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Spoiler alert! 영화가 개봉하면 너도 나도 스포일러를 피해 다니기 일쑤다. 이제는 영화를 넘어 드라마나 예능까지 어느 누구도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스포츠에는 착한 스포일러가 필요한 법. 연극배우 윤찬호가 전하는 축구 예고편. 진짜 스포일러가 될지 아니면 헛다리만 짚게 될지 지켜봐 주기 바란다. "OO가 범인이다!" [편집자주]

A매치 휴식기를 마치고 4월 2일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경기가 펼쳐진다. 서울은 전북과의 클래식 개막전 패배 이후 ACL 조별예선 산둥 루넝전과 클래식 2라운드 상주전에서 4골씩 득점하며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다. 인천은 제주전과 포항전을 연달아 패하며 시즌 초반이지만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 최저실점을 기록한 인천이지만 벌써 5실점이나 하며 체면을 구겼다.

두 팀 간의 경기는 일명 ‘경인 더비’라고도 불리는 라이벌전이다. 양 팀의 유니폼 색깔로 인해 밀라노 더비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지난 시즌 경인 더비의 승자는 서울이었다. 서울은 지난 시즌 인천을 상대로(FA컵 결승전 포함) 3승 1무를 거두며 우위에 올랐다. 홈에서는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인천으로서는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상황이다.

# 인천을 거친 서울의 선수들: 김원식, 유현 그리고 데얀

지난 시즌 경인 더비 중 가장 치열했던 경기는 역시 FA컵 결승전이었다. 서울은 전년도 FA컵 결승전에서 성남FC에 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인천은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결승전에 사활을 걸었다. 결과는 3-1 서울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 순간 관중석에는 김원식이 있었다. 서울에서 임대 이적해 인천의 결승행을 이끌었던 김원식은 계약 문제로 인해 벤치에도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인천의 패배를 바라봐야 했다. 원 소속팀의 우승을 지켜보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이 경기에서 인천의 골문을 지켰던 유현은 올 시즌 서울에서 부 주장까지 맡으며 맹활약 중이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5경기에 풀타임 출장하며 서울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둘 뿐 아니라 서울에는 인천을 거쳐 온 선수들이 많다.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명으로 평가 받는 데얀은 2007년 인천을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서울로 이적하며 서울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가 됐다. 데얀은 자신의 100호 골을 인천을 상대로 기록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데얀의 파넨카킥에 무너졌던 골키퍼가 유현이다.

이 경기에서 인천의 주장 완장을 찼던 정인환 역시 올 시즌 서울로 이적했다. 2013년 인천에서 데뷔하며 슈퍼 루키라는 찬사를 받았던 이석현도 지난 시즌부터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2년차 징크스와 부상 등으로 인해 한동안 부진했던 이석현은 올 시즌 두 경기에 교체 출장해서 두 골을 성공시키며 부활을 예고했다.

# 세트피스를 경계하라

서울은 지난 시즌 초반 ‘이진법 축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안고 있었다. 득점 숫자에 0과 1만 기록하던 부진한 성적을 빗댄 표현이었다. 올 시즌 서울은 벌써 18골을 득점하며 오명을 씻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이진법 축구’라는 별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득점이 아닌 실점을 빗댄 기분 좋은 별명이다. 서울은 아직까지 두 골 이상 내준 경기가 없다.

이렇게 견고한 수비를 선보이는 서울이지만 빈틈은 있다. 바로 세트피스다. 올 시즌 서울의 3실점은 모두 코너킥 상황에서 벌어졌다.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김신욱을 막지 못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 산둥 루넝과의 경기에서는 코너킥 이후에 이어진 상황에서 수비 조직력이 급격히 무너지며 실점을 허용했다.

세트피스 상황이 불편한 것은 인천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5실점 중 4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허용했다. 1라운드 제주전에서는 3골 모두 세트피스로 헌납했다. 유현이 떠난 골키퍼 포지션에 든든한 선수를 수혈하지 못한 데다 조수혁마저 부상으로 잃으며 수비라인이 급격하게 무너진 인천이다. 게다가 서울은 홈에서 벌어진 두 경기에서 세트피스로 4골이나 성공시켰다. 세트피스를 단단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 인천, 서울 상대로 스리백 가동할까

지난 1, 2라운드에서 서울을 상대한 팀들은 모두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전북은 최철순과 이호를 최종 수비로 출전시키며 데드리아노 투톱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상주도 스리백을 가동했던 전반전에는 서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하며 후반 반격을 위해 포백으로 전환했지만 오히려 서울에게 경기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인천에게도 스리백은 낯선 전술이 아니다. 지난 시즌 포백과 스리백을 적절히 혼용하며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은 사흘 뒤 산둥과의 ACL 조별예선 경기가 예정 되어 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조 1위를 조기 확정 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경기다. 따라서 인천과의 경기 진행 상황에 따라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싶은 상황이다. 인천이 스리백을 활용하며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리고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초조해지는 것은 서울이다. 인천으로서는 수비에 집중하다가 후반 막판에 역습을 통해 골을 노려야 한다.

올 시즌 첫 경인 더비에서는 어느 팀이 웃게 될까. 서울이 승리하며 초반의 파죽지세를 이어나갈지 인천이 초반의 부진을 씻어내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 서울vs인천, 예상 라인업

글=윤찬호(창작집단 라스) 칼럼니스트
사진=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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