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올해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했던 세대의 변신이 도드라졌다. 이미 현역을 떠났거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는 이들이 앞으로 한국축구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 한 해이기도 했다.

새로운 세기를 전후해 열렸던 두 번의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는 극적인 반전을 경험했다. 1998년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던 국가가 4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2002 월드컵에 나섰던 선수들은 세계의 높은 벽에 좌절했고, 또 그것을 완벽히 극복하는 과정을 경험한 첫 세대다.

눈높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생각의 차이는 행동의 변화를 부르고 다른 결과를 낳는다. 2002 세대는 올해 들어 월드컵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넘어서 각자 다른 자리에서 주어진 몫을 해내며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우선 현장에서 지휘봉을 잡고 팀을 좌지우지하는 감독의 영역에서 거둔 성과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2002 대표팀의 주장에 빛나는 홍명보는 올 여름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이끌었다. 포항을 FA컵 정상에 올려 놓은 황선홍 감독은 프로 감독 5년 차에 품은 첫 우승컵에 감격의 눈물을 터뜨렸다. 최용수는 정식 감독 부임 첫 해에 K리그 우승을 이루고 최우수 감독상까지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최고의 스타 선수들이 10년 만에 한국축구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전설은 이어졌다. 김병지는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 굴하지 않고 사상 첫 200경기 무실점, 600경기 출전 등의 대기록을 쌓았다. 곧바로 700경기 출전이라는 다음 목표를 제시한 김병지는 나이에 떠밀려 은퇴하던 관례를 뛰어넘어 K리그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지난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영표는 캐나다로 떠났다. MLS의 밴쿠버 화이트 캡스 소속으로 32경기에 풀타임 출전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은퇴를 고민하던 그는 스포츠 산업이 발달한 북미 무대에서 스포츠 행정과 마케팅 공부를 겸하며 현역 생활을 1년 더 이어가기로 했다.

경기장 바깥에서도 2002 세대의 활약이 눈부셨다. 안정환은 K리그 명예 홍보팀장을 맡아 전국 16개 경기장을 찾아 사인회 등으로 팬들을 만났고, SNS 상에서도 홍보에 열을 올리며 K리그를 알리는 데 힘썼다. 송종국은 TV 해설가로 데뷔해 생동감 있는 설명으로 팬들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2002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였던 이운재까지 은퇴를 선언하고 제2의 축구인생을 모색할 예정이다.

2002년 그라운드에서 기적을 일으킨 스타 선수들은 10년이 지나 새로운 목표에 도전해 인정을 받았다. 나아가 축구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2002 대표팀 출신이라는 경력이 과거의 훈장이 아니라 일종의 책임감이자 미래를 향한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2002 월드컵의 영웅들이 지도자, 행정과 마케팅, 방송과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떠한 활동으로 한국축구의 발전에 기여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채태근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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