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구리] 신명기 기자= FC서울의 대형 신인인 김주성의 프로 첫 번째 시즌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큰 기대를 받고 시즌을 준비했지만 부상으로 초반에 뛰지 못했고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경쟁에 임한 김주성은 최용수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1년차에 시즌 10경기 출전이라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김주성은 6일 K리그 케어 프로그램 홍보촬영을 위해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GS 챔피언스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즌은 끝났지만 김학범호 첫 승선으로 인해 아주 짧은 휴식시간을 보낸 뒤 컨디션 유지를 위해 개인훈련을 병행하고 있던 김주성이었다. 그런 그에게서 많은 일들이 있었던 프로 첫 시즌에 대한 소회와 향후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프로 1년차: 잔인했던 부상 타이밍, 그리고 U-20 월드컵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 서울의 부활을 꿈꾸던 최용수 감독이 눈여겨보던 선수는 서울 산하 유스인 오산고를 졸업한 김주성이었다. 2000년생으로 만 18세에 불과한 센터백이었지만 걸출한 실력으로 코치진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에 최용수 감독은 프로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김주성을 개막전서부터 기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상이 김주성의 화려한 데뷔 기회를 날려버렸다. 김주성은 개막을 앞두고 치른 연습경기에서 부상을 입어 데뷔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김주성은 당시를 “감독님께서 동계훈련 때부터 아주 좋게 무서운 신인이 나타났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것에 대해 감독님께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고 감독님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 감독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연습경기에서 갑자기 다치는 바람에 데뷔전이 무산됐고 힘들었던 시기였다”라고 기억했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고 프로 첫 시즌부터 시련을 겪다보니 정신적인 타격은 컸다. 김주성은 “다친 상황에서 형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 부상으로 인해 그러지 못한다는 마음이 커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1년 차고 이런 경험이 처음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주성은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한 살 위인 이지솔, 김현우, 이재익과 경쟁에서 밀렸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한 번 결정되면 잘 바뀌지 않는 수비수 특성상 구도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8강 세네갈전 연장 교체출전이 김주성의 U-20 월드컵 첫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팀은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세웠지만 김주성이 마음고생을 했던 이유다. 김주성은 부상당했던 것과 U-20 월드컵에서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것이 올해 가장 힘든 기억이라고 했다.

# U-20 월드컵 이후 반등, 생각지 못했던 10경기 출전

어려움만 있을 줄 알았던 김주성의 프로 첫 시즌은 U-20 월드컵 이후 반전을 맞았다. 최용수 감독은 복귀한 김주성을 꾸준히 벤치에 앉히더니 지난 7월 인천 원정경기를 통해 첫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김주성은 첫 경기 출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김주성도 올해 최고의 기억으로 인천전을 꼽는다. 김주성은 “좋았던 순간은 데뷔전인 인천전이었다. 프로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는데 경기장에서 뛴다는 자체가 행복했다”라고 당시 감정을 더듬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김주성은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출전 기회를 받았다. 특히 최용수 감독은 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달려 있었던 절체절명의 대구FC전에서 김주성에게 선발 기회를 주며 믿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서울은 ACL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주성이 기회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린 선수답지 않게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었다. 의욕과 전투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했던 최용수 감독의 주문대로 경기 전부터 정신 무장을 잘 했던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김주성은 “상대보다 이기려는 의욕이 앞설 수 있도록 정신무장을 했다. 그래서 많은 관중이 찾는 대구전에서 긴장보다는 조금 더 즐기고 재미있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왜 최용수 감독이 경험이 많지 않은 김주성을 기용하려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대구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끝내고 보니 김주성의 출전 경기 수는 10경기로 늘어 있었다. 김주성은 “이번 시즌 목표가 내가 수비수이고 1년차니까 생각보다 못 뛸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다.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받아서 좋았다”면서 자신의 프로 첫 시즌을 자평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소박한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김주성 자신은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듯 보였다.

# 시즌은 끝났지만...김학범호 승선과 내년 ACL 준비로 바쁜 김주성

지난 1일에 치러진 대구전을 끝으로 서울의 2019시즌은 막을 내렸다. 시즌은 분명 끝났고 다른 동료들은 휴식을 취했는데 김주성은 벌써부터 컨디션 유지를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김학범 감독의 U-22 대표팀 첫 승선 때문이다. 1월로 예정된 ACL 플레이오프로 인해 훨씬 빠르게 시작될 서울의 새 시즌 때문이기도 하다.

불과 이틀 정도만 개인시간을 가졌던 김주성은 불만이 없다. 더 높은 꿈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주성은 “이틀 휴식 후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에 들어가 운동을 하고 있었다.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에 몸 관리를 잘해서 최대한 좋은 상태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휴식이 없어서 힘들긴 하지만 누군가 쉴 때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웃어보였다.

이제 김주성은 적어도 2살 이상 차이나는 형들과 경쟁을 하게 된다. 지난 U-20 월드컵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도다. 정태욱, 이상민, 원두재, 김재우, 김태현 등 만만치 않은 자원들과 경쟁을 해 이겨야 한다. 만약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경우 오는 1월로 예정된 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하게 된다.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여서 김학범 감독은 가장 준비된 선수들을 데려갈 생각이다.

김주성은 “뽑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뽑혔으니 가서 형들과 조금 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서울에서 했던 부분들, 감독님이 원하시는 부분들을 잘 해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상황에 따라 출전 여부가 갈릴 수 있겠지만 김주성은 ACL 플레이오프에도 대비해야 한다. 서울은 오는 1월 말 본선 진출을 위한 시즌 첫 출항을 하게 된다. 김주성은 “형들이 ACL을 나가는 것과 안 나가는 것은 차이가 정말 크다고 얘기해줬다. 그런 부분들에서 정말 기대가 된다.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ACL에 출전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그래서 그런지 시즌을 일찍 시작하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ACL을 포함해 김주성의 목표는 지난 시즌보다 발전하는 것이다. 꿈을 크게 갖고 싶기도 하지만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김주성은 “올해 10경기를 뛰었으니 5경기에서 7경기 더 뛰어서 15~17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구체적인 다음 시즌 목표다,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고 발전해야 할 것 같다”면서 다음 시즌을 내다봤다. 

실제로 김주성이 다음 시즌 서울에서 더욱 중용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최용수 감독이 이번 시즌부터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기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용수 감독은 "미생들을 데리고 힘겨운 레이스를 한 것 같다"고 하면서도 "긍정적인 것은 김주성, 조영욱, 윤종규, 이인규 같은 선수들이 많이 발전했다"는 말로 젊은 선수들의 약진에 고마움을 나타낸 바 있다. 첫 시즌의 우여곡절을 잘 넘긴 '미생' 김주성은 다음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꿈틀대기 시작했다. 

사진= 인터풋볼,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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