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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의 EPL通] EPL 속 인종차별, ‘다양성’ 외치던 아스널의 이중성

[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손흥민(23, 토트넘 홋스퍼)의 출전으로 엄청난 관심을 끌었던 ‘북런던더비’.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북런던더비는 아스널 팬들의 난동과 인종차별이란 오점을 남겼다.

토트넘과 아스널은 지난달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5-16 캐피탈원컵 32강전 경기를 치렀다. 경기 결과는 마티유 플리미니가 2골을 터트린 아스널의 승리로 종료됐고,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은 후반 중반 교체투입 돼 약 25분간 경기장을 누볐지만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 결과가 아니었다. 경기 내용보다 아스널 팬들의 난동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아스널의 원정 팬들은 경기 종료 후 2층 관중석 난간에 붙어 있던 간판 배너를 훼손하는 등의 난동을 부렸고, 이 장면은 사진과 동영상 등에 고스란히 담겨 전 세계에 알려졌다.

#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인종차별 구호...아쉬운 아스널의 대처

아스널팬들의 난동은 인종차별 구호까지 이어졌다. 물론 일부 팬들의 행동이었지만 아스널 팬들은 인종차별적 내용이 담긴 응원 구호까지 외치고 말았다. 그들은 “이곳은 아우슈비츠와 같다. 아우슈비츠로 돌아가라(This is like Auschwitz. Back to Auschwitz you go)"라는 구호를 외치며 상대인 토트넘 구단과 토트넘 팬들을 모욕했다.

토트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었다.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을 포함해 운영진들 중 다수가 유태인 출신이고, 토트넘의 팬들 역시 유태인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토트넘 경기장이 위치한 런던 북부 지역은 유태인 밀집 지역으로써 일부 서포터 조직은 스스로를 ‘이드 아미(Yid army)'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드(Yid)는 본래 유태인의 언어를 뜻하는 이디시에서 나온 말이며 영어권 국가에서 유태인을 모욕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사건은 터졌고,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나 문제는 수습과정이었다.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이 경기에서 난동을 부린 아스널 팬 10명만이 현장에서 안전요원에게 체포됐고, 경찰에 인계됐다. 그러나 영국 경찰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에 대해 아스널과 토트넘 그 어느 쪽에도 징계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에 더욱 실망스러운 점은 아스널의 대처다. 아스널은 사건 발생 후 공식 성명을 통해 “아스널의 소수의 팬들이 연관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우리는 상대 팀인 토트넘, 그리고 영국 당국과 함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스널이 이 성명에서 ‘소수 팬(minority of fans)’라는 단어를 강조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 다양성을 외쳤기에 더욱 실망스러운 아스널

기자 개인적으로도 이번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기자는 과거 영국 현지 통신원 시절, 정확히 2013-14시즌엔 약 3~4경기를 제외하곤 아스널의 전 경기를 취재할 만큼 아스널이란 구단에 빠져있었다. 아스널이 기자가 거주했던 지역에서 가까웠던 이유도 있지만 구단이 추구하는 팬 문화에 깊이 매료됐기 때문이다.

아스널은 지난 2008년부터 ‘모두를 위한 아스널(Arsenal for Everyone)'이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스널 구단과 아스널의 팬들의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으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비롯해 인종, 성별 등으로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가 아스널의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의미다.

기자가 이 캠페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Clock End’ 구역, 남쪽 골대 뒤 3층 난간에 붙어있던 ‘게이 거너스(GAY GUNNERS)’라는 현수막 때문이었다. 매 경기마다 볼 수 있는 이 현수막의 의미가 궁금해 기자석을 관리하던 안전요원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그는 “게이 거너스는 성소수자로 구성된 서포터 모임이다”는 설명과 동시에 아스널의 캠페인인 ‘모두를 위한 아스널’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안전요원 역시 흑인이었기에 그의 설명이 더욱 실감났던 기억이 있다.

마침 기자가 취재 갔던 2013-14시즌 아스널과 선덜랜드의 경기에서 ‘모두를 위한 아스널’ 행사가 진행됐다. 이 경기 하프타임에 장애인 서포터를 비롯해 소수자 서포터 대표와 회원들을 피치위로 초청했고 축하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사를 가졌다. 당시 아스널의 이반 가지디스 회장은 “축구는 그것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아스널에 대한 소속감을 갖는데 장애물을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고, 이는 영국 현지에선 아시안(Asian)으로서 소수자에 속했던 기자 개인에게도 큰 감명을 줬다.

# 다양한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아스널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약 6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EPL의 대규모 경기장 중 하나다. 큰 규모의 경기장임에도 6만 명의 관중들이 매 경기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다.

한 시즌 동안 기자석에서 바라본 아스널 관중들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됐었다. 영국인들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이주해온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스널이 펼치고 있는 ‘모두를 위한 아스널’ 캠페인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아스널의 경기장은 유독 관광객들이 많이 찾기로도 유명하다. 영국 관광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아스널의 경기를 보기위해 찾은 관광객의 수는 109,000명으로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래포드르와 더불어 EPL 관광객 방문 1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는 그만큼 아스널에 다양한 사람들이 찾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다국적, 글로벌 구단으로 그 입지를 다지던 아스널.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기에 그 실망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아스널의 주장처럼 정말 소수 극성팬들의 행동일 수 있지만, 사후 재발방지를 위한 확실한 조치와 EPL을 대표하는 구단으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요구되는 바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스카이스포츠' 캡처,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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