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방콕(태국)] 이현호 기자=“너무 과분하죠.”

김학범 감독은 ‘학범슨’이라는 애칭에 겸손하게 반응했다. 학범슨은 김학범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이름을 딴 합성어다. 팬과 미디어는 물론 선수들도 학범슨이라는 닉네임을 즐겨 쓰곤 한다.

김학범 감독과 퍼거슨 전 감독 사이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두 감독은 선수 시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지도자로 꽃을 피운 케이스다. 명지대 축구부를 나온 김 감독은 실업팀 국민은행 축구단에서 활약하다가 은퇴 후 국민은행 은행원으로 업을 이어갔다. 과장까지 승진했던 김 감독은 국민은행 축구단의 코치 제안을 받아들여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퍼거슨 감독은 스코틀랜드의 아마추어 클럽에서 선수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프로팀 덤퍼린으로 이적했고, 스코틀랜드 명문 레인저스에도 몸을 담았다. 그러나 감독 경질, 구단 수뇌부와의 갈등과 같은 외부 문제가 겹치면서 팀을 떠났다. 돌고 돌아 퍼거슨 감독은 잠시 펍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학범 감독은 국민은행 축구단 코치를 거쳐 1996 애틀란타 올림픽 코치, 성남 일화 코치로 맹활약했다. 2005년부터 성남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K리그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FA컵 우승 등으로 커리어를 장식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국민 감독으로 등극했다.

퍼거슨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인 빅클럽 맨유에서만 27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이곳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드(EPL) 우승을 무려 20차례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2회를 비롯해 38개의 우승컵을 맨유에 안겨줬다. 또한 박지성을 굳게 신임하는 감독으로 국내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외에도 수많은 공통점이 있다.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과 퍼거슨 감독의 소리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힐 땐 시청자들이 깜짝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단은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이들을 칭송한다.

U-23 대표팀 공격수 오세훈은 “많은 분들이 김학범 감독님을 무서워하시는데 실제로는 정말 자상하시다. 사소한 거 하나하나 잘 챙겨주신다”면서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언급했다. 미드필더 이동경 역시 “100점 만점 감독님”이라고 치켜세웠다. 박지성 또한 퍼거슨 감독을 가리켜 “혼날 일만 하지 않으면 무섭지 않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의 퍼거슨, 즉 학범슨으로 불리는 김학범 감독은 본인의 닉네임을 어떻게 생각할까. 현재 태국 방콕에서 진행 중인 2020 AFC U-23 챔피언십에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김학범 감독이 직접 답했다.

24일 오후 방콕 근교의 알파인 풋볼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에 열중이던 김학범 감독은 “학범슨? 에휴 저한테 너무 과분하죠”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손사래를 쳤다. 이어 “이 대회 우승부터 해야지 무슨”이라는 말을 남기고 팀 버스에 올랐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의 지휘를 받고 있는 U-23 대표팀은 오는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을 치른다. 이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컵을 품지 못한 한국이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와 함께 귀국할 수 있을지, 학범슨의 마지막 방콕 여정에 큰 관심이 주목된다.

사진=윤경식 기자, 게티이미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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