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카타르의 '침대축구'는 여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갔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에선 A조 5차전에서 카타르와 격돌한다. 승점 7점(득실차 -2)으로 2위 한국(득실차 5)과 승점이 같았던 카타르의 입장에선 이기면 최상, 비겨도 만족인 경기였다.

카타르의 승부수는 '침대축구'였다. 지난 22일 바레인과 2015 호주 아시안컵 D조 예선(0-1 패)을 치른 탓에 힘겨웠던 걸까. 경기 시작부터 승점 3점이 절실한 한국의 공세가 펼쳐지자 카타르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듯 하나 둘 씩 들어 누웠다.

스타트는 부르한 골키퍼가 끊었다. 전반 3분 이근호가 문전 쇄도할 때 그는 직접적인 충돌이 없었음에도 마치 기절한 듯 쓰러졌다. 전반 33분에는 소리아노가 정인환과 볼 경합 도중 갑자기 넘어졌다. 리플레이 장면을 살펴보니 '연기'로 드러났다.

후반 18분 칼판 이브라힘이 동점골을 터트리자 카타르의 침대는 더욱 안락해졌다. 단순한 파울에도 힘없이 픽픽 쓰러졌고 한국 선수들과 일부러 마찰을 일으키며 경기를 지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타르 선수들의 축구화 끈은 또 어찌나 잘풀리는지.

카타르는 추가시간 5분이 주어지자 2차례 선수 교체를 하면서 경기를 또 다시 지체시켰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에는 보란듯이 마지막 교체 카드를 꺼내며 경기장을 찾은 3만7222명의 관중과 이를 지켜보던 한반도를 분노케 만들었다.

하지만 카타르의 승부수는 결국 자충수가 됐다. 잇따른 경기 지연과 선수 교체로 인해 추가시간 5분이 지나도 경기가 속행됐고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다. 카타르 선수들은 손흥민이 울린 알람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앞서 우리는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 사드의 행태로 카타르산 침대축구의 폐해를 경험한 바 있다. 승패를 떠나 2022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통해 축구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카타르에겐 걸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서 카타르는 자신들의 뻔뻔한 행동에 대한 후회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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