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명기 기자= K리그의 흥행 흐름에 일조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번에는 한국 축구의 근간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상에 대한 이해나 지원이 부족한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K리그 케어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축구는 역사의 여러 굴곡을 넘어오면서 질적-양적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비롯해 당장의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 중요시하는 관점에서 유소년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시각을 넓혔다.

투자와 노력의 결실이 곧바로 나타날 리 만무했다. 연맹이 10여 년간 노력을 기울인 끝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각 구단이 길러낸 유스 선수들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실제 프로 경기에서 중용받는 선수 연령대도 낮아졌다. 여러 젊은 스타들의 등장이 두드러졌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거둔 성과도 눈에 띄었다. 올해만 하더라도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월드컵 첫 준우승에 이어 U-17 월드컵 사상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유스 등 유소년 선수들의 육성을 진행하면서 안타까운 점을 포착해 냈다. 바로 축구선수로서 피할 수 없는 부상에 대한 이해나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2015년 대한축구협회가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제 국내 등록 유소년 선수 중 33%가 부상방지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고 상당수의 어린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을 때 전문인력이 아닌 감독이나 코치에 의해 응급처치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U-15 선수 중 절반, U-18 선수 중 42%가 2개월 이내로 부상이 재발되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부상 복귀 시점에 대한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유소년 선수 중 44%가 의학, 신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지도자나 자신의 판단으로 복귀한다는 안타까운 조사가 나왔다.

이에 연맹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재정후원으로 5억 원 가량의 사업 자금을 마련,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소년 단계의 선수들의 부상 관리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 지난 9월에 시작해 12월까지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K리그 케어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었다.

유소년 축구의 전반적인 문제를 짚기 위한 것인 만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연맹은 유소년 시기부터 축구선수의 건강관리 및 부상방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확립시키고자 했다. 그렇게 될 경우 향후 선수생활 지속과 경기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한 ‘공부하는 운동선수’ 정책의 도입으로 훈련시간을 줄이고 체력훈련보다 기술훈련의 비중을 높이는 추세도 이번 사업의 추진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맹은 ‘K리그 케어 프로그램’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진행했다. 부상예방교육과 부상예방홍보, 의료용품지원이 큰 갈래라고 볼 수 있다. 현장 지도자, 학부모, 선수들을 대상으로 K리그 22개 유스팀 유소년 주치의가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의무 트레이너가 U-15 축구팀을 방문해 강의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홍보에 대한 부분이었다.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하며 K리그1 12개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직접 나서 부상관리에 대한 부분과 부상예방, 운동법까지 가르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 콘텐츠에는 유소년 선수들과 나이가 가까운 신예 선수부터 베테랑 선수까지 포함된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나섰다. 미래의 롤모델이 될 만한 대선배들의 인터뷰와 조언으로 유소년 선수들이 해당 내용들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했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듣고 싶은 프로 무대에서도 성공한 선수들의 경험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유럽에서 활동한 바 있는 김보경, 류승우, 그리고 대표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거나 현역으로 뛰고 있는 한국영, 정승원, 윤빛가람, 김민우 등 선수들도 다수 포함돼 유소년들의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한 편당 5분에서 6분 정도의 길이인 해당 콘텐츠에는 트레이너와 함께 부상 방지를 위한 훈련을 하는 장면과 방식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 12개 구단 12명의 선수들이 해당 캠페인에 참가한 뒤 미션에 성공해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 의료용품을 증정하는 의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이러한 캠페인은 대상자인 유소년 선수들 외에도 K리그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인기 선수들이 동참하는 모습과 미션을 진행하면서 솔직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했고 부상에 대한 대처법 등 평소에 듣기 쉽지 않은 부분들까지 나오면서 호응을 얻었다. 성공한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이겨냈다는 부분을 알려주면서 유소년 선수들의 복귀에 대한 조급함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연맹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유소년 축구의 강화와 건강한 생활스포츠 활동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소년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등 관계자들의 부상 예방 인식을 전반적으로 강화하고 K리그의 주체들이 나서 사회공헌에 나서는 의미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해피빈,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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