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K리그의 개막이 잠정 연기됐다. 겨울 내내 K리그의 개막을 기다렸던 축구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 그래서 축구 전문 매체 ‘인터풋볼’이 준비했다. K리그가 개막하는 그날까지 ‘보고싶다 K리그’라는 기획 기사 시리즈를 축구 팬들에게 전달한다. 특집 기사,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K리그 팬들의 갈증을 해소할 예정이니 기대하시라! 포털 사이트 댓글로 취재를 원하는 팀 또는 소재가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편집자주]

6년 만에 1부리그 무대를 밟게 된 김영광(36, 성남FC). 지난 18년 동안 전남, 울산, 경남, 서울 이랜드에서 활약한 그는 최근 성남으로 이적했다. 김영광은 “나 때 성남은 말이야”라는 회상과 함께 성남 이적 배경을 ‘인터풋볼’에 들려줬다.

# 3월에서야 새 팀을 찾은 김영광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동안 잘 지냈나.

개인훈련과 PT로 운동했다. 가족들과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았다. 프로 생활하면서 동계훈련을 가지 않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큰 딸이 “아빠, 왜 동계훈련 안가?”라고 묻기도 했다. 웃으며 “좋은 팀 가려고 준비하고 있어”라고 답했다.

-6년 만에 K리그1으로 올라왔다.

원래 제 목표는 서울 이랜드와 함께 1부리그로 승격하는 것이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다. 때마침 성남에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책임감도 더 생긴다. 설레기도 하고 기대된다.

-성남과 김영광. 색다른 조합이다.

성남으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기분이 좋았다. 가슴에 별 7개를 언제 달겠나. (가슴의 별은 K리그 우승 횟수를 의미한다.) 다시 신인의 자세로 임한다는 의미에서 등번호 41번을 택했다.

-연봉 백지위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실력을 떠나서 나이 많은 선수를 영입하는 건 구단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구단은 선수를 볼 때 값어치를 생각한다. “저는 이 정도 선수니까 이 정도 해달라”고 할 수 없다. 프로선수는 가치를 스스로 평가할 수 없다. 구단에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나이 많은 선수 믿어주는 거니까 고마울 뿐이다.

# 지금의 김영광을 만든 건 '성남'이다?

-41번에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들었다.

프로 데뷔 시즌에 41번을 받아서 서운했다. 당시 전남은 1번, 21번, 31번, 41번을 골키퍼에게 줬다. 1번, 21번은 고참 형들이었다. 31번, 41번을 신인들에게 줬다. 저는 전남이 키운 선수고 청소년대표팀도 나갈 때였다. 그래서 31번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입단 동기인 염동균 선수에게 31번을 주고 저는 41번을 받았다.

41번을 달고 꼭 프로에 데뷔하자고 각오했다. 2군 리그 부산전에 출전했는데 1군 감독이던 이회택 감독님이 갑자기 경기를 보러오셨다. 마침 그 경기에서 제가 정말 잘 막았다. 페널티킥(PK)도 막고 보여줄 거 다 보여줬다. 감독님이 제게 ‘다음 경기 준비해’라고 하셨다. 너무 놀랐다. 고생했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울컥했다. 그 2군 경기 한 경기로 인생이 바뀌었다. 그날 감독님이 안 오셨으면 지금의 김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상대팀으로 만났던 성남은 어떤 팀이었나.

프로 데뷔전은 부천SK전이었다. 그 다음 경기가 성남 원정이었다. 2003년 그때의 성남은...아휴(한숨) K리그를 넘어 아시아에서 노는 팀이었다. 지금의 전북?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경기에 3골 씩 넣는 팀이었다. 공격에 샤샤, 김도훈, 김대의, 데니스(이성남), 우성용 선배, 중원에 신태용 감독님이 있었다. K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스타들이 다 있었다. 너무 떨려서 기억도 제대로 안 난다.

-결과는?

제가 다 막아서 우리가 2-0으로 이겼다.(웃음) 전남이 성남 원정에서 2-0으로 이긴 건 엄청난 이변이었다. 다음날 신문에도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 그 경기를 계기로 자신감이 붙었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 이젠 제가 성남 선수가 됐다. K리그 명문팀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 형님에서 감독님, 코치님으로

-김남일 감독(전남 시절)과 정경호 코치(울산 시절)는 선수 시절 같은 팀 동료였다. 선수-지도자로 다시 만난 소감은?

김남일 감독님은 워낙 카리스마가 있어서 선수 때도 ‘형’이라고 못 불렀다. ‘형님’이라고 불렀다. 당시 제가 전남 막내였는데 숙소 밖에 나가면 여성팬 수백명이 김남일 감독님을 기다렸다. 너무 신기했다. 우리 팀에 그런 스타가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

정경호 코치님은 울산에서 ‘치달의 황제‘였다. 제가 킥 해주면 받아서 치고 달리고 접고 때렸다. 다 들어갔다. 그때의 추억이 너무 행복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와 지도자 관계다. 존중해야 한다. 가깝게 지내면 다른 선수들이 좋지 않게 볼 수 있다.

남궁웅 코치는 제 후배다. 이태우 코치는 저와 동갑이다. 당연히 제가 존댓말한다. 선수는 지도자에게 무조건 존중하고 존칭을 써야 한다. 울산에서 함께 뛰던 (양)동현이도 이번에 성남으로 이적했다. 동현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다. 앞에 동현이가 있어 든든하다.

글=이현호 기자

사진=성남FC,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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