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대승을 거두며 본선행을 확정지었지만 한 사람만은 웃을 수 없었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의 이야기다.

맨유는 2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벨기에 브뤼헤에 위치한 안 브레이덜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뤼헤와의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UCL) 플레이오프(PO) 2차전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맨유는 1, 2차전 합계 7-1로 승리했고, 2년 만에 UCL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두 공격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동안 골을 기록하지 못했던 웨인 루니는 이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치차리토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치차리토는 후반 19분 교체돼 경기장에 들어왔지만, 실망감만 안겨줬다.

완벽한 찬스를 두 번이나 날렸다. 후반 35분 루니는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치차리토에 양보했고, 치차리토가 키커로 나섰지만 실축했다. 킥을 차는 순간 바닥에 미끄러졌고, 공은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치차리토의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애슐리 영이 빠르게 크로스 한 공이 치차리토 쪽으로 정확히 연결됐다. 노마크 찬스의 치차리토가 발을 갖다 댔지만 공은 하늘 위로 높이 솟구쳤다. 치차리토가 어이없이 찬스를 놓치자 현지 중계진은 “원래 치차리토는 골문 앞에서 높은 득점력을 보인다. 그러나 판 할 감독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치차리토를 평가했다.

치차리토가 실수하자 맨유의 루이스 판 할 감독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시 영상을 확인하진 않았지만, 치차리토가 미끄러졌다고 생각한다”며 짧게 답했다.

판 할 감독과 치차리토의 궁합은 애초부터 맞지 않았다. 판 할 감독은 지난해 부임 직 후 치차리토를 레알 마드리드로 임대 보냈다. 판 할 감독의 구상에는 치차리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알과의 임대 계약이 끝난 후 마땅한 팀을 구한 치차리토는 맨유로 복귀했다.

이번 시즌에도 치차리토는 1순위가 아니었다. 판 할 감독은 시즌 전부터 루니의 스트라이커 중용을 주장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치차리토도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스트라이커로는 루니가 나설 것이다”고 치차리토가 교체자원이라고 단정 지었다.

치차리토는 브뤼헤전에서도 교체로 출전했다. 그러나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결정적인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고, 판 할 감독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

결국 치차리토는 ‘판 할에 어울리지 않는 공격수’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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