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3년 전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이근호(28, 상주 상무)가 브라질을 향한 날개짓을 시작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6일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4-1로 승리를 거뒀다. 해외파의 가세로 한층 견고해진 조직력과 패스 플레이, 결정력까지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낸 한판이었다. 두 골을 몰아친 손흥민과 두 개의 페널티킥을 얻은 이청용도 빛났지만 선발로 나서 6개월여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이근호는 그야말로 ‘감초’였다.

2선 중앙 공격수로 출전한 이근호는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공간에 압박에 걸맞은 움직임을 선보였다. 최전방 공격수인 지동원, 측면의 손흥민, 고요한과 스위치 했다.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와 배후 돌파를 살려 잇단 기회를 만들었다. 손흥민의 첫 번째 득점은 이근호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이근호가 수비 진영에서 볼을 가로챈 후 역습을 전개, 볼을 받은 하대성이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손흥민은 상대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며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후반에 구자철, 이청용이 투입되자 이근호의 플레이는 더 활발해졌다. 구자철과 자리를 바꿔가며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다. 2-1로 앞서고 있던 후반 13분 이청용이 얻은 페널티킥을 본인이 키커로 나서 침착히 골망을 흔들었다. 27분에는 상대 아크 정면에서 이청용이 준 볼을 방향만 틀어 놓는 재치 있는 패스로 손흥민의 두 번째 득점을 도왔다.

이근호의 활약 덕에 한국은 77일만에 승리를 챙겼고, 홍명보 감독도 부임 후 첫 승을 신고했다.

사실 종전까지 이근호는 해외파가 가세한 대표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거치며 5골을 넣었지만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뒤 좋은 경기력에도 불구 무득점에 그쳤다. 또 한번 월드컵의 꿈이 좌절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게 사실.

이근호는 3년 전 큰 상처를 안았다. 아시아지역 최종예선까지 맹활약하며 한국을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진출시켰다. 2010년 5월 30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친선전까지 소화했지만 정작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고 했던가. 절치부심한 이근호는 남들 보다 노력한 결과 더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거듭났다.

아이티전에서 이근호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으나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입증했다. 화려함보다 동료들 활용하는 영리함과 헌신적인 플레이, 때로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공격 본능을 보여줬다. 현 대표선수 중 가장 많은 A매치 54회(아이티전 포함 18골) 출전 경험도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팀에 부합하는 선수임을 보여준 이근호. 그의 월드컵행이 점점 영글어가고 있다.

이현민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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