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골키퍼는 이제 더 이상 기피 포지션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축구에 있어서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우리는 골키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깊이 있는 축구 전문 언론 ‘인터풋볼’이 준비했다. 격주 화요일.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초의 무실점 경기 골키퍼이자, 골키퍼의 스타플레이어 시대를 열었던 ‘레전드’ 최인영이 차원이 다른 축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주]

그동안 한국 축구에 있어서 학원 축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필자 역시 학원 축구를 거쳐 프로선수와 국가대표선수로 90년, 94년 월드컵에 출전하는 영광도 누렸다. 그만큼 학원 축구는 한국 축구 발전의 역사와 함께 했고,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이 학원 축구를 경험했다.

그러나 학원 축구가 전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선수 은퇴 후 프로축구팀 지도자 생활을 하다 2013년 지도자를 그만두고 잠시 고양시민축구단에서 플레잉코치로 재능기부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학원축구의 문제점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실제 프로축구 지도자 생활을 하면 선수들 가운데 기초가 부족한 선수를 보았고, 그 선수에게 “학원축구에서 배우지 않았나?” 질하면 대부분의 답변은 “배우지 않았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 답변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지만 단순한 핑계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막상 프로지도자를 그만둔 뒤 풀뿌리 축구라 할 수 있는 K3리그와 중고등 축구를 가깝게 접촉할 기회가 생기면서 유심히 훈련과정과 경기 장면을 지켜보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학원축구팀의 여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축구발전을 위한 마음에 몇 가지 조언 아닌 조언을 했으면 한다.

첫 번째, 선수 수가 많은 학원축구의 훈련 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선수가 많아서 전술훈련이나 각 그룹별 훈련을 하는 데 훈련 후 다른 선수들의 훈련시간이 보통 1인당 5~7분 기다렸다 하는 것을 봤다. 이렇게 훈련을 하면 전술 숙달하기 어렵다.

두 번째, 연습경기를 하던, 리그 경기를 하던 지도자 대부분이 “열심히 해라”, “정신 차려라”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지도자를 많이 보지 못했다. 특히 선수들이 어느 위치에 들어가면 그 위치에서 꼭 해야 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지시를 받았냐?”라고 질문 해보면 “들어가서 열심히 해라”라는 지시만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에게는 명확하고 세밀하게 지시를 해야 경기를 할수록 경험치가 올라갈 텐데 단순한 말로 지시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세 번째로는 학원축구 선수들의 목적은 프로선수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이 목표인 선수도 있겠지만. 개인전술에 기초를 둔 훈련이나 경기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서 개인전술 중심이 아닌 체력훈련(주로 뛰는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고 이해를 하나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가까운 프로축구를 활성화 시켜 프로축구 시장이 커지게 되는 효과로 이뤄져 선수들이 성장 후 선택에 길을 보다 많이 넓힐 수 있는 데 그 기회를 축구인 스스로가 죽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네 번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부 경기를 지켜본 결과 어느 한 팀도 수비에서 패스로 빌드업해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볼이 아웃 되거나 골키퍼가 잡으면 모든 선수들이 센터서클로 이동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수비에서부터 이어지는 공격을 못 봤는데 이 경우는 수비에서부터 볼을 받아 빌드업하다 볼을 빼앗기면 지도자에 혼이 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팀의 전술인지 모르겠지만 배워가는 학원축구에서는 결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전술이라고 본다.

한번은 고양시에서 열린 고양컵U15 대회를 관전하게 되었는데 일본팀 유스팀도 초청되어 경기를 갖는 것이어서 유심히 경기 내용을 지켜봤다. 일본팀의 경우 신체적으로 한국 유스팀과 차이가 많이 났지만 경기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일본 유스팀들은 골키퍼가 잡았을 때 측면 수비수가 벌려서 볼을 받으려 하고 중앙수비수들도 같이 움직이는 행동을 하는 데 한국팀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골키퍼가 공을 잡으면 센터서클로 모이는 행동을 보였다. 너무 대조적인 행동이라 기억에 생생하다.

이런 식으로 경기 운영을 하면 결국 성인 축구 특히 대표팀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성장하는 축구선수에게는 보다 많은 볼 터치와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줘서 성인 축구에서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국프로축구도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재미있는 경기, 내용 있는 경기는 결국 유소년기의 축구교육이 만들어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풀뿌리 축구에서 프로축구의 발전을 찾아야 하지 않을 까라는 생각이 든다.

글=최인영 감독(최인영 축구아카데미)
사진=정지훈

“앞으로 축구발전을 위하여 생각하고 준비했던 내용을 2주에 한 번씩 글을 쓰고자 합니다. 궁금한 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최인영 축구아카데미 홈페이지(http://choigksoccer.com)

[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rain7@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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