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축구’는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복잡한 규정과 규칙, 용어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도 축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임은 확실하나, 때로는 그것들에 대한 정의 또는 설명이 부족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인터풋볼은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갖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나모 자그레브전을 앞둔 아르센 벵거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났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징계에 대한 불만이었다.

아스널은 지난 9월 17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한 막시미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UCL)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디나모 자그레브에 1-2로 패했다. 이 패배가 위기의 시작이었다. 아스널은 4차전까지 단 1승만을 기록하며 현재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경기 후에 발생했다. 1차전 종료 후 자그레브의 미드필더 아리얀 아데미가 도핑테스트에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이후 아스널은 자그레브 선수 전원의 도핑테스트를 주장했지만, UEFA는 지난 21일 아데미에 4년간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며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벵거 감독이 이 징계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자그레브와의 UCL 조별리그 5차전 경기를 앞둔 공식 기자화견에서 “놀라운 규정이다”고 UEFA의 결정을 비꼬며 “약물을 사용한 선수가 뛴 경기의 결과에 대한 처분이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는 UEFA가 약물을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유로2004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러시아가 웨일스를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경기 후 러시아의 미드필더 예고르 티토프가 도핑테스트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웨일스는 이 경기 결과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UEFA는 티토프에게만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물론 러시아의 본선행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UCL 경기를 앞두고 약물논란에 휩싸인 축구계. 그렇다면 이 논란을 야기한 도핑테스트는 무엇일까?

# 도핑테스트의 시작과 축구계의 도핑 논란

도핑테스트(doping test)는 ‘스포츠에서 선수의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검사하는 행위’를 뜻한다. 여기서 도핑(doping)은 선수가 경기 능력을 자의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호르몬제, 신경안정제, 흥분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핑테스트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8년 국제육상연맹이 세계 최초의 반도핑규정을 제정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검사도 없었을 뿐 아니라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무의미한 규정에 불가했다. 그러나 1960년 로마 올림픽 당시 덴마크의 사이클 선수 옌 센이 흥분제를 사용했다가 경기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 사이클 연맹이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1966년부터 세계 최초의 약물검사를 실시했다.

도핑테스트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체계화된 시기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창설부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선수들의 약물사용을 감시하고, 이를 검출해 내기위해 1999년 WADA를 창설했다. FIFA도 지난 2009년 부터 WADA의 규약을 정식 수용해 시행하고 있다.

축구에서도 약물 사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베른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의 선수들이 정부의 주도 하에 약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독일 훔볼트 대학 연구진에 의해 알려졌다. 지난 1992-93 UCL에서 AC밀란을 꺾고 우승한 마르세유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1994 미국 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나이지라아와의 예선 경기 후 금지 약물인 에페드린의 양성반응이 나오며 대회에서 퇴출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후에도 펩 과르디올라, 프랑크 데 부어, 야프 스탐 등 스타선수들의 약물 복용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약물은 축구계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그렇기에 FIFA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이 도핑테스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처벌이 다소 미약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아데미의 약물 사용도 선수 개인에 대한 징계로 끝날 확률이 크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약물 사용에 대한 징계가 팀과 국가에 대한 처벌이 아닌 개인에 대한 징계로 종료됐다.

약물의 사용은 승부조작과 더불어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 전체에서 근절돼야 할 부분이다. 그렇기에 도핑테스트뿐 아니라 그 사후조치도 만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축구계에서 보여준 징계 수준은 선수 개인 처벌로 국한됐고, 이 부분에서 벵거 감독이 격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글= 서재원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IDA)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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