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목요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영국이 축구의 종주국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영국의 수도 런던. 런던이 축구 말고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교통, 그 중 지하철( London Underground)이다.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망을 갖고 있다. 런던에 최초의 도시 지하 여객철도가 건설된 시기는 1863년 1월 9일(현지시간), 런던은 지난 2013년 런던 지하철 개통 15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기도 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152년이 된 런던 지하철. 그러나 이렇게 오래된 지하철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문제는 EPL에도 영향을 준다.

# 런던 지하철과 EPL과는 어떤 상관관계?

런던 지하철과 EPL은 왜 상관이 있을까? 오래된 런던 지하철은 런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잦은 개보수 공사 때문이다. 물론 이 개보수 공사는 고장 때문만은 아니다. 철저하게 안전을 중요시 하는 영국인 특성상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점검의 목적이 크다.

총 14개 라인이 운행되고 있는 런던 지하철은 매주 주말 라인별, 구간별 순차적으로 운행을 중단해 서비스점검에 들어간다. 특히 역사가 오래된 메트로폴리탄 라인(자주색), 해머스미스&시티 라인(분홍색), 디스트릭트 라인(초록색) 등은 잦은 서비스점검을 갖고, 필자가 거주했던 런던 북부 지역을 관통하는 노던 라인(검정색) 역시 약 2~3주에 한 번씩 운행이 중단돼 엄청난 불편함을 감수했던 기억이 있다.

잦은 서비스점검을 갖는 런던 지하철은 EPL에도 영향을 준다. 정확히 말해 EPL을 관람하는 팬들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EPL경기가 주로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만약 교통정보를 미리 확인 안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잘못하다간 경기 시작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통신원시절 EPL경기를 취재하러 가기 전 항상 교통정보를 확인해 계획을 짜곤 했다.

# 경기 종료와 동시에 폐쇄되는 지하철역?

EPL 경기를 관람하러 가기 전에 교통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경기 후 경기장 근처에 있는 역이 폐쇄된다는 점이다.

2013-14시즌 필자가 주로 취재 갔던 아스널도 그랬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주변에는 2개의 역이 있다. 바로 피카딜리 라인(청색)으로 연결돼있는 아스널역(Arsenal station)과 홀로웨이 로드역(Holloway Road station)이다. 이 중 경기 후 홀로웨이 로드역은 일정시간동안 폐쇄됐다. 물론 역으로 들어가는 것만 금지된다. 이러한 이유로 역 앞에선 역으로 들어가려는 관중들과 이를 막는 직원들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역을 폐쇄하는 이유도 안전 때문이다. 역으로 한 번에 많은 관중이 몰리면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이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위한 조치다. 관중들이 모두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스널을 방문하는 관중이 평균 5~6만 명임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거라 예측할 수 있다.

EPL 중계를 보면 경기 막바지에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의 목적은 역이 폐쇄되기 위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옥과도 같은 귀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 영국이나 ‘지옥철’을 피하려는 본능은 한가지다.

# 교통정보확인의 필요성...잘못하단 걸어서 귀가?

필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바로 2013-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전 2차전, 첼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였다. 이 경기 자체를 취재했다는 사실도 잊을 수 없지만, 사건은 경기 후 발생했다.

주중이었지만 이례적으로 첼시의 스탬포드 브릿지가 위치한 풀럼 브로드웨이역, 그리고 이 역을 관통하는 디스트릭트 라인 일부가 서비스점검을 가졌다. 이 경기를 취재한다는 기쁜 마음에 차마 교통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필자는 경기 종료 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항상 지하철을 이용해 첼시에 취재를 갔던 필자는 차선책을 생각하지 못했고,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에, 급하게 귀가 방법을 찾아야했다. 당시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지하철이 운행하는 가장 가까운 역은 사우스켄싱턴역(도보 30분거리)이었지만, 막차를 탈 수 있을지 확실치 못했고, 거주했던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빅토리아역까지 약 1시간 동안 걸어가야 했다. 당시 상당히 많은 첼시팬들도 필자와 함게 빅토리아역까지 걸어서 귀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런던의 주요 EPL 구단들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교통정보를 업데이트해 정보를 제공한다.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의 경우에도 매주 홈경기 경기장에 오는 방법 및 지하철, 열차 운행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 주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TFL(Transport for London)공식홈페이지, 구글 맵 캡처, 인터풋볼DB,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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