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2014 FIFA(국제축구연맹)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본선 카운트 다운이 계속되면서 홍명보호의 담금질도 서서히 클라이막스에 치닫고 있다. A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지난 14일부터 오는 2일까지 진행되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서 국내파 위주로 23명의 명단 편성했다. 유럽에서 뛰는 해외파들이 주가 되는 대표팀 현실에서 몇 자리 안 되는 국내파들의 브라질 본선행 티켓 생존 경쟁은 시작되었다. ‘인터풋볼’은 바늘 구멍과 같은 홍심을 얻으려는 23명 선수들의 마지막 도전을 조명한다.

2012년 8월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딴 한국 올림픽대표팀. 그러나 단 한 사람은 웃을 수 없었다. 사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인데, 뜻하지 않게 국제적 논란이 됐다. ‘독도’라는 꼬리표는 늘 따라다녔고, 언론과 팬들의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6개월의 긴 시간 끝에 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제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제2의 진공청소기로 불리며 올림픽을 주름잡았던 박종우(25, 부산 아이파크). 이제 그가 월드컵이라는 더 큰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HISTORY] 산전수전 다 겪은 박종우, 인생 2막에 서다

박종우는 2010년 부산을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이듬해 안익수 감독이 부임하면서 주전으로 발돋움, 차세대 미드필더로 주목받았다. 현역 시절 명수비수였던 안익수 감독의 조련을 받은 박종우는 2012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 승선, 기성용(선덜랜드)과 함께 막강 중원을 구축했다. 기성용이 공수 조율과 패스로 공격의 물줄기 역할을 했다면, 박종우는 자신의 장점인 풍부한 활동량과 커팅 능력, 수비 가담에 이은 백업 플레이를 펼쳤다. 그야말로 환상의 하모니였다.

이후 박종우는 A대표팀에 승선했고, 기성용과 함께 앞으로 한국 중원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독도 세리머니’로 정신적인 부담이 가중됐다. 본인은 애써 부인했으나 플레이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대표팀과 K리그에서 추진력을 잃었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 2군으로 강등되는 수모도 겪었다. 좀처럼 헤어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2월 IOC로부터 동메달을 받으며 꼬였던 실타래가 풀렸고, 5월 새 신부를 맞았다. 9월에는 예쁜 딸까지 얻었다. 정신적인 부담을 덜고, 새 가정도 꾸리면서 플레이도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부산의 극적인 상위 스플릿행에 일조했고,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다졌다.

[SURVIVAL MISSION] 기성용 파트너, 내가 접수한다

현 대표팀의 최대 격전지는 중앙 미드필더다. 이번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는 국내파 위주로 소집됐는데 박종우를 비롯해 이명주(포항), 이승기(전북), 송진형(제주), 이호(상주),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이 있다. 여기에 기성용, 구자철(마인츠), 김보경(카디프시티) 등 해외파까지 가세한다면 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

런던 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박종우는 기성용의 No.1 파트너였다. 그러나 잠시 주춤한 사이 수많은 경쟁자가 생겼고, 지난해 말이 되어서야 서서히 본 모습을 찾았다. 박종우의 최대 장점은 앞서 언급 했듯 활동량과 커팅력이다. 많이 뛰면서 상대를 괴롭히고, 패스 줄기를 끊어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는 게 주 임무다.

26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전에 출전한 박종우는 공격적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명주와 확실한 임무 분담이 안 됐고, 공격을 풀어가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홍명보 감독은 박종우를 단순히 기성용의 파트너가 아닌 대체자까지 생각하고 있다. 본선에서도 그렇고 본선을 준비하면서 어떠한 변수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현대축구는 한 포지션이 아닌 멀티를 요구한다. 박종우는 조금 더 창의적이고 경기를 영리하게 풀어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브라질행이 한발 더 가까워진다.

[CHEERS] "돈주고 살 수 없는 경험, 브라질의 밑거름 될 것" From 부산 아이파크 감독 윤성효

소리 없이 강한 부산의 힘은 박종우에서 비롯된다. 윤성효 감독은 부산 전술의 구심점을 박종우로 꼽는다. 이미 수비력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윤 감독은 지난해 박종우에게 공격적인 주문을 많이 했다. 김익현을 홀딩으로 두고, 박종우에게 ‘Key’를 맡겼다. 공수 연결 고리, 좌우 전개, 날카로운 오른발을 활용한 세트피스는 위력을 더했다. ‘독도’라는 짐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윤 감독의 지략이 박종우를 슬럼프에서 건져냈다.

윤 감독은 “지금까지 종우는 부산과 대표팀에서 같은 임무를 받았다. 그러나 내가 부임한 후 부산에서는 공격적으로 나선다. 이유는 수비적인 역할만 수행하면 공격적 재능을 발휘할 수 없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한 포지션만 소화해서는 성장하기 힘들다. 팀과 대표팀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린 나이에 돈 주고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숙한 게 눈에 들어온다. 가정도 꾸리더니 자신감도 올랐다. 브라질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며 신뢰를 보였다.

::: FACT FILE 박종우

생년월일: 1989년 3월 10일

소속팀: 부산 아이파크

신장: 180cm

몸무게: 74kg

포지션: 미드필더

선수경력: 부산(2010년~)

대표경력: A매치 8경기

이현민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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