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푸른 가죽을 입고 호랑이 굴을 지배했던 김신욱(25, 울산 현대)과 이근호(28, 상주 상무)가 유럽무대까지 활동 영역을 넓힐 기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스위스에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0-2로 패했던 한국은 7년 만에 복수에 성공했다.

당초 이 경기는 한국 공격진이 스위스의 ‘짠물 수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스위스는 브라질 월드컵 유럽지역예선 10경기(7승 3무)에서 단 6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수비는 유럽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기존 포메이션인 4-2-3-1을 꺼냈고, 그동안 주인을 못 찾은 최전방에 김신욱을 내세웠다.

김신욱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3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했기에 어느 때보다 의지가 남달랐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높이는 기본, 가슴과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양질의 패스를 제공했다. 배후를 파고드는 2선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예측해 슈팅을 만들어줬다. 후반 37분까지 스위스의 막강 수비진을 쉼 없이 괴롭히며 홍명보호 원톱으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근호는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한국. 홍명보 감독은 김보경 대신 이근호를 투입했다. 이근호는 장기인 스피드를 활용해 스위스의 측면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13분 홍정호의 동점골이 터진 후 더욱 기세를 올렸다. 계속해서 상대를 몰아쳤으나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후반 41분 갈렸고, 이근호의 발 끝에서 결승골이 시작됐다. 이근호는 측면에서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로 이청용의 헤딩 결승골을 도왔다.

비록 득점하지 못했으나 김신욱와 이근호는 스위스전을 통해 홍명보호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각인시켰다. 둘이 함께 뛴 시간은 김신욱이 교체로 나가기 전까지인 37분이었다. 그럼에도 그 어떤 공격 조합보다 강력한 모습이었다.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궈주자 이근호는 볼의 방향을 예측해 순식간에 상대 진영을 파고들었다. 상대 문전에서 2대1 패스 플레이, 김신욱의 크로스를 이근호가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등 포지션과 역할에 구애 받지 않는 변화무쌍한 움직임은 유럽 강호에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둘은 지난 시즌 환상의 호흡으로 울산의 철퇴 축구를 이끌었다. 울산의 푸른 호랑이 가죽을 입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다.

지난해 말 이근호가 상주에 입대하면서 둘의 콤비 플레이를 잠시 볼 수 없었다. 함께 대표팀에 소집되었으나 울산에서 펼쳤던 플레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대표팀에서 이근호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포인트를 올리며 홍명보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이에 반해 김신욱은 제 능력을 보이기도 전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김신욱은 3달여 대표팀 공백기 동안 소속팀에서 막강화력을 뽐내며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드디어 스위스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브라질 월드컵을 7개월여 앞둔 시점에 김신욱과 이근호는 붉은가죽을 입고 펄펄 날았다. '환상의 짝' 김신욱-이근호가 오는 러시아(19일, 두바이)전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 또 브라질행의 청신호를 켤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현민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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