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6월 3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이 삼바 리듬에 취하기 시작했다. '카나리아 군단'은 지난 몇 년간 세계축구를 지배했던 무적함대를 완전히 침몰시켰다.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3-0의 완벽한 승리를 만들어 낸 브라질의 전력을 막강했고 결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날카로운 공격력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강한 압박과 균형있는 플레이까지 만들어 내며 과거 화려했던 ‘삼바 축구’에서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이어진 각종 평가전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FIFA 랭킹이 22위까지 떨어졌던 브라질은 그렇게 다시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언론들이 이를 계속 다루고 있지만 필자는 이들의 ‘뿌리’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먼저 이번 대회 브라질의 득점 선수들과 소속팀을 정리해보자.

▷조별예선 1차전 VS 일본 : 3-0 승리

득점자(소속팀) : 네이마르(바르셀로나), 파울리뉴(코란티안스), 조(아틀랜티코 미네이루)

▷조별예선 2차전 VS 맥시코 : 2-0 승리

득점자(소속팀) : 네이마르(바르셀로나), 조(아틀랜티코 미네이루)

▷조별예선 3차전 VS 이탈리아 : 4-2 승리

득점자(소속팀) : 단테(바이에른 뮌헨), 네이마르(바르셀로나), 프레드 2득점(풀루미넨세)

▷준결승전 VS 우루과이 : 2-1 승리

득점자(소속팀) : 프레드(풀루미넨세), 파울리뉴(코란티안스)

▷결승전 VS 스페인 : 3-0 승리

득점자 : 프레드 2득점(플루미넨세), 네이마르(바르셀로나)

브라질은 일본과의 경기부터 스페인전 까지 총 5경기에서 14골을 득점했다. 이중 최다득점자는 프레드이며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네이마르이다. 그리고 조와 파울리뉴가 각각 2골씩을 넣었고 수비수 단테가 1골을 보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브라질의 팀 득점 14골 중 자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9득점을 기록한 사실이다. 4득점을 기록한 네이마르도 지난 시즌까지 산토스 소속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유럽 소속팀 선수의 득점은 단테가 유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단순히 득점의 경우에서만 보더라도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이번 우승에서 자국 리그 소속 선수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선발 출장을 한 선수들 중 유럽 선수의 비율이 자국 리그 선수보다 높지만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자국 리그 소속 선수들을 많이 선발했고 이들은 팀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었다.

과거 브라질의 경우 ‘세계 최대의 축구선수 수출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많았고 그로 인한 자국 리그의 위기도 있었다. 자본을 앞세운 유럽의 거대 구단들이 브라질 의 유망주들을 스카우트 해 가면서 자국 리그의 수준은 저하되고 경쟁력은 점점 떨어져 갔다. 자신들의 축구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가대표팀은 흔들렸고 이는 곧 위기로 이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자국 리그와 구단들의 재정적인 능력도 회복되었고 이는 젊은 유망주들을 지켜내는 것을 넘어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효과까지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 팀 내 득점 1위 프레드의 경우에도 유럽에서 브라질로 ‘컴백 홈’한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브라질의 사례는 월드컵에는 진출했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 최종예선 마지막 3경기에서 해외파 선수들의 부재를 지적당하며 비판의 화살을 맞은 대표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 몇 명의 유럽 리그 소속 선수들이 아니라 우리나라 K리그의 확실한 기반 구축과 그 속에서 발전하는 선수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홍명보 신임 대표팀 감독이 강조한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이라는 핵심 목표는 제한적인 대표팀 참여를 할 수 밖에 없는 해외파 선수들보다 K리그의 선수들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고 다듬어 완성시킬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제 월드컵 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년 정도가 남았다. 지난 최종예선에서의 아쉬움을 본선에서의 영광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여전히 선진 축구를 경험하고 있는 해외파 선수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만큼이나 우리 대한민국의 축구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K리그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다. 이번 카나리아 군단의 영광스런 복귀에서 보여준 이 사실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 이다. 그것이야말로 월드컵을 기대하는 우리가 마음속에 가져야 할 부분이다.

글=우승호 객원 에디터

사진=BPI

# 객원 에디터는 축구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다루기 위해 축구의 모든 것 '인터풋볼'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 에디터의 기사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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