 클럽의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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