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금요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는 프로축구팀이 두 개뿐이다. K리그 클래식의 FC서울, K리그 챌린지의 서울 이랜드FC가 그들이다. 물론 K3리그에 서울FC마르티스, 서울 유나이티드, 중랑 코러스 무스탕 등이 있지만 정식 프로축구단은 아니다.

그렇다면 축구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영국의 수도, 런던에는 몇 개의 프로팀이 있을까? 지난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선 아스널과 첼시의 2015 FA(잉글랜드축구협회) 커뮤니티 실드가 열렸고, 아스널의 1-0 승리로 종료됐다. 이 경기뿐 아니라 그동안 아스널과 첼시의 경기는 '런던의 진정한 주인'을 가리는 대결로 묘사되곤 했다. 그러나 런던에는 아스널과 첼시 외에도 11개의 프로팀이 존재한다.

정확히 말해 2015-16 시즌을 기준으로 런던에는 13개 팀이 존재하고, 이는 정식 프로리그라고 할 수 있는 4부리그(리그2) 이상만 따져봤을 때의 숫자다. 특히 잉글랜드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 EPL에는 아스널, 첼시, 크리스탈 팰리스, 토트넘 홋스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 5개 팀이 있다. 하위리그에는 브랜트포드, 찰튼 애슬레틱, 풀럼, 퀸즈파크 레인저스(이상 챔피언십 4팀), 밀월(리그1 1팀), AFC윔블던, 바넷, 다게넘 앤 레드브릿지(이상 리그2 3팀) 등이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다.

# EPL에 런던 연고 구단은 5개 팀?...승격한 왓포드는?

2015-16시즌 EPL에서 런던을 연고로한 구단은 5개 팀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스널과 토트넘은 북런던 지역에 위치했고, 첼시는 남서런던, 웨스트햄은 동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다. 이청용이 이적하기 전까진 한국 팬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팰리스는 남런던에 위치해 있다.

많은 이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이 8년 만에 승격한 왓포드의 연고다. 지난해 2월 박주영이 왓포드로 임대됐을 때, 몇몇 언론에서 왓포드를 런던 연고 팀이라 잘못 소개되기도 했다. 사실 이 부분을 잘못 소개했다고 보기도 애매하지만 정확한 행정구역상 왓포드는 런던이 아니다. 왓포드는 북서런던에 인접한 잉글랜드 하트퍼드셔 주의 도시 명칭이다.

왓포드가 런던을 연고로 한다고 알려진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다. 실제로 런던 중심의 유스턴역에서 왓포드 홈경기장인 비커리지 로드까지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빠르면 30분이면 갈 수 있다. 특히 아스널의 훈련장도 왓포드 인근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런던과는 거리상으로도 매우 가깝다.

기자도 런던에 거주했을 때 왓포드를 런던 연고팀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한 이유로 2012-13 잉글리시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결승전에 오른 왓포드가 우승하길 바랐다. 더 많은 취재를 갈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반대로 당시 왓포드를 꺾고 승격한 팰리스가 런던을 연고로 할지는 차마 몰랐다.

실제로 기자처럼 런던에 거주하거나 했음에도 런던의 행정구역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이가 파다하다. 런던은 다른 도시와 다르게 독특한 행정구역 체계를 갖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런던이라고 지칭하는 지역은 주요 관광지가 몰려있는 시티 오브 런던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12개의 자치구, 이너런던을 뜻한다. 또 다시 이너런던의 주위로 20개의 자치구가 아우터런던을 이루는데 이 모든 것을 통틀어 그레이터런던이라 부른다.

결론적으로 런던이라 지칭하는 지역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런던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런던에 속하고 안하고는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다. 특히 자신이 살고 있는 자치구는 주소를 표기할 때도 잘 쓰이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행정구역 상 왓포드는 절대 런던은 아니라는 점이다.

# 런던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크리스탈 팰리스

이청용의 소속팀으로 더욱 유명해진 팰리스는 지난 2012-13 잉글리시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며, 카디프 시티, 헐 시티와 함께 승격에 성공했다. 기자 개인적으로 팰리스가 승격했을 때 런던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당시 기자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이 런던의 워털루 역 부근이었는데, 경기 당일, 기차를 타고 올라온 빨간색-파란색 줄무늬 유니폼의 축구팬들이 역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기자는 팰리스라는 팀이 차마 런던의 안에 속한 팀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팰리스의 경기장인 셀허스트 파크까진 지하철을 이용해 갈 수 없다. 경기장에 가기 위해선 기차 또는 오버그라운드(런던 시내 및 주로 런던 근교로 이어지는 지상 철도)를 타야하고, 런던 시내에서 경기장까지는 최소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소요되는 상당히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더욱이 팰리스의 연고지역인 크로이든구는 치안이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영국인 주택소유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 행복도 조사에서 크로이든 지역은 런던 동부에 이어 주거 행복도 지수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선정됐다. 지난 2011년에는 이 지역에서 런던 최악의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런던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이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는 것조차 꺼려한다. 더욱이 한국 식품을 포함해 아시안 식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곳도 부족하다. 이청용의 경우에도 한국 식품을 사기 위해 팰리스 홈 경기장에서 24km나 떨어진, 런던 북부에 위치한 마트로 가족들과 종종 장을 보러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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