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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의 EPL通] EPL은 왜 박싱데이(Boxing Day)에 경기를 몰아할까?

[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목요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고, 전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EPL만큼은 따뜻함을 넘어 뜨거운 전쟁에 돌입하고 있고, 그 이유는 박싱데이(Boxing Day)의 존재 때문이다.

지난 2주간에 걸친 칼럼을 통해 소개했듯이, EPL은 자신들의 경쟁력 하락을 두고 고민에 빠져있고, 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해결 방안으로 (1)EPL을 18개 팀으로 축소는 방법과, (2)리그컵(현재 캐피탈 원 컵)을 폐지하는 방법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 방안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에서 가장 큰 핵심은 일정이었다. 실제로 유럽 5대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 중 EPL만이 유일하게 겨울 휴식기가 없다. EPL을 제외한 나머지 리그들은 이미 지난 라운드를 끝으로 크리스마스 휴가, 또는 겨울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겨울 휴식기는 선수들에겐 꿀과 같은 휴가이자 휴식의 기회다. 특히 분데스리가의 경우 지난 21일(한국시간) 묀헨글라드바흐 대 다름슈타트 경기를 끝으로 전반기를 마쳤고, 다음 라운드는 내년 1월 23일 함부르크 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시작으로 재개된다. 무려 휴식기가 한 달이나 된다는 뜻이다.

반면 EPL 선수들은 오히려 이 기간에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박싱데이 때문이다. EPL 선수들은 크리스마스 주에 휴가를 받는 대신 주 3회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일정을 부여 받았다. 지난 22일(화, 오전 5시)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치른 아스날은 27일(일, 오전 4시 45분) 사우샘프턴 원정경기를 갖은 뒤, 29일(화 오전 2시) AFC본머스와의 경기를 치러야 한다. 물론 또 다시 내년 1월 3일(일, 자정)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도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 박싱데이에 대한 EPL 감독과 선수들의 의견

주제 무리뉴 감독(전 첼시) “EPL에서 뛰는 선수들이 존경스럽다. 독일이나 스페인 선수들은 휴식을 즐기지만 잉글랜드에는 크리스마스가 없다”(2014년 12월)

루이스 판 할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PL 선수들은 (박싱데이 일정으로) 시즌 막바지에 힘이 빠진다. 변화가 필요하다”(2015년 10월)

아르센 벵거 감독(아스날) “잉글랜드의 전통은 인정한다. 다만 1월에 겨울 휴식기를 갖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독일 팀들이 잉글랜드 팀보다 성적이 좋은 이유는 긴 휴식기 때문이다”(2014년 12월)

위르겐 클롭 감독(리버풀) “연말에 오스트리아로 휴가를 갈 예정이었지만 몇 주 전 취소했다. 잉글랜드는 (독일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미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부분이다”(2015년 12월)

로날드 쿠만 감독(사우샘프턴) “두 경기 사이에는 최소한 48시간의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45시간뿐이다. 같은 베스트11으로 경기할 수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2015년 12월)

거스 포옛 감독(전 선덜랜드) “미친 스케줄이다. 분명 잘못됐다고 본다. 차라리 시즌을 좀 더 일찍 시작하고 겨울 휴식기를 갖자”(2014년 12월)

웨인 루니(맨유)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이런 일정은 누군가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다”(2014년 12월)

# 박싱데이가 대체 뭐길래?

대부분의 EPL 감독들과 선수들은 이 박싱데이 일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 EPL의 단 한 팀도 진출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감독과 선수들은 박싱데이 일정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이에 “EPL의 유럽대항전 실패는 일정 문제가 아닌 영국 축구 발전의 후퇴다. 단순한 수준의 하락이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매년 이 시기만 다가오면 논란이 되고 있는 박싱데이. 그렇다면 이 문제의 박싱데이는 무엇이고 어떻게 탄생했을까.

사실 박싱데이는 보통 ‘크리스마스 다음날(12월 26일)’을 뜻한다. 유럽의 경우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그 다음날도 휴일로 정해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을 보내는데, 박싱데이란 명칭은 보통 영연방국가에서만 사용된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의 국가들은 이날을 단순히 ‘크리스마스 다음날’로 명칭하고,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은 ‘성 스테파노의 날’로 부른다.

‘박싱데이’란 명칭의 기원은 영국의 역사적 배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세시대 영국은 봉건제도 하에 영주와 농노의 관계가 있었다. 영주들은 12월 26일을 맞아 자신의 농노들에게 박스에 음식과 과일 등의 선물을 담아 팁을 주었는데, 여기서 ‘박싱데이’라는 명칭이 탄생했다. 물론 이 기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가장 신빙성 있는 주장 중 하나다.

박싱데이란 명칭은 현대에 이르러 쇼핑과 관련된 의미로 변하기도 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대부분의 상점들은 박싱데이 주간을 맞이해 한 해의 남은 재고들을 처리하기 위해 대대적인 세일에 들어간다. 소규모 상점부터 백화점까지, 특히 초고가의 명품샵들도 이 기간에 최대 80~90%의 세일 판매를 한다. 기자도 영국에 거주했을 당시, 박싱데이 세일기간을 노리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밤을 새는 사람들(특히 중국인이 대다수다)로 인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 적이 있다.

# 박싱데이에 왜 EPL 경기를 할까?

EPL 경기를 왜 박싱데이에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영국은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박싱데이날에 ‘여우 사냥’과 같은 스포츠 활동을 했고, 현대에 이르러 EPL을 포함한 축구, 경마, 크리켓 경기로 그 종목이 바뀌었을 뿐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크리스마스 주간에 ‘할 게 없어서’다. 크리스마스는 영국 최대의 명절이자, 영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이다. 이 때문에, 영국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모두 운행을 하지 않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기자도 영국에서 맞은 첫 번째 크리스마스에 ‘설마 아무 것도 문을 열지 않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고, 결국 방안에 갇혀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기억이 있다.

딱히 할 기 없기 때문에 과거부터 영국인들은 크리스마스 주간에 스포츠 활동을 즐겼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도 지난해 ‘왜 박싱데이에 많은 EPL 축구경기가 열릴까’는 기사에서 “현대에 이르러 할 게 없는 크리스마스 주간에 축구시청은 주된 취미생활이 됐고, 상대적으로 TV시청률이 늘어나는 이 기간에 방송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EPL 경기를 몰아서 진행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기자의 영국인 친구이자 30년 가까이 리버풀을 응원하고 있는 가레스 그윈 안소니(Gareth Gwyn Anthony 42, 런던)에게 ‘박싱데이에 EPL 경기를 몰아서 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도 “박싱데이는 영국의 휴일(뱅크홀리데이) 중 하나다. 그날이 쉬는 날이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축구경기가 열린다고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그 역사에 대해서 매우 쿨하게 답해줬다.

결국 ‘박싱데이에 왜 굳이 EPL 경기를 몰아할까?’는 질문의 답은 매우 간단했다. 영국의 역사 중 매우 작은 곳에서 시작된 그들의 전통이 박싱데이를 만들었고, 아주 간단한 이유로 EPL은 박싱데이 주간에 경기를 진행했다. 그리고 오히려 박싱데이를 맞는 EPL 현지 팬들은 '팬'의 입장에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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