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K리그의 개막이 잠정 연기됐다. 겨울 내내 K리그의 개막을 기다렸던 축구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 그래서 축구 전문 매체 ‘인터풋볼’이 준비했다. K리그가 개막하는 그날까지 ‘보고싶다 K리그’라는 기획 기사 시리즈를 축구 팬들에게 전달한다. 특집 기사,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K리그 팬들의 갈증을 해소할 예정이니 기대하시라! 포털 사이트 댓글로 취재를 원하는 팀 또는 소재가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편집자주]

2002년 만 18세의 나이로 프로에 입단한 김영광(36, 성남FC) 골키퍼가 어느덧 프로 19년 차를 맞았다. 이 기간 동안 K리그 5팀의 유니폼을 입고 통산 495경기를 뛰었다. 더불어 수많은 공격수들의 슈팅을 막고 또 막아냈다.

광양제철고를 졸업한 김영광은 2002년 전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첫 시즌은 0경기 출전. 그러나 이듬해 11경기 출전을 시작으로 존재감을 키워갔다. 2007년에는 울산으로 이적해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2012년)을 이끌었다.

이후 2014년 경남을 거쳐 2015년에는 신생팀 서울 이랜드의 창단 멤버로 5년 간 활약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영광은 2020시즌을 앞두고 성남으로 이적했다. “프로 데뷔 등번호인 41번 유니폼을 입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한 김영광을 ‘인터풋볼’이 만났다.

# 프로 19년 차, K리그 495경기에 나선 ‘리빙 레전드‘

-K리그 통산 500경기까지 단 5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성남에서 주전으로 뛸지는 모르겠지만 500경기까지 달성할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 (기록을 달성하면) 뭉클할 거 같다. 프로는 경쟁도 너무 심하고 냉정하다. 그 안에서 대기록 가까이 와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대선배인 김병지(706경기), 최은성(532경기) 골키퍼의 기록에도 가깝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우러러보던 선배들이다. 병지 형님께 몸관리 노하우를 많이 여쭤봤다. 인터뷰도 찾아봤다. 체중유지와 수면을 강조하셨다. 병지 형이 “나이 먹고 운동 많이 하는 건 독이 될 수 있다. 젊을 때랑 다르다. 많이 하기보다 유지하는 정도로 하는 게 중요하다. 그 운동량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미세하게 운동량을 줄여라”라고 하셨다.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최선을 다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잠자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한다. 오늘 정말 최선을 다했는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게 살자고 한다. 노력하다보니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어린 선수들을 보면 가진 게 많다. 조금만 더 쏟아 부으면 더욱 성장할 수 있다.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자. 그러다보면 오래 뛸 수 있다.

# 김영광에게도 어려운 슈팅이 있었을까? 인생 선방은 언제일까?

-그동안 다양한 공격수들을 상대했다. 가장 위협적이었던 슈팅이 있다면?

2000년대 중후반에 부산, 경남에서 뛰었던 뽀뽀(41)라는 브라질 공격수가 있었다. 그 선수 슈팅이 기가 막혔다. 아무리 먼 거리에서 슈팅을 때려도 구석으로 꽂혔다. 특히 2006년에 전남-부산 경기에서 뽀뽀가 프리킥을 차서 구석으로 넣었다. 다행히도 주심이 휘슬을 안 불었기 때문에 다시 차라고 했다. 그런데 두 번째 슈팅도 같은 코스로 똑같이 들어가더라. 아무것도 못하고 쳐다만 봤다. 그 선수는 아직도 기억난다.

(이)동국이 형과 데얀의 슈팅도 어려웠다. 동국이 형과 데얀은 골키퍼 심리를 잘 아는 것 같다. 속이는 동작이 많다. 감아차는 척 하더니 꺾어찬다. 아니면 꺾어찰 거 같은데 감아찬다. 속을 때도 있지만 막으면 기분이 좋다. 골을 잘 넣으려면 골키퍼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

이번에 성남이 영입한 공격수 토미(25, 크로아티아)도 그런 스타일이다. 같이 훈련을 하면 감아차는 척하면서 꺾어차는 걸 잘 한다. 그 반대도 잘 한다. 골키퍼를 헷갈리게 한다. 슈팅 궤적이나 코스가 정말 좋다. 올 시즌 기대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or 슈퍼세이브가 있다면?

전남에서의 프로 데뷔전, 울산에서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남에서의 임대 생활, 서울 이랜드에서 5년 모두 소중한 기억이다. 그중에서도 울산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인생 선방은 2004 아테네 올림픽 그리스전에서 헤더 슈팅을 막았을 때. 그 대회를 계기로 많은 분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했던 터키와의 A매치에서 2연속 선방, 올스타전에서 3연속 선방도 기억난다. 올스타전 슈팅은 김도훈 선배의 슈팅 2개를 연속으로 막았는데 그 공이 골문 쪽으로 굴러갔다. (최)태욱이 형이 차려고 달려가는 걸 제가 쫓아가서 손으로 쳐냈다. 그때 최태욱 선수는 정말 빠를 때였다. 다시 생각해도 뿌듯하다.

#다음 편은 김영광의 ▲프로 데뷔전 나비효과, ▲성남으로 이적한 계기, ▲통큰 팬서비스입니다.

글=이현호 기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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