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서귀포] 이현호 기자=김남일 성남FC 감독의 현역 시절 애칭을 탐내는 선수가 있다. 성남의 중원을 책임지는 김동현(22)이 그 주인공이다.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크게 주목을 받는 포지션이 아니다. 그만큼 별명이나 애칭을 얻기도 힘들다. 하지만 김남일은 달랐다. 2002 한일월드컵 시절 노란 머리를 휘날리며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모조리 묶어 ‘진공청소기’로 불렸다.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 유망주가 등장하면 ‘신형 진공청소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시간이 한참 흘러 김남일은 유니폼을 벗고 지휘봉을 잡았다. 현역 시절 FIFA 월드컵 3회 출전(2002 한일, 2006 독일, 2010 남아공), A매치 98경기 출전, K리그 242경기 출전에 빛나는 김남일이 이제는 ‘감독’이 된 것이다.

김남일 감독의 뒤를 잇고 싶다는 김동현을 성남 전지훈련지인 제주도 서귀포에서 만났다. 김동현은 12월, 1월 두 달 동안 김학범 감독이 이끌던 대한민국 U-23 대표팀에 소집되어 태국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고 뒤늦게 성남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2002 한일월드컵 직전 잉글랜드와의 평가전, 박지성, 김남일, 폴 스콜스, 애슐리 콜이 보인다.

"감독님이 바뀌어서 새 팀으로 온 것 같다"는 김동현은 “감독님의 진공청소기 타이틀을 뺏고 싶다. 이제 지도자가 되셨으니까 그 명성을 제가 욕심내겠다. 기왕이면 같은 팀 제자가 물려받아야 감독님도 좋아하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U-23 대표팀에서 코치님들이 ‘성남으로 돌아가면 진공청소기 감독님한테 많이 배워서 와라’라고 말씀하셨다. 제가 감독님께 더 다가가고 싶은데 전지훈련에 늦게 합류해서 아직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진 못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남일 감독의 지도 스타일도 들려줬다. 김동현은 “감독님의 색깔에 맞춰가는 단계다. 중앙 미드필더이지만 더 많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라고 주문하신다. 미팅 때 그래픽으로 코칭을 해주시는데 눈이 즐겁다. 새롭게 배우는 축구다. 앞으로 배울 게 많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김동현은 이번 시즌 꼭 이기고 싶은 상대를 콕 집었다. 그는 “김진규(22, 부산아이파크) 형이랑 U-23 대표팀에서 두 달 동안 룸메이트였다. 거의 가족처럼 친해졌다. 하루에 5~6번씩 통화하는 사이다. 공을 워낙 잘차는 형이기 때문에 K리그에서 만나면 제가 꽁꽁 막고 싶다. 부산전은 무조건 이기겠다”고 다짐하며 새 시즌에 열을 올렸다.

사진=게티이미지, 대한축구협회, 성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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