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홍은동] 신명기 기자= “모든 걸 안고 가야한다는 점에서 외롭죠. 몸 컨디션도 하루하루 컨디션이 바뀌고 내려놓고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순간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내가 팬들과 약속하고 얘기했던 부분이 있으니’라는 생각으로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K리그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행사인 시상식장에서 웃는 얼굴의 유상철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감독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을 해온 유상철 감독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팬들과 한 약속 중 하나인 K리그1 잔류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유상철 감독은 덤덤한 어조로 나머지 하나의 약속인 췌장암 완치를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유상철 감독은 2일 오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개최한 ‘하나원큐 K리그 어워즈 2019’ 시상식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소재 그랜드힐튼호텔로 향했다. 시즌 감독상 후보는 아니었지만 특별 수상자로 선정됐고 식전 자유인터뷰를 통해 시즌을 마친 소회를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 상황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지나와야 했던 유상철 감독이다. 지난 5월 인천유나이티드에 부임한 유상철 감독은 강등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전력상 문제와 분위기가 가라앉은 팀 성적은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인천은 유상철 감독을 지원하기 위해 여름 이적시장서 장윤호, 명준재, 김호남, 여성해를 비롯해 라시드 마하지, 케힌데를 영입해 큰 폭의 전력보강에 성공했다. 7월부터 반등 기미를 보이던 인천은 막판 경남FC-제주유나이티드와 경쟁을 이겨내면서 ‘잔류왕’ 타이틀에 걸맞은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인천이 반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중심을 잡고 버틴 유상철 감독이었다. 유상철 감독은 지난 10월 성남전을 통해 건강이상설이 제기됐고 검진 결과 췌장암 4기 진단이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에도 유상철 감독은 감독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치료를 병행하며 구단을 잔류시키겠다는 약속을 팬들에게 건넸다.

유상철 감독이 내건 약속은 지키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스스로와 싸워야 했고 마찬가지로 절박한 상대 팀들을 넘어서야 했다. “그때그때 증상이 다르다. 지금 2차 항암치료까지 받았는데 하루하루 컨디션이 바뀐다”면서 몸상태 유지가 쉽지 않았음을 털어놓은 유상철 감독은 “다 안고 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외롭긴 했다. 하지만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고 선수들과 팬들을 위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때마다 유상철 감독의 마음을 굳게 한 것은 팬들과 현장에서 얻는 에너지였다. 유상철 감독은 “경기장에 처음 들어설 때 분위기를 보고 소름끼치는 부분이 있다. 팬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면 그랬다. 특히 홈이든 원정이든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몸상태가 갑자기 좋았다가 나빠졌다가 했는데 현장에 있으면 집중해서 통증을 잊을 수 있게 되기도 했다”는 경험도 털어놓았다.

그런 에너지를 통해 마음이 약해질 때 다잡을 수 있었다는 유상철 감독이다. 그는 “느슨해질 수도 있다. 내려놓고 쉬고 싶기도 하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순간 ‘내가 팬들과 얘기하고 약속했던 부분이 있으니’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 잘 버티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선수들에게도 유상철 감독의 에너지가 전달됐던 모양이다. 유상철 감독은 “다른 감독님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감독으로서 외롭게 싸운 부분이 있다. 선수들도 ‘어떻게 감독님은 이렇게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선수들에게 괜찮다고 하고 안고 가려하고 그러냐’고 물어본다. 내가 흔들리거나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면 선수들도 불안하고 위축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지도자로서 그런 부분들을 안고 가면서 좋은 결과가 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상철 감독은 어려운 시간 속 잔류를 이끌어낸 뒤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고 말했다. 유상철 감독은 “인천이라는 팀은 절대 2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고 선수들이 준비를 잘 해줬다. 경남전에서 약속을 지켜달라는 문구를 보고 뭉클했고 실제로 약속을 지켜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났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목표 달성까지 팬들과 한 약속이 유상철 감독을 지탱한 셈이다.

유상철 감독에게는 한 가지 약속이 더 남았다. 바로 자신의 몸을 회복하는 일이다. 유상철 감독은 “우선 전지훈련 전까지 휴식을 취할 것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치료를 열심히 받을 것이다”라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 의지를 나타내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인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인천의 미래를 그리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던 유상철 감독이다.

유상철 감독은 “인천이라는 팀은 굉장히 메리트가 있다. 정말 성적이 이렇게 좋지 않은데 팬들이 그렇게 오는 것이 쉽지 않다. 정말 쉽지 않다. 그만큼 열정이 있고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성적을 어느 정도 만들어놓고 유지를 잘 한다고 하면 서울이나 전북이나 울산이나 관중 많은 구단 못지않게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웃어보였다.

사진= 윤경식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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