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우리는 쉼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긴 글을 읽을 시간은 없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100마디의 글보다 1장의 사진이 더 기억에 남는 법! 박주성의 축구 그리는 남자(축그남), 수많은 이야기를 한 장의 그림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여기 축구 한 장을 선물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유럽의 모든 리그가 끝났다. 치열한 리그도 있었고, 조기 우승을 확정지어 우승팀 경쟁이 시시한 리그도 있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리그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득점왕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득점왕들에겐 특징이 있다. 모두 리그 우승을 실패했다는 점이다.

우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26골을 퍼부으며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개인으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기뻐할 분위기는 아니다. 팀이 리그 2위로 시즌을 마쳐 우승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팀의 감독인 페예그리니 감독의 거취도 불안한 상황이라 미소가 세어 나오기라도 한다면 팬들에게 집중 비난을 당할 수 있다.

다음은 이탈리아의 공동 득점왕 이카르디와 루카 토니다. 이카르디는 아구에로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웃기에는 분위기가 애매하다. 팀은 리그 8위로 UEFA 챔피언스리그(UCL)는 물론 유럽대항전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 득점왕 루카 토니는 환하게 웃을 수 있다. 비록 팀은 13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득점왕에 이름을 올렸고, 38살이라는 많은 나이에도 자신의 능력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토니에게 오승근씨의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명곡을 추천해주고 싶어진다.

이번에는 신들이 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다. 다른 곳에서는 43골을 넣으면 가볍게 득점왕을 차지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아니다. 호날두는 무려 48골을 퍼부으며 메시를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호날두의 표정도 밝지 않다. 팀이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는데 반면 라이벌 팀인 바르사는 트레블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득점보다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선 최다 득점 선수가 경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의 득점왕 소식을 알았다. 바로 마이어다. 마이어는 시즌 초중반 엄청난 득점을 기록하다 지난 4월 14일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했다. 하지만 하늘이 마이어를 도왔다. 로번과 레반도프스키가 잇따라 부상을 당하며 그에게 득점왕을 선물했다. 하지만 팀은 리그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런 모습은 프랑스까지 이어졌다. 라카제트는 27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득점 선두로 치고 나갔다. 결국 리그앙 최고의 선수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팀은 역시 리그 2위로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그래도 라카제트는 이번 시즌 보여준 엄청난 모습으로 유럽 많은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예외는 있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을 확정지은 데 파이다. 데 파이는 22골을 넣으며 에레디비지에 득점왕에 이름을 올렸는데 동시에 팀도 리그 1위에 오르며 우승을 기록했다. 판 할 감독이 미소를 지을만한 모습이다.

이제 더 이상 우승팀에서 득점왕이 나온다는 생각은 지워도 좋을 것 같다. 개인의 득점보다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이번 시즌이었다. 과연 이런 모습이 다음 시즌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인터풋볼] 박주성 기자 footballpark@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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