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광화문] 이현호 기자=“선수 때 생각은 빨리 버려야 해요.” 굵직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김형일(35)이 현역 축구선수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2007년 대전에서 데뷔한 김형일은 포항, 상주, 전북, 부천, 네이비FC(태국)를 거쳐 지난 2018년 축구화를 벗었다. 현역 시절 2010 남아공 월드컵 국가대표, K리그1 우승 2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회, FIFA 클럽 월드컵 출전 2회 등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그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김형일의 선택은 ‘고알레(GoAle)’였다. ‘축구를 사랑하는 일반인을 위한 영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된 고알레는 전직 K리거 이호 대표가 이끄는 풋볼 크리에이터 업체 중 한 곳이다. 김형일은 고알레에서 감독 직책을 맡아 은퇴 후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신라스테이에서 김형일 감독과 이호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새롭게 개설한 ‘K리그 아카데미-은퇴선수 교육과정’에 강사로 초빙됐다. 은퇴한 축구선수 중 모범사례로 꼽힌 것이다.

김형일은 취재진과 만나 은퇴 후의 삶을 현역 시절과 비교했다. “밖에서 저를 보면 커리어도 좋고 연봉도 많이 받아서 은퇴 후에 편하게 살 거라고 생각하신다. 저도 은퇴 후에 놀고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 오산이다. 은퇴하면 다 똑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서 “예를 들면 선수 때는 편의점에 가도 금액을 안 봤다. 사고 싶은 거 다 샀다. 지금은 모두 본다. 현역 때 억대 연봉이었으면 뭐하나. 지금은 다 똑같다”고 말하며 “선수 때 생각을 빨리 접어야 은퇴 후에 뭘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눈높이를 낮추라는 조언이었다.

김형일은 실패 사례도 언급했다. “선수 생활 중에 5억을 벌었어도 그걸 투자해서 모두 잃은 사람이 많다. 은퇴 후에 사업해서 잘 된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물론 성공하신 분들도 있지만 모두 알만한 대선배들 아니면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형일은 현역에서 뛰는 후배들에게 “은퇴 후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길 바란다. 선배들처럼 이것저것 겪어본 후에 자리 잡지 말고 쭉쭉 올라가면 좋겠다. 은퇴 후 공백기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함께 자리한 이호 대표 역시 “저희는 언제나 열려있다. 후배 선수들이 저희 사무실에 찾아와서 언제든지 편하게 고민을 나누면 좋겠다. 저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적극 도와주겠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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