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부산] 신명기 기자= “내가 여기 있는 한 수비 후 빠른 역습을 추구한다던지 하는 방향으로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유지해온 철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자신의 철학인 빌드업 축구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전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기회에 비해 많은 골을 넣지 못하면서 ‘졸전’ 평가가 나오자 한 말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이고”, “변명은 아니지만”이라는 말을 했던 벤투 감독은 비판에 대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우선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의 이번 동아시안컵 첫 두 경기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홍콩에 2-0, 중국에 1-0으로 승리했다. 만족스러운 스코어는 아니었지만 2연승을 기록하면서 최종전인 일본전서 승리할 경우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문제는 후방에서부터 패스로 전진해 점유율을 확보하고 골을 넣어 승리한다는 벤투 감독의 축구가 비효율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종예선도 아닌 2차예선서 한 4경기에서 ‘최약체’인 스리랑카전을 제외하면 속 시원하게 이긴 경기도 없었다.

이미 직전 외국인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 체제에서 점유율의 허상을 경험했던 터라 일부 팬들은 벤투 축구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전에서 주도하는 경기를 했음에도 1-0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벤투 감독도 중국전 이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졸전’을 펼쳤다는 평가에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축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벤투 감독은 그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꺼내며 자신의 축구를 이어나가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벤투 감독은 “일부 사람들이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여론이나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계속해서 유지해온 철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수비적으로 팀을 운영했다가 빠른 역습을 추구한다던지 하는 방향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공격적인 부분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개선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최대한 팀을 조직적으로 만들고 한국에 부임하면서 첫 내부 미팅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인지 모두 공유했다. 축구협회 내에서도 공감대를 샀다”는 말로 자신이 추구해온 방식과 철학이 협회 내부적인 공감을 얻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벤투 감독이 말한 대로 그가 대한축구협회와 철학을 공유하고 장기적인 플랜 하에 감독직을 시작한 것은 맞다. 그 철학을 확실하게 A대표팀의 색깔로 만들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 것도 맞다.

하지만 벤투 감독에게도 말이 아닌 실질적인 결과물로서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아시안컵 8강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안은 벤투호는 월드컵 예선과 평가전을 치르면서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한 단계 중 하나가 바로 동아시안컵이다. 중국과 일본이 2진으로 나선 상황이고 유럽파가 없지만 기존 대표팀에 선발된 자원들이 상당수 있는 만큼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대회다.

벤투 감독이 인정했듯 그간 지속적으로 나왔던 결정력 부재 문제가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만든 기회를 골로 전환하는 효율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빌드업을 위한 빌드업이 아닌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골’이라는 부분을 실제 경기장에서 구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주체는 벤투 감독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이다. 벤투 감독의 말이 변명이나 둘러대기로 규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기장 위에서 자신이 왜 ‘빌드업 축구’를 하는지 기대하는 팬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꼭 우승이나 매 번 승리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 축구가 왜 ‘빌드업 축구’를 해야 하고 그 수단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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