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목요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날씨가 다소 쌀쌀해졌고, 겨울이 오고 있다. 영국도 이맘때쯤이면 한창 겨울을 맞이할 준비로 바쁠 시즌이다.

EPL도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치러진 10라운드를 기점으로 겨울용 공인구를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겨울용 공인구는 주황색과 노란색이 섞여있어 기존에 사용되던 흰색-빨간색의 공인구와 차별화를 뒀다. 나이키에 따르면 “공을 빨리 확인할 수 있고, 빠른 선택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빠른 가속도에도 즉시 반응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 크리스마스와 박싱데이...그리고 EPL

영국 주요 언론도 EPL의 공인구 변화를 보도했는데,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영국 언론 ‘미러’는 지난 25일(한국시간)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나이키의 겨울용 공인구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리그에서 첫 선을 보였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두 달이나 남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라고 표현했다. 사실 이 부분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와 닿지 않는 표현이다. 필자도 그랬다. 필자가 3년 전 영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런던 땅을 밟았을 때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이것이었다. 정확히 3년 전, 10월 18일 도착했는데 런던은 이미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현지 언론의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국은 크리스마스를 두 달 전부터 준비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의 가장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오는 11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장식과 더불어 화려한 불빛으로 점등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박싱데이 준비도 한창이다. 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을 말하는데, 과거 유럽의 영주들이 주민들에게 선물을 상자에 담아 전달한데서 유래했는데, 현재에 이르러선 백화점을 비롯한 상점들이 재고를 없애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10월 중순부터 조금씩 세일을 시작해 박싱데이 당일에는 80~90% 할인 판매까지 한다. 여기엔 고가의 명품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박싱데이 당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백화점 앞에서 밤을 새 줄을 서기도 한다.

# 박싱데이로 인해 EPL의 겨울은 더 뜨겁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영국 전역은 축제 분위기가 되지만 EPL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고난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PL 각 20팀들은 박싱데이를 기점으로 1주일 사이에 3경기씩 치러야 한다. 예를 들어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의 경우 27일 자정 노리치 시티와의 홈경기를 치른 후, 29일 자정 왓포드FC와의 홈경기, 1월 4일 오전 1시 에버턴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박싱데이 주에 스토크 시티(원정)-첼시(홈)-스완지(홈) 경기를 차례로 치러야 한다. 이에 최근 맨유의 루이스 판 할 감독도 빡빡한 일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EPL에서 뛰는 선수들은 시즌 말미에 되면 힘이 모두빠진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PL 박싱데이 기간의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됐다. 지난 시즌에도 EPL 팀들이 내리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자 박싱데이로 인한 과한 일정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또 잉글랜드 대표팀이 1996년 이래로 메이저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다.

반면 이와 반대로 다른 경쟁리그는 오히려 이 기간을 이용해 휴식기를 갖는다. 짧게는 2주 길게는 3~4주의 휴식기에 접어드는 경쟁리그의 선수들은 이 시기를 이용해 회복에 집중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도 12월 19일 경기를 끝으로 1월 23일까지 꿀 같은 휴식기에 접어든다.

그러나 박싱데이는 EPL만의 고유한 문화이고, 이는 리그를 더욱 뜨겁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 겨울에 진행되기에 발생하는 문제?

EPL이 겨울에 진행되는 특성상 문제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EPL 공인구가 겨울용이 따로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겨울하면 떠올려지는 것은 바로 '눈'이고, 이 눈으로 인해 EPL 일정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5년 전인, 2010년 12월 17일과 18일 런던을 포함한 영국 전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고, 이로 인해 주말에 계획된 EPL 7경기가 연기됐다. 당시 첼시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맨유 박지성의 경기도 연기돼 아쉬움을 남겼던 기억이 있다.

물론 영국에서 눈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폭설로 인해 경기 일정이 대규모로 변경된 사례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필자가 런던에서 마지막으로 보냈던, 2년 전 겨울엔 런던에 눈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 물론 조금은 내리긴 했지만 그 정도가 약해 쌓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사실 런던의 경우 겨울에도 영하로 기온이 잘 내려가지 않아 눈보다 비를 더 많이 본다. 그렇기 때문에 런던에 눈이 오는 날이면 도시가 난리가 나기도 한다. 워낙 오래된 교통망으로 인해 눈이 조금이라도 쌓이면 기차, 지하철을 포함한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일부 버스도 노선이 변경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한다. 또 교통이 마비돼 각 학교가 휴교령이 내려지고, 대학교 수업도 휴강되는 등의 일도 벌어진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인디펜던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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