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K리그 16개 팀은 연령별 유소년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도 연령별 유소년팀을 운영해 선수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정이 약한 시민구단 입장에서는 유소년 육성은 좋은 선수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장시간이 걸리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유망한 선수를 팀에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팀들이 미래를 위해 유소년 육성에 적극적이다.

군인팀인 상주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에 유소년팀 출신 선수들이 입단하는 가운데 인천도 창단 후 처음으로 유소년팀 출신 선수가 1군에 진입했다. 올해 K리그에 데뷔한 문상윤(21)이 그 주인공이다.

문상윤은 인천의 18세 이하 팀인 대건고의 창단 멤버가 되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고교 졸업 후 아주대로 진학한 그는 학교를 U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콜롬비아 U-20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를 밟았다.

그리고 지난달 11일 수원과의 K리그 2라운드에 선발로 나서며 감격적인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후 경기에도 나서면서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잡았다. 정확한 왼발 킥, 신인답지 않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허정무 감독과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신인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고 있는 그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문상윤에 대해 알기 위해 인천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문상윤은 동료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어를 보자 순간 긴장한 듯 “말을 잘 못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말하면서 얼굴이 굳었다. 그래서 순조로운 인터뷰 진행을 위해 가벼운 질문을 고르며 말문을 열었다.

”인천을 보고 프로의 꿈을 키웠다”

문상윤은 대건고 창단멤버다. 그는 대건고에 들어오기 전까지 프로 선수의 꿈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저 여느 선수들처럼 대학 진학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대건고 입학은 그가 눈을 더욱 넓히게 한 계기가 됐다. 문상윤은 대건고에서 인천 1군의 훈련 모습을 보면서 K리그를 머릿속에 그려넣기 시작했다.

-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동네에서 친구들과 많이 했다. 그래서 3학년 11월부터 경남 밀양에 있는 밀성초등학교에서 시작했다.

- 축구를 좋아했더라도 방황을 한 적이 있지 않나?

다른 선수들은 한 번씩은 겪지만, 나는 다행히 없었다. 축구가 싫기 보다 학창시절에 축구를 재미있게 즐겼다.

- 대건고에 다니면서 인천과의 인연이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대건고가 아닌 신갈고에 있었다. 우연히 대건고에 축구부가 창단한다는 것을 들었다. 특히 프로선수들과 같이 전지훈련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끌렸다. 그래서 인천에 오게 됐다.

- 대건고에 오기 전 인천이라는 팀을 어떻게 생각했는가?

학창 시절에는 대학진학만 생각했었다. 인천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대건고에 온 후 1군에 있는 선배들과 친해지면서 프로에 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당시 인천에서 뛰던 라돈치치도 봤었다. 2009년에 팀이 6강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것을 보면서 시민구단임에도 멋있는 팀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인천에 꼭 가고 싶었다.

- 당시 라돈치치의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

수원과 경기할 때 상대팀으로서 맞붙었지만, 골 장면이 하나하나 멋있다. 최근 기량이 좋아지는 것을 보니 대단해 보였다.

- 2009년 인천에 우선 지명됐는데도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그 당시 프로에서 뛰기에 실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경험과 실력을 더 쌓을 필요가 있었다.

- 3년간의 대학 시절 동안 무엇을 많이 배웠나?

대학 시절 힘든 시간이 몇 번 찾아오곤 했다. 묵묵히 참으며 고비를 넘긴 후 축구에 대한 열정이 더 생긴 것 같다.

”허정무 감독님, 무섭고 카리스마 있지만…”

신인 문상윤에게 허정무 감독은 큰 산과 같은 존재다. 그 동안 TV에서만 바라보던 이였기에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김남일과 설기현이라는 한국 축구의 슈퍼스타들과도 함께 있다. 설렘과 부담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문상윤은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을 즐기는 것을 선택했다. 무서울 수도 있으나 그들의 경험을 하나씩 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 수원전이 프로 데뷔전이었다. 선발 출전을 예상 했는가?

제주 원정 때는 선수단을 따라갔지만 후보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그래서 수원전에도 큰 기대를 안 했다. 갑자기 수원전에 나간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 놀랐지만, 굉장히 영광스러웠다.

- 수원전 이후 계속 선발 출전하고 있다. 데뷔 첫 해에 주전을 예상했는가?

다른 팀 신인 선수들이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해 나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 데뷔전이 새로운 홈경기장 개장경기였고, 상대는 수원이었다. 출전에 흥분됐는가?

기분이 좋은 건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축구 할 때 자신감으로 경기한다. 긴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자신감은 충분했지만 수원이 너무 잘했다. 생각대로 플레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오)범석 형이 가장 힘들었다.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내가 수비하러 볼을 뺏으려 하면 재치 있는 플레이로 수비를 피해간다.

- 프로 무대를 경험했다. 대학과 프로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K리그는 공격속도가 빠르다. 힘에서도 차이가 크다. 대학 때는 기복이 있지만 프로에서는 모두 몸 관리를 잘 하니 컨디션 기복이 없다. 수비전환 할 때도 빨라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

- 인천에 온 뒤 허정무 감독의 지도를 받고 김남일, 설기현과 함께 뛰는데?

경기를 하기 전에 어떻게 플레이 해야 할지 조언을 많이 해준다. 공격과 수비 시 지역 위치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말씀해준다. 감독님은 카리스마가 있다. 연습할 때는 무섭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자신감을 많이 북돋아 주신다. 그래서 힘이 많이 된다. 기현 형과는 포지션이 같다. 기현 형은 공수 양면에서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특히 움직임이 좋아서 배우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다. 계속 보고 배우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보경은 동기부여 일으키는 존재”

문상윤은 아주대 재학 시절부터 올림픽대표팀 후보군에 항상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어린 나이, 같은 포지션의 쟁쟁한 선배들에게 막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카타르와의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드디어 원하는 기회를 잡았다. 그는 그라운드를 쉼 없이 뛰며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런던으로 가는 문고리를 잡은 것이다.

- 지난해 오만과의 평가전 이후 오랫동안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는데?

대표팀에서 골을 넣고 싶었는데,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잘하는 선수들도 많아서 들어갈 틈이 좁았다.

- 올림픽대표팀에서 잘한다고 느꼈던 선수가 누구였는가?

원삼중에서 같이 뛰었던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선배는 같은 왼발잡이라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김보경 선배의 벽은 너무 높았다. 그래도 선배 덕분에 동기부여가 더 잘 되었고 욕심도 생겼다.

- 지난 3월 올림픽 대표팀에 다시 선발돼 카타르전에 나섰다. 감회가 새로웠을 텐데?

홍명보 감독님께서 나를 기억하신 것만 해도 좋았다. 골을 넣지 못해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본선에 나가는 것에 만족했다.

- 카타르전이 K리그에서 자신감을 얻는데 도움이 됐는가?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대구와 경기할 때는 내가 자신감있게 뛴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를 패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 런던 올림픽이 욕심이 날 텐데?

모든 선수들이 욕심을 낼 것이다. 나도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뽑힐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본선에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 자신에게 대표팀은 어떤 존재인가?

모든 선수의 꿈이다. 대표팀은 누군가에게 “나도 저 선수처럼 되고 싶다”라는 꿈을 가지게 만드는 곳이다.

”인천의 긱스? 인천의 승리 이끄는 선수 되겠다”

신인 문상윤은 팬들로부터 ‘인천의 긱스’라는 별명을 받았다. 프로에서 아직 뚜렷한 실적을 남기지 않은 그에게 이 별명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본인도 그 점을 알고 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별명처럼 진정한 인천의 긱스가 되기 위해 자신을 다졌다.

- 요즘 문상윤의 이름이 많이 노출되고 있는데 팬이 늘었는가?

나는 미니홈피만 한다. 그것도 사진첩을 닫았는데 방문자가 전보다 늘었다. 그것을 보면 조금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웃음)

-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얼마 전 팬들이 사탕을 선물해 줬다. 한 번은 카타르전 때 팬 한 분이 오셔서 ‘인천의 긱스’라고 응원해 주셨다. 내가 긱스같이 플레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분의 응원이 고마웠다.

- 인천의 긱스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는가?

마음에 들기는 하는데. 내가 그 정도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지 않나. 긱스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하다.

- 올 시즌 신인으로서 목표는?

처음에는 신인왕을 생각했다. 하지만 우선 부진한 팀이 살아났으면 좋겠다. 골도 넣어서 인천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인터뷰=한재현 수습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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