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민 기자= 2013-14시즌 스완지 시티에서 자리를 못 잡은 기성용(26)은 선덜랜드로 임대를 떠났다. 이곳에서 리그 적응력을 키웠고, 완적 이적을 원할 만큼 탐나는 선수로 성장했다. 캐피털 원 컵에서 선덜랜드를 준우승에 올려놓았고, 리그에서는 강등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성용은 2014-15시즌을 앞두고 스완지로 복귀했다. 이때 사령탑은 레전드 게리 몽크였다. 몽크 감독은 2014년 2월부터 감독대행을 하다 5월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 시절 10년 넘게 팀에 몸담았기에 누구보다 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선수 각자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렸다. 특히 전술의 중심에는 기성용이 있었다. 몽크와 기성용은 감독과 선수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2014-15시즌에 몽크 감독은 기성용을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수비 앞에서 상대 선수를 거칠게 다루며 볼의 유입을 차단, 수비수들의 커버 플레이임무를 맡았다. 공격 전개 시 빌드업의 출발점 역할, 중앙에서 팀을 든든히 지탱했다. 상황에 따라 중앙 수비수, 측면에도 배치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역량을 발휘하며 몽크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이렇게 기성용은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력이 보강됐다. 그리고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잠재된 공격력과 골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미드필더가 무려 8골을 터트렸다.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골, 팀 내 최다골을 수립했다. 물론 팀 내 최다골은 얼마나 공격이 빈약한지 보여준 대목이지만. 어쨌든 팬들도 스완지 올해의 선수로 기성용을 뽑으며 능력을 인정했다. 리그 내에서 기성용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팀적으로도 승점 56점으로 역대 최고 승점, 8위로 가장 높은 순위표에 자리했다.

그런 만큼 이번 시즌 기대가 컸다. 하지만 스완지는 지난 시즌과 달리 극도로 부진했다. 리그 15경기에서 단 3승에 그쳤고, 순위는 15위까지 떨어졌다. 선수 구성이나 전술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기성용 역시 꾸준히 중용됐다. 계속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구단에서 칼을 빼 들었다. 한국시간으로 12월 9일 자정이 임박해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휴 젠킨스 구단주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최근 3개월간 부진했고 성적도 안 좋았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는 경질 이유를 들면서, “누구도 예상 못 했지만, 몽크 감독이 22개월간 좋은 성과를 내 우리가 이 자리에 왔다.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빈다”고 그간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는 건 감독이다. 그러나 아직 젊고 가능성이 있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령탑이다. 현지에서는 성급한 경질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우려 속에 몽크와 스완지의 22개월 동행이 막을 내렸다.

기성용 역시 몽크 감독과의 작별이 달갑지 않다. 자신을 일보 전진할 수 있게 해준 스승이다. 공수 능력을 겸비한, 리그에서 인정받는 미드필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이다. 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고도 아시아 No.1 미드필더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누구보다 아쉬울 거다. 그렇지만 털고 새 수장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냉정하지만 이것이 프로의 세계다. 원점에서 다시 경쟁하고 팀과 개인 모두 재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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