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K리그의 전설을 쓰고 있는 이동국. 그의 발 끝에서 K리그 30년 역사가 하나씩 바뀌고 있다. 수많은 공격수들이 이동국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동국은 이들을 하나씩 물리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이 모습은 흡사 무협지 속 난세의 영웅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준비했다. 2012년 이동국과 전북 현대가 K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무협 소설화했다. 이 글을 통해 K리그를 즐기는 축구팬들은 새로운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 (편집자 주)

사자왕신기(獅子王神記) 이동국전 2장 : 흔들리는 전북국, 고개 숙인 사자왕

사자왕 제위 4년 3월 17일 ~ 25일

사자왕 이동국께서 친히 전주성 성문 앞에서 거미왕 이운재를 맞았다. 두 왕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봤지만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형제의 우애는 잠시 접고 진검승부만이 있을 뿐이었다.

황룡국은 거미왕을 선봉으로 전주성을 공략했다. 그러나 사자왕은 여유가 넘쳤다. 그리고 개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황룡국은 전투력을 상실했다. 우장군 에닝요가 홀로 적진을 돌파해 황룡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사자왕은 적진의 심장부에 창을 꽂았다.

하지만 전북국은 예상치 못한 황룡국의 공격을 당했다. 황룡국의 후방 수비를 맡고 있는 중장군 안재준이 기습한 것이다. 허를 찔린 사자왕을 포함한 제장들은 총 공세에 나섰지만, 황룡국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공방전이 계속된 가운데 사자왕은 거미왕에게 서한을 보낸다.

“형님, 나 사자왕 이동국이오. 그 동안 잘 지냈셨오? 역시 형님의 장수들과 군사들은 수비에 능해서 깜짝 놀랐소이다. 역시 형님답소. 내 군사들은 연이은 전투에 지쳤고, 앞으로 남은 일전이 많소. 그러니 여기서 화친하는 게 어떻겠소. 황룡국 입장에서도 이 정도면 크게 손해 볼 거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소. 우리 잠시 전투를 멈추고 시간 되면 물 좋고 산 좋은 정자에서 시간을 즐겨봅시다. 전주성의 명물 모주와 함께 말이오.”

서로 적이 되었어도 의리는 잊지 않았느니. 사자왕의 서한을 본 거미왕은 “아우가 내 실력을 잊지 않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만 물러가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사신은 듣거라. 조만간 사자왕과 오붓한 시간을 가질 테니 거하게 모주를 준비하라고 전하거라”며 크게 웃은 뒤 군사를 물러 광양성으로 돌아갔다.

전북국에 평화가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서쪽 바다건너 왜국 가시와 성주가 남미의 화포를 앞세워 기습공격하니 전북국 해안가의 5개군이 초토화 됐다. 특히 이 화포를 조종한 레안드로 도밍게스라는 장군은 귀신같이 전북국 군사들을 휩쓸어버렸다. 사자왕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중국 베이징 출신으로 궁병을 이끌고 있는 황보원의 부대가 적의 한 부대를 전멸시켰지만 왜국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사자왕은 탄식을 하며 ‘내가 내 백성들의 지키지 못했으니, 이게 다 짐이 부덕한 탓이로다’라며 눈물을 흘리었다. 하지만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전북국은 한반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북벌에 나서야 했다.

서울국은 한반도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갖췄다. 더구나 선봉에 나서는 독수리 부대는 연전연승이었다. 서울국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지만 전북국은 왜국에 당한 패배로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

하지만 전북국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자왕은 장병들을 모아 “짐의 군사들이여. 우리는 지난번에 졌지만 서울국은 우리의 그 전투를 보고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선제 공격을 해서 저들의 기를 꺾어버리자!”며 독려했다. 사자왕의 말 한 마디에 의기소침해있던 전북국의 군사들은 무기를 들어올리며 만세를 불렀다. 전투 준비가 완료됐다.

그리고 사자왕 제위 4년 3월 25일. 모두가 잠든 꼭두새벽, 서울국 상암성 수비를 맡고 있는 김진규 장군 부대의 병사들은 전복을 먹으며 쉬고 있었다. 전북국의 군사 루이스는 100여기의 기습부대를 이끌고 서울국의 동정을 살폈다. 어둠은 짙어지고 서울국 군사들이 포만감에 자리에 누워 쉬는 사이 루이스의 군사들이 일제히 불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불의의 기습에 놀란 서울국 병사들은 무기는 물론 갑옷도 챙겨 입지 못한 채 달아나기 바빴다. 김진규 장군도 대응할 틈 도 없이 말을 타고 달아나기 바빴다. 김진규 부대 진영이 불타는 모습을 본 사자왕이 친히 군사를 몰고 적진을 점령했다.

김진규 장군의 부대가 대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독수리왕 최용수는 분노했다. 그는 구라파와 남미에서 데려온 용병 저격수 데얀과 몰리나 그리고 중장군 하대성을 보내 전북국을 공격했다.

전북국의 방어를 책임지고 있던 사(四)방위 사령관 조성환, 임유환, 심우연, 이강진은 갑작스레 병세를 얻어 전주성에 머물고 있었다. 서울국이 가장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는 세 장군의 부대를 노장 김상식, 정성훈 부대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상대에게 반격을 허용한 사자왕은 전열을 정비하고 선봉에 나섰다. 하지만 전북국이 공격에만 치중하는 사이, 한 사나이가 음흉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몰리나가 계책을 세운 것이다. 그는 일부 병사를 전북국 진영 앞에 세워 공격을 유도했다. 계속되는 공격에 전북국 군사들은 피로에 쓰러졌다. 몰리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야습, 전북국 진영을 초토화시켰다.

이 소식을 들은 사자왕은 입술을 깨물며 피를 흘렸다. 그리고 “분하고 너무 분하도다. 마지막에 방심을 하다니 이 슬픔을 참을 수가 없도다. 제장들은 모두 잘 싸워줬다. 분하지만 일이 이렇게 됐으니 철군하자”고 한 뒤 부하들을 다독이면서 전주성으로 퇴각했다.

글=을불도사

그림=김꽁치

*이 소설은 2012년 K리그를 바탕으로 만든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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