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한국 축구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살 떨리는 경기였다. 후반 15분 김영권이 이란의 공격수 구차네자드에게 볼을 뺏기며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0-1 패배. 한국(승점 14점)은 이란(승점 16점)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조 2위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같은날 우즈베키스탄(승점 14점)이 카타르(5-1 승)전에서 두 골을 더 넣었다면 조 3위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자존심에 상처만 남았다. 경기 시작전 이란은 한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이 밉다. 우즈벡이 본선에 가길 바란다”는 최강희 감독의 발언에 "우즈벡 유니폼을 선물하겠다. 최강희 감독이 입을 용기가 있는지 지켜보겠다"라고 응수했다. 실제 케이로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이 우즈벡 유니폼을 입은 합성 사진을 가슴에 붙이며 한국을 조롱했다.

이에 최강희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을 향해 "월드컵을 고향 포르투갈에서 보게 해주겠다"라고 맞불을 놓았지만 한국의 경기력은 습한 무더위마냥 답답했다.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그 뿐이었다. 김신욱과 이동국의 높에 의존한 소위 '뻥축구'라 불리는 단순한 공격 루트를 고집했고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 불안에 또 다시 허둥댔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란은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벤치를 향해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였다. 흥에 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거들었다. 안전요원의 저지로 큰 충돌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이란의 만행(?)을 지켜보던 최강희 감독도, 선수들도, 42,243명의 관중도 할말을 잃고 말았다.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이번 패배를 교훈으로 삼아 다시 일어나야 한다. 당장 사령탑부터 구해야 한다. 최강희 감독은 이란전을 끝으로 물러난다. 월드컵 본선까지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울 리더의 부재는 무엇보다 큰 문제다.

울산=이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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